[기고] 최근 지인들과 양념갈비에 소주 몇 잔을 기울인 자리에서 한 명의 지인이 환경공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물어보았다. “탄 고기가 나쁠까? 아니면 이때 발생하는 연기가 나쁠까?”라는 질문에 탄 고기는 안 먹으면 그만인데, 숨은 안 쉬고 살 수 없으므로 연기가 더 나쁠 거라고 답변하였다.

대부분 사람은 탄 고기가 암 발생 등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탄 고기와 건강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탄 고기 섭취와 대장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도 하였다. 반면 요리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미세먼지는 입경 크기가 10㎛ 이하인 PM-10과 2.5㎛ 이하인 PM-2.5로 나뉜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대기 중에서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미세먼지 실시간 농도가 건강 유의 수준으로 상승하면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실외 기준의 경우 주의보 75㎍/㎥, 경보 150㎍/㎥이다. 특히, 봄철은 연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고, 나쁨 일수(36㎍/㎥ 이상)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지자체·민간 등과 함께 봄철 고농도 초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총력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도내 22개 시군에 설치된 40개 도시대기측정소의 미세먼지 측정자료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으며, 옥외 전광판을 설치하여 대기질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실외 활동은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등 실외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은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내 주방에서 요리 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는 안전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가정에서 요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는 고등어구이 2290㎍/㎥, 삼겹살 1360㎍/㎥, 계란프라이 1130㎍/㎥으로 실외 경보기준(150㎍/㎥)에 8배 ~ 15배 높은 농도로 조사됐다.

또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폼알데하이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그을음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유해하다는 보고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신축 공동주택 및 대중교통차량의 실내 공기질을 측정함으로써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의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실내 공기질 측정 및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내 공기질 측정은 규모 이상의 건물에 한정되어 있으며, 미세먼지 간이측정기기는 지하역사의 경우에 한하여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는 공기 중의 입자에 빛을 쏘아 발생하는 산란광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한다. 실시간으로 측정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소형화할 수 있으며 가격은 몇 만원 ~ 수 천만원까지 다양하다. 또한 시판되고 있는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는 성능인증제도를 통해 등급(1~3등급, 등급 외)을 부여하고 기기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하고 있다.

실내 공기질 관리 대상은 지하역사, 연면적 2000㎡ 이상 지하도상가, 2000㎡ 이상 대합실, 1000㎡ 이상 노인요양시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 중심으로 적용되며,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신축 시 검사 대상이다. 미세먼지 발생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는 집단급식소, 식당, 가정의 주방 등은 관리 대상에서 배제되어서 실내 공기질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여성 폐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주방의 미세먼지로부터 조리원 및 주부의 건강보호를 위한 실내 공기질 기준설정이 필요하며, 이를 측정 관리할 수 있는 간이측정기 설치 비용 지원으로 조기 정착을 유도하고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설치로 주방 환기 가이드 등 설정해야 한다. 또한, 사용 목적과 규모에 따른 실내 공기질 관리에서 청소, 조리, 세탁 등 활동에 따른 기준설정 등 실질적인 미세먼지 노출에 대한 관리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