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금이 없는데 경조사비를 내야할 때’, ‘월급날 전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무심코 사용했던 현금서비스로 신용점수가 하락했을 때’, ‘혹시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고정 수입이 없어도 쉽고 빠르게 빌릴 수 있어요’ 등의 문구는 한 인터넷은행이 비상금 대출 상품에 대한 설명이다.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만 거치면 신용점수 조회 후 바로 비상금 대출을 사용할 수 있다. 뜻밖의 긴급 사태에 쓰기 위해 마련해 둔 돈이라는 비상금의 의미는 어느 순간부터 대출 상품 이름으로 바꼈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터넷은행 3사 자료 분석 내용을 보면 비상금 대출 연체 잔액이 200억원으로, 이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인터넷은행 연체의 절반 이상을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현상은 금융서비스 변화 측면 이외에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대출 경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장면이다. IMF 이후 정부는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 일환으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신용불량자(당시 용어)가 급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의 정책이 당초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이다.

특히 당시 다수의 신용불량자가 20대와 30대였다는 점 또한 의미 있는 시사점이다. 당시 신용카드가 2030세대의 주요한 금융 소비 도구로 작동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금융 시장의 변화로 인해 금융을 조달하는 다양한 경로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재무 상담 과정에서 확인한 대출 사례 중 한 곳은 학생들 대상으로 P2P대출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로 대학, 학과에 따라 대출 이자 차등을 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일반대학생, 전문대학생, 대학원생, 임관예정자, 예비 전문직(의대·치대·약대·로스쿨 등), 취업예정자(전자공시 대상기업 취업 합격자) 등으로 나눠졌다. 해당 업체는 학생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취한 학력이나 학점 등 기존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반영하지 않는 광범위한 데이터가 평가에 반영되며 보다 대출 데이터 축적을 통해 미래 상환능력을 판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복지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핀테크 기업도 확인된다. 급여 선지급 서비스, 일명 가불 개념을 핀테크에 접목했다. ‘가불’이라는 개념을 ‘금융복지’에 대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이러한 표현이 금융과 복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경험이 없는 청년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해당 서비스 이용 대상자 설문조사 과정에서 59%가 교통비, 통신비 등의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25%는 병원이나 급전이 필요한 위급한 경우로 답했다는 점에 부족한 사회안전망과 부족한 소득을 일시적으로 메워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인 청년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업체가 대부분 불안정 노동 현장이라는 점 또한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금융이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금융의 공공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금융회사의 단순 경영이윤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역시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금융서비스를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만 놓고 판단하는 것 또한 문제다. 소비자 보호 대책 속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규제 완화 속도에 비해 너무 더디다.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접근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소비와 빚을 부추기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필요에 따라서는 금융서비스라는 이름을, 법 제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이 아닌 단순 기업의 서비스임을 강조하는 방식 또한 불편한 장면이다. 통신사의 소액결제 또한 마찬가지다. 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금융서비스 접근의 불편함 때문인가? 오히려 빚을 질 수밖에 없는 불안정 노동과 소득, 노동소득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주택 정책,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개인의 대출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은 배제한 상태로 계속 금융서비스의 접근만을 확장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금융서비스라는 껍데기만 남지 않도록 금융의 공공서비스 기준을 수립하고 다변화하는 금융 시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금융 피해 예방을 위한 정책 논의 역시 편리한 금융서비스 확대 속도만큼 섬세하고 빠른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