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학 공장에서의 화재·폭발·누출에 의한 중대산업사고 발생 건수는 공정안전관리제도(PSM, Process Safety Management)가 시행된 1996년에 20건이었으며, 2011년까지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2012년 구미에서의 불화수소 누출사고 이후 2014년 PSM 대상 물질이 51개로 확대되면서 증가했다.

그러나 중대산업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경우 1996년~2021년 사이 매년 평균 6명으로 공정안전관리제도 도입 초기 사망자(1996년 15명, 1997년 16명)와 비교해 많이 감소됐으며, 2019년 이후 4명 이내로 줄었다.

이것은 1996년 PSM 도입과 사업장의 적극적인 재해 예방활동 참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사고의 특징을 살펴보면 유해·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설비나 공정결함, 제어 실패나 조작 실수 등에 의해 누출되는 과정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하거나 작업자가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2005년~2021년 사이 공정안전관리제도 도입 사업장에서 130건의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했으며, 발생형태로 분류하면 폭발 53건(약 40.8%), 화재 42건(약 32.3%), 누출 35건(약 26.9%) 이었다.

이처럼 화학 공장에서의 사고는 발생원인이나 형태가 타 분야의 산업과 비교하면 단순하지만 유사한 사고가 동일 사업장 또는 동종 사업장에서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및 이행하는 방법에 있어 기존의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적용의 한계라고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화학 공장은 취급하는 물질의 유해·위험성이 커지고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사고의 유형을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사고의 원인도 인적요인과 설비요인 외에 조직구조 및 역할, 안전문화, 기술적 요인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간과 자동제어시스템 간의 복잡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료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첫 사망사고 발생 후 1년 이내 재발률은 37.9%(2001년∼2021년)이며,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사업장의 재발 확률이 일반 사업장과 비교하면 6.7배 높은 수준이고, 과거에 발생했던 재해와 같거나 비슷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사고조사나 재발방지대책의 이행에 있어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안전 선진국의 경우에는 순차적인 사고분석모델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1984년 Perrot의 정상사고(Normal Accident) 도입 이후 통합적으로 사고를 분석하는 시스템적 사고조사기법에 관한 연구나 실제 적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2018년부터 시스템적 사고조사에 관한 논문이나 연구보고서 등의 적용 사례를 몇 건 찾아볼 수 있었으며, 시스템안전에 대한 관심도는 조금씩 높아가고 있으나, 사업장에서의 적용 사례나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이나 안전 선진국에 비교해 도입 시기가 늦기는 했으나 이제부터라도 화학 공장과 같이 타 공정과의 연관성이 높고 각종 기술이 집약된 장치산업에서의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고원인을 분석할 때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순차적인 접근방법과 기술, 문화, 조직 등과 관련된 통합적인 시스템적 관점의 사고분석 기법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