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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영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믿어줬으면"
[예술인플러스] 김수진 광주 영화비평지 ‘씬 1980’ 편집장
창간 멤버이자 편집위원으로 활동…편집장 1년째
‘픽앤톡’·‘씨네스케치’ 등 비평·시민참여 활성화
영화의 이미지성 주목…시나리오 작성·분석 지속

2023. 12.14. 18:34:23

김희정 감독을 인터뷰하는 김 편집장.

김수진 광주 영화비평지 ‘씬 1980’ 편집장은 “영화는 사람이 있어야 탄생할 수 있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라며 “‘여기서 이런 것까지 해야 돼?’라는 반응보다는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위 영화 덕후는 아니었다. 전남대 독문과를 다니던 때 인문대에서 하는 연극제에 참여하면서 점점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디까지나 관객의 입장에서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일간지 취재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맡았던 게 ‘영화’였다. 막연하게 유명 감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멋져 영화관을 누볐다. 영화를 찾아보고, 시사회 및 인터뷰 취재를 하며 즐겁게 일하다

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 중 웹진 무비스트에서 영화 전문기자로 활동한 그는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광주에서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펴내는 영화 비평지 계간 ‘씬 1980’의 편집위원으로 창간을 함께했다. 편집장이 된 지 1년째가 된 김수진 ‘씬 1980’ 편집장의 이야기다.

그는 영화와 관객, 관객과 비평가의 간극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깨가 무거웠지만 1년 정도 해보니 처음보다는 익숙해졌다는 설명이다.

그가 편집장을 맡고 나서 ‘씬1980’은 변화를 맞았다. 창간할 때 ‘씬1980’은 프로파간다 역할을 콘셉트로 문화예술 정책, 영화 관련 정책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에는 광주의 영화 씬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 잡지를 활용해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집중했다. 창간준비호부터 지금까지 발간된 15호까지 광주 영화 씬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 및 변화들이 아카이빙돼 있다.

지난해부터는 영화 비평지라는 특성을 살려 제도 비평보다는 영화 비평에 더 다가가고 있다.

특히 시민들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픽앤톡’ 코너를 개설해 매호 영화를 한편씩 꼽아 시민들이 인스타그램 댓글로 단 감상평을 싣고 있다. 시각예술가와 협업한 ‘씨네스케치’에서는 지역 청년예술인이 영화를 감상한 뒤 그려준 스케치를 수록하고, 잡지 표지로도 장식한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최근에는 충장축제 기간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이 선보인 ‘영화 거리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화에 담긴 의미나 비하인드 스토리, 지역 영화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공감 토크 시간을 갖기도 했다. 국내 주요 영화제라 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관객 참여행사인 커뮤니티 비프 ‘리퀘스트시네마’의 진행을 맡아 2021년에는 박찬욱 감독을, 2022년에는 장준환 감독을, 올해는 유지태 배우 및 감독을 만나 감독과 영화, 관객을 잇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광주 영화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광주 영화’하면 ‘씬1980’을 떠올려주시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분들 손에 닿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가볍고 재미있게 영화 비평을 수록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영화에 종사하는 이들 외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고 같이 할 수 있도록 시민 친화적인 콘텐츠를 모색하고 있죠.”

‘씬 1980’ 편집회의 모습.
2023부산국제영화제 리퀘스트 시네마 진행 모습.
햇수로 5년째 ‘씬 1980’에 몸담으면서 그는 광주지역 영화 인프라가 구축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봐왔다. 지역 영상 문화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광주영상인연대가 출범하고, 영상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조례와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독립영화관이라는 거점이 마련돼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선보이는 것에서 나아가 영화학교를 운영하기에 이르는 등 발전했다.

“광주영상인연대가 생기고 독립영화관이라는 것 자체가 생긴다는 게 반가웠죠. 이런 형태의 영화관은 많지 않고 한국 독립영화만 상영하는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니까요. 몇 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영화를 꿈꾸는 이들이 지역에서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학교의 경우 광주·전남지역 대학교에 영화 관련 학과가 없기 때문에 영화학교 운영은 의미가 깊다. 그간 이론 위주였으나 올해부터 실기 위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단편영화 제작 및 다큐멘터리 기획, 장편시나리오 완성, 영화비평 등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했다. 김 편집장은 더욱 심도 깊은 영화비평을 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광주영화학교 제작 수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수강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서 광주 영화의 미래를 봤습니다. 광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든 허지은, 이경호 감독처럼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을 제2의 누군가가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이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비평하는 사람들, 영화제 등 영화와 관계된 이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러나 영화영상인연대를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폐지하기로 하면서 ‘씬 1980’도 자구책을 모색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종이매체로 잡지를 발간하면서 우편으로 배포하고 독립영화관 누리집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잡지 인쇄비와 원고료를 마련하거나 온라인을 통해서만 발간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현 편집위원회 단체 사진.
2021부산국제영화제 리퀘스트 시네마 당시.
그는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시야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에서 영화를 연구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최근에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비평을 위해서는 영화의 여러 요소 중 이미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한다. 영화의 이미지에는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다. 이미지를 분석하다 보면 감독의 무의식 속 숨은 의미를 찾게 되는데 거기에 주목해 접근하는 것이다. 영화비평을 위해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감상이나 서사 위주보다는 이 이미지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영화는 이미지, 사운드 등 비평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지만, 이 중 전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이미지성이 중요하다고 보죠. 스토리 중심으로 영화를 비평하는 거면 소설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석을 위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즐겁게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 편집장은 지역 영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영화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 같은 활동들을 응원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영화는 사람이 있어야 탄생할 수 있어요.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기도 하죠. 그렇기에 지역에서, 지역만의 것으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씬 1980’이 거기에 힘을 보태야죠. ‘여기서 이런 것까지 해야 돼?’라는 반응보다는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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