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민하고 질문…후회 없는 무대 선보이겠다"
[남도예술인]39회 광주연극제 대상 수상 ‘흑색소음’ 연출가 최
극단 진달래피네 ‘대한민국연극제’ 광주 대표 참가 앞둬
한국 사회 직면한 대립 은유적으로 그려…연출상 수상도
프랑스서 공연예술 공부…오페라·뮤지컬 등 장르 작업
입력 : 2025. 04. 03(목) 18:10
‘제39회 광주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흑색소음’ 공연 모습.
“부족한 점이 많았던 공연인데 젊은 친구들이 다양한 시도나 고민한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모순에 대해 한번쯤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39회 광주연극제’ 겸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광주 예선’에서 작품 ‘흑색소음’으로 대상을 수상한 극단 진달래피네의 최민 연출가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올해 광주연극제는 3월 5~11일 빛고을시민문화관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극단 시민, 바람꽃, 청춘, 까치놀 등 5개 극단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전문심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 끝에 진달래피네의 ‘흑색소음’이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최 연출은 연출상의 영예를 함께 거머쥐었다. 극단은 오는 7월 인천에서 열리는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광주 대표로 참가한다.

이번 무대에서 초연으로 선보인 ‘흑색소음’은 현대 한국 사회와 역사가 직면하고 있는 무수한 대립과 갈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오래된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 대치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의미와 갈등, 흑백논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극중 인물들이 넘으려고 애쓰는 ‘선’은 국가 간의 경계뿐 아니라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경계와 이념적 분리, 나아가 개인 간의 심리적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 수많은 갈등이 있어 왔고, 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죠. 수많은 갈등이 어떻게 조장되고 그 사이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맹목적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쫓아가는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제39회 광주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흑색소음’ 공연 모습.
‘제39회 광주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흑색소음’ 공연 모습.
특히 최 연출은 작품에서 소음을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며 불편한 진실을 응시하게 만든다. 리듬과 조성을 가진 음악적 소음과 리듬이나 조성을 갖지 않은 일상의 소음에 가까운 비음악적 소음 두 가지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사회와 개인,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의 의미를 느껴봤으면 했죠.”

공연 당일 무대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을 묶은 줄이 끊어져 무대 뒤에서 급히 해결했다. 외부 공연과 주파수가 겹쳤는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작은 사고도 있었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피드백을 듣고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색깔 활용을 높이고, 앙상블도 더 적극적으로 쓰려고 해요. 영상이나 음악 등 여러 기술적 소스들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겠죠.”

최 연출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니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대학교와 파리8대학에서 8년여간 공연예술을 공부했다. 코로나19 이후 고향 광주로 돌아와 연극을 비롯해 현대무용과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을 펼쳐왔다. 주요 작품 활동으로는 음악과 드라마,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융복합극 퍼포먼스 ‘탈피’, 배를 타고 떠나는 여정 중 만난 자연재해로 망망대해 위 사람들이 표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은 연극 ‘표해’, 천인소송 이금주 할머니를 다룬 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이 있다.

최 연출은 어릴 적부터 주변에 공연을 하는 어른들이 많았고 가까이서 그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공연예술을 꿈꿨다. 특히 뮤지컬을 좋아해 공연을 보러 가고 직접 무대에 서보기도 하며 무대와 가까워졌다.

“제겐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공연이 영화 등 다른 매체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같은 공간에서 한번만 하고 지나가는 공연예술의 특성도 매력적이었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지내다보니 학교도 공연예술 쪽으로 진학하게 됐죠.”

2018년에는 프랑스 방스 연극 축제에서 니스 국립극단 협력공연으로 연극 ‘Je Viens d’Ailleurs’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나는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라는 의미로,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최민 연출은 “‘흑색소음’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모순에 대해 한번쯤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부족한 게 많았음에도 기회를 주신 만큼 ‘대한민국연극제’에서 후회 없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2021년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안녕 여보’를 언급했다. 광주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 한명과 둘이서 연출부터 각색, 연기, 음악과 포스터 작업까지 손수 해낸 작품이다.

“귀국 후 타지에 있는 지인들을 광주로 불러 워크샵식으로 열었던 공연이 있었고, 그 이후에 정식 연극 공연으로는 처음 선보인 무대였죠. 사람들 사이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관성들, 이를테면 질투를 하고 그 사람을 소유하려 한다거나, 싸웠다가도 어느새 화해하고 그런 관계성에 대해 주목한 작품이었습니다.”

최 연출은 연극을 통해 동시대에 불거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와 생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추구하는 연극의 주제라면 제 시선에 걸려드는 사회 문제일수도 있고, 아직 젊으니 앞으로 살아가면서 얻는 깨달음일 수도 있겠죠.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나 생각들을 저만 갖고 있을 것 같진 않아요. 그런 질문들을 많은 사람들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걸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 같이 고민해보는 거예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자는 거죠.”

최 연출은 작품 준비에 매진하는 한편 호남대와 남부대, 송원대에서 연극사와 연기 등 전공 강의를 나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역에서 열정을 갖고 오랜 시간 연극을 이끌어온 선배들을 따라 배우면서 지금처럼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선생님들의 경험이나 생각 등 많은 것을 계속 배우고 또 후배들에게 건네주기도 하면서 광주지역에 오랫동안 그들의 생각이나 역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계속 무대 활동을 하는 게 꿈이죠. 나이가 있으신 데도 더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게 많았음에도 기회를 주신 만큼 ‘대한민국연극제’에서 후회 없는 무대를 선보이겠습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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