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유령영아
주필
입력 : 2023. 07. 30(일) 17:38
지난 6월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드러난 30대 친모의 유령영아 살해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이 친모는 2018년 11월 아이를 출산한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하고, 바로 1년 뒤인 2019년 11월엔 두 번째 아이를 낳아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 후 유기한 것이다.
이미 남편과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이 30대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출산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행정기관에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이 터지자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아동 중 임시신생아 번호로만 남아있는 2015년부터 2022년 출생 아동 2123명에 대해 일일이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 및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48.3%)다. 사망은 249명(11.7%)이고, 수사 중은 814명(38.3%)이다. 의료기관 오류는 35명이었다.
문제는 사망 영아는 물론이고 수사 중인 상당수 영아가 살인으로 죽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살인은 적극적으로 갓난아이를 죽이는 것 외에도 갓난아이를 방치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를 방치하는 것 자체가 살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유령 영아’ 전수조사를 통해 영아를 산 채로 야산에 묻어 숨지게 하거나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의 범행이 잇따라 드러나기도 했다.
정치권은 유령영아 사건이 사회문제화 되자 제도 개선에 부심하고 있다.
국회는 먼저 지난 6월 30일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를 시행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 마련에 따라 의료기관은 신생아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심평원은 곧바로 이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
즉 출생통보제는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던 기존 출생신고제와 달리 분만에 관여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제도이다.
제도 도입으로 신생아의 법적 지위는 확보됐다고는 하나 산모에 대한 보호책 없는 출생신고 의무화는 자칫 산모를 더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엔 영아 살해·유기범을 일반 살인·유기범처럼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기존의 영아 살해죄와 영아 유기죄를 폐지해 앞으로는 영아 살해·유기에 대해서도 각각 일반 살인죄와 유기죄 처벌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 징역’이 처벌 한계였는데, 이제부터는 일반 살인죄(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가 적용돼 최대 사형에 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영아를 정당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개정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이 유령영아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유령영아 발생이 미혼모라는 사회적 질시와 육아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윤신 조선대 의과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최근 대한법의학회지에 발표한 ‘영아유기·치사 범죄의 법의학적 분석’에 따르면 영아유기 산모의 절대다수(60%)가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움’ 때문에 영아를 유기하거나 치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경제적인 사유’(40%)가 두 번째 이유로 조사됐다.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와 배치되는 개념이어서 실제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제도 아래서 미혼 부모들은 출산·양육에 사회적 질시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린다. 이에 따라 현재의 법적 부부 중심의 출산지원정책을 ‘아이’와 ‘부모’ 중심으로, 부모의 법적 관계가 아니라 ‘양육’ 현실을 사회가 보호·지원토록 하는 임신·출산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세상 모르고 태어난 아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유령영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이 친모는 2018년 11월 아이를 출산한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하고, 바로 1년 뒤인 2019년 11월엔 두 번째 아이를 낳아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 후 유기한 것이다.
이미 남편과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이 30대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출산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행정기관에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이 터지자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아동 중 임시신생아 번호로만 남아있는 2015년부터 2022년 출생 아동 2123명에 대해 일일이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 및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48.3%)다. 사망은 249명(11.7%)이고, 수사 중은 814명(38.3%)이다. 의료기관 오류는 35명이었다.
문제는 사망 영아는 물론이고 수사 중인 상당수 영아가 살인으로 죽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살인은 적극적으로 갓난아이를 죽이는 것 외에도 갓난아이를 방치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를 방치하는 것 자체가 살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유령 영아’ 전수조사를 통해 영아를 산 채로 야산에 묻어 숨지게 하거나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의 범행이 잇따라 드러나기도 했다.
정치권은 유령영아 사건이 사회문제화 되자 제도 개선에 부심하고 있다.
국회는 먼저 지난 6월 30일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를 시행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 마련에 따라 의료기관은 신생아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심평원은 곧바로 이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
즉 출생통보제는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던 기존 출생신고제와 달리 분만에 관여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제도이다.
제도 도입으로 신생아의 법적 지위는 확보됐다고는 하나 산모에 대한 보호책 없는 출생신고 의무화는 자칫 산모를 더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엔 영아 살해·유기범을 일반 살인·유기범처럼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기존의 영아 살해죄와 영아 유기죄를 폐지해 앞으로는 영아 살해·유기에 대해서도 각각 일반 살인죄와 유기죄 처벌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 징역’이 처벌 한계였는데, 이제부터는 일반 살인죄(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가 적용돼 최대 사형에 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영아를 정당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개정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이 유령영아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유령영아 발생이 미혼모라는 사회적 질시와 육아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윤신 조선대 의과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최근 대한법의학회지에 발표한 ‘영아유기·치사 범죄의 법의학적 분석’에 따르면 영아유기 산모의 절대다수(60%)가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움’ 때문에 영아를 유기하거나 치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경제적인 사유’(40%)가 두 번째 이유로 조사됐다.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와 배치되는 개념이어서 실제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제도 아래서 미혼 부모들은 출산·양육에 사회적 질시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린다. 이에 따라 현재의 법적 부부 중심의 출산지원정책을 ‘아이’와 ‘부모’ 중심으로, 부모의 법적 관계가 아니라 ‘양육’ 현실을 사회가 보호·지원토록 하는 임신·출산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세상 모르고 태어난 아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유령영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