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지어 입는 게 당연한 세상 왔으면"
[예술인플러스] 최현기 우리옷귀부인 대표
광주 동구 충장로5가 한복의거리서 백년가게 운영
나주 출신 어릴 적부터 비단·손바느질 보고 자라
우리 의복의 고유한 멋 널리 전파 후계자 양성도
광주 동구 충장로5가 한복의거리서 백년가게 운영
나주 출신 어릴 적부터 비단·손바느질 보고 자라
우리 의복의 고유한 멋 널리 전파 후계자 양성도
입력 : 2023. 07. 06(목) 18:51

최현기 우리옷귀부인 대표는 “우리 옷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알아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조상의 얼이 담긴 우리 의복의 고유한 멋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광주 동구 충장로5가 소재 ‘우리옷귀부인’
요즘 세상에 손수 누에나방의 고치에서 실을 뽑아 옷감을 만들어 옷을 짓는다니…. 명절이나 결혼식 등 경조사 때는 대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점점 한복을 맞춰 입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복의 수요가 이처럼 줄다 보니 옛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을 실제로 한다는 것만으로 대단해 보였다. 그는 비단에 들어가는 섬유 장식도 직접 한다. 손수 하나하나 전통 방식으로 원판을 만들고 금박을 찍는다. 이렇게 만든 옷감으로 머릿속에 그린 디자인을 구체화시킨다.
광주 동구 충장로5가에서 우리옷귀부인을 운영하는 최현기 대표는 한복을 짓는 사람이다. 70대인 그는 50여 년간 한복에 매달려왔다. 그가 운영하는 우리옷귀부인은 한복을 의뢰받으면 비단을 사와서 만들거나 외주업체 및 대형공장을 통해 제작하는 타 업체들과는 다르다. 옷 주름과 패턴, 디자인, 장식, 바느질까지 입을 사람을 세심하게 고려해 신경 쓴 맞춤 한복을 제작한다. 한복은 맞추면 오래 보관하면서 입는데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쓴다.
가게 앞에는 그가 어떻게 한복을 지어왔는지를 알리는 ‘백년가게’ 명패가 붙어 있다. 가게에는 그의 작품이 콘셉트에 따라 전시돼 있고 눈으로 보고 바로 고를 수 있게 여러 비단도 마련돼 있었다. 채시라와 김혜선 등 연예인이 그가 만든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과 ‘귀부인’이라는 표장이 상표법에 의해 서비스표등록원부에 등록됐음을 알리는 증명서도 볼 수 있었다. 또 가게 안쪽에는 전국 곳곳에서 주문받은 한복 제작이 한창으로 다 지어진 옷은 주인 품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전통 방식대로 한복을 짓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옷귀부인’ 내부 전경

‘우리옷귀부인’ 내부에 전시된 최 대표의 작품들.
그렇다고 오로지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현대 의복에 익숙한 사람들이 한복을 입을 때 옷고름 매는 것을 어려워하자 본래 옷고름의 형태는 살리면서 편리하게 매듭을 짓는 방법을 연구해 ‘한복 옷고름’ 특허를 냈다.
조선시대 예복으로 궁중에서 입었던 당의의 경우 어깨선이 없는 평면재단을 해야 하는데 편의를 위해 어깨선을 절개하는 방식의 입체적 패턴을 도입한 ‘한복 당의’를 제작, 디자인등록을 하기도 했다. 전통에 기반을 두고 제작방식을 고수하되, 본래의 기품은 살리면서 현 시대에 맞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한복에 담아내는 것이다. 과거에 무게를 두면서 현재를 잇는 한복을 짓는 셈이다.
나주 출신인 그는 지천에 널린 누에를 보고 자랐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비단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형형색색의 물을 들여 옷감을 완성시키고, 옷을 입는 사람의 치수를 재 그 치수대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손바느질하면 옷이 완성됐다고 한다.
“집에서 항상 제 옷을 해 입혀주셨어요. 당시에는 집집마다 직접 옷을 지어 입었고, 우리 집도 역시나 그랬던거죠. 누에고치를 따러 가서 종종 달달한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비단을 만들었던 옛 잠사공장이 가동되던 때도 기억에 생생해요. 비단을 짜고 그 옷감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것을 보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한복을 업으로 삼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찌그레이스모델협회가 꾸린 7학년주식회사와 함께 충장로5가 한복의거리에서 ‘버스킹패션쇼’

버스킹패션쇼 피날레 모습
점점 쉬이 보기 힘들어진 우리 고유 의복 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그는 지난달 충장로5가 한복의거리에서 펼쳐진 패션쇼버스킹에서 한복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니어 모델들로 이뤄진 머찌그레이스모델협회가 충장로5가에 충장로 상인들과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7학년주식회사를 결성, 첫 행사로 패션쇼버스킹을 마련했는데 그도 거기에 참여한 것이었다. 우리옷귀부인 바로 옆 자리에 7학년주식회사 사무실이 입주해 왕래가 잦았고 그렇게 총 4부로 구성된 패션쇼버스킹 중 3부를 맡아 20벌에 가까운 한복을 선보였다. 모두 그가 직접 제작한 비단으로 디자인한 작품들로 최 대표가 현대인에 맞게 변형한 원삼 한 벌 외에 궁중에서 입었던 귀한 당의 등 전통 방식 그대로 지은 한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충장로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가 좋아 패션쇼버스킹에 제 한복을 협찬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우리옷귀부인 뿐만 아니라 충장로 일대 10여 곳에서 협찬을 받아 드레스패션쇼 등을 했죠. 한복은 어느 옷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옛 방식대로 만든 한복을 만나기 어려운 게 요즘입니다.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한 번 입는 걸로 가볍게 빌리는 것으로 한복을 여기는 부분이 안타깝더라구요. 제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제작한 한복을 거리 패션쇼에서 선보이기로 한 이유죠.”

최 대표가 버스킹패션쇼를 마치고 충장로 상인들, 행사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리 옷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알아가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상의 얼이 담긴 우리 의복의 고유한 멋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죠. 누구나 장롱 속에 한복이 여러 벌 있고, 한복을 지어 입는 게 당연한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한편 그는 부인인 박신자씨를 후계자로 삼아 한복 짓는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한복 제작의 전 과정은 물론이고 디자인 연구 등을 함께 하고 있다. 박씨의 경우 한복 저고리를 디자인 등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전통을 지키며 서로 뜻을 모은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