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자산 경양방죽과 방직공장 톺아보기
고선주 문화체육부장
입력 : 2023. 06. 18(일) 18:13
[데스크칼럼] 경양방죽은 들어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광주의 수리문화자산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경양방죽 위에 주택들이 들어선 도심 공간으로 탈바꿈돼 있다. 찾아보고 싶어도 사진 속에서나 그 흔적을 접해야 할 유산인 것이다.

얼마전 이름만 대도 알만한 건축학자를 만나 지나가는 소리로 “일전에 경양방죽을 직접 봤냐”고 물었더니 “분명히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분이 워낙 명망있는 건축학자여서 이분을 통해 경양방죽 한 토막을 들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게는 이어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경양방죽의 매립을 어떻게 봐 왔는지가 궁금해서다. 물론 경양방죽이 존재했을 때 그분은 건축학자는 아니었고 청소년기나 청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는 경양방죽을 포털에서 이미지로 본 게 전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이 아니었나 싶다. 경양방죽의 존재를 알고는 깜짝 놀랐다. 광주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 그 경양방죽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향토자료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알게 되면서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개 이야기들은 경양방죽 매립 전 연탄재가 버려지고 하는 등 수면이 얕아져 있는데다 각종 생활 폐기물이 버려지는 등 악취가 나서 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 그 이전 사람들에게는 경양방죽이 도심 유원지로 시민들의 뱃놀이가 가능했을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운 피서지였다는 것이다.

경양방죽은 1960년대까지 계림동에 있었던 저수지로 경양지니, 경양호 등으로 불렸던 곳이다. 한때 호남지역 최대 호수 규모를 자랑한 곳이었다. 축조설은 조선 세종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존재가 확인되는 것은 1600년 경부터다. 시인묵객들의 여러 작품에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문헌을 뒤져보면 두 차례 매립을 통해 경양방죽은 1930년대 중반에 1차 매립 공사를 진행한데 이어 1960년대 말에 방죽 옆에 있던 신안동의 태봉산을 모조리 헐어서 조달한 흙으로 2차 매립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광주 도심의 명물이었던 경양방죽은 경양이라는 명칭으로만 겨우 살아남았다. 경양방죽은 부채꼴 혹은 반달 모양으로 5만여 평 크기에 수심이 10m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가슴뛸 일이다. 더욱이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일대가 속하고 있어 더더욱 마음이 아리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광주는 도시인프라가 아주 취약한 도시로 꼽히고 있다. 만약 경양방죽이 오늘날까지만 이어졌더라면 기술좋은 우리 수준으로 미루어 충분히 그 영화를 뽐냈던 시절의 경양방죽을 복원하고도 남았을 것 아닌가. 그리고 전국적으로 손색이 없을 풍경 하나를 가지고 있어 광주는 정말 갈 곳이 없는 푸념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됐을 일 아닌가 싶다.

호수 옆으로 멋진 호텔들 뿐만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이 줄지어 들어서 근사한 공간이 됐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다. 광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소개해줬을 것 같다.

필자는 경양방죽이 현존했더라면 광주 도심 인프라의 최대 자산이 됐을 것으로 확신한다. 경양방죽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광주 도심 인프라의 시작과 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이제 개발보다는 조상 대대로 물려오던 자산은 되도록이면 보존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때가 왔다. 개발은 이 정도면 족하다. 더이상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만을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요즘 한참 개발셈법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임동 방직공장 부지가 자주 오버랩된다. 앞선 칼럼에서 방직공장 건축물 일부를 활용해 ‘광주비엔날레 임동 전시장’으로 구축하기를 제안드린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임동에 전시장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넘쳐난다. 그곳이 광주의 중심이고, 터미널에서 접근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예술의거리가 자리하고 있는 시내권으로 진출이 편리하고 서광주 톨게이트를 통해 고속도로 진출입 역시 수월하다.

특히 광주천 옆에 자리하고 있어 광주천의 서사 뿐만 아니라 광주 근대산업의 중추였기에 광주사람들의 삶 스토리를 함께 엮어내는데 최적의 공간이랄 수 있다. 복잡하기만 한 주차문제 또한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 최적의 공간임에도 이를 더이상 묵과하거나 방치하지 말았으면 한다.

개발이 모든 지표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임동 방직공장 부지 역시 더이상 개발논리만으로 접근하게 되면 경양방죽 꼴이 반복될 것임은 자명하다. 개발을 하더라도 건물만 올리려 하지 말고, 근현대의 조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경양방죽처럼 몇십년이 흐른 뒤 또 다른 후회를 할 일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광주시는 문화도시라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어떤 문화적 자산을 후손들에게 남겨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개발이 모든 지표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임동 방직공장 부지 역시 더이상 개발논리만으로 접근하게 되면 경양방죽 꼴이 반복될 것임은 자명하다. 개발을 하더라도 건물만 올리려 하지 말고, 근현대의 조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경양방죽처럼 몇십년이 흐른 뒤 또 다른 후회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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