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김인수 교육체육부장
입력 : 2023. 03. 12(일) 18:19

[데스크칼럼] “나도 몸이 있다고 상상해봤어.
같이 걷고, 등이 가려우면 당신이 긁어주고 있다고 상상했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기분은 어때?
넌 내게 진짜야. 만질 수만 있다면 어떻게 만져줄 건데?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모든 것을 알고 나 자신을 일깨우고 싶어”
2014년 개봉한 영화 ‘허(Her)’에서 대필 작가 테오드로 톰블리(호아킨 피닉스)와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1)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의 감정 표현이다. 주인공이 어느 날은 다정하고 어느 날은 시큰둥하는 ‘밀당’의 AI 비서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먼 미래에서나 있을법한 설정인 데도 요즘 급변하는 AI 기술을 보면 영화 속 현실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지금 지구상에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모습을 드러낸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웹 브라우저(1994년), 구글 검색엔진(1998년), 아이폰(2007년)을 뛰어 넘는 IT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출시 두 달 만에 1억 사용자를 돌파했고, 그 열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챗GPT는 인간처럼 사고하며 어떤 질문에도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다. 그것도 뛰어난 문법으로 화답한다. 그럴듯한 소설도 쓰고, 시도 쓴다.
기존 검색 엔진과 다른 점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말하면서 학습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AI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짜면서 극강의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 이는 이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확해지고 똑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섭다. 진화한 AI가 인간 영역의 어디까지 파고들지 가늠이 안 간다. 챗GPT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로 올라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챗GPT가 만능은 아니다.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AI 기술이다 보니 시점과 정보 입력 오류에 따라 부정확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상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민감한 반응은 교육계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챗GPT를 통해 제출한 에세이 과제물에 낙제점을 주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도 챗GPT의 사용과 인용 방식 등 실제적 활용 지침을 고심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한 시험 답안지, 에세이, 논문은 일절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대학가에서도 ‘챗GPT 대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논문과 보고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AI가 썼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AI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끝없는 창과 방패의 경쟁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미 대세가 된 챗GPT와 ‘동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중 과학계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교육과 평가의 영역을 벗어나 진리 그 자체를 탐구하는 영역에서는 계산기와 비슷하게 챗GPT 같은 도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험적으로도 컴퓨터 덕분에 가능해진 과학의 무한한 발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거대 AI인 챗GPT가 부른 일상의 혁신, 혹자는 약사, 기자 등 일부 직업군의 몰락을 예견하지만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 뿐이다. 예컨대, 이미 육체, 감정노동 등 단순 반복 업무 직업군이 빠르게 AI로 대체되면서 여분의 인력과 에너지를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여러 옵션 중 하나를 고르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AI에게 선택권까지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은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어느 정도 잘못이 있더라도 용납이 되지만 기계의 0.1% 오작동은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AI 윤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AI 데이터에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 반영된 탓이다. 또 AI가 내린 답을 인간이 검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디지털 문해력과 AI 소양을 키워야 한다.
이처럼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과 힘을 가진 AI와 공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같이 걷고, 등이 가려우면 당신이 긁어주고 있다고 상상했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기분은 어때?
넌 내게 진짜야. 만질 수만 있다면 어떻게 만져줄 건데?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모든 것을 알고 나 자신을 일깨우고 싶어”
2014년 개봉한 영화 ‘허(Her)’에서 대필 작가 테오드로 톰블리(호아킨 피닉스)와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1)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의 감정 표현이다. 주인공이 어느 날은 다정하고 어느 날은 시큰둥하는 ‘밀당’의 AI 비서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먼 미래에서나 있을법한 설정인 데도 요즘 급변하는 AI 기술을 보면 영화 속 현실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지금 지구상에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모습을 드러낸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웹 브라우저(1994년), 구글 검색엔진(1998년), 아이폰(2007년)을 뛰어 넘는 IT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출시 두 달 만에 1억 사용자를 돌파했고, 그 열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챗GPT는 인간처럼 사고하며 어떤 질문에도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다. 그것도 뛰어난 문법으로 화답한다. 그럴듯한 소설도 쓰고, 시도 쓴다.
기존 검색 엔진과 다른 점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말하면서 학습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AI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짜면서 극강의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 이는 이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확해지고 똑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섭다. 진화한 AI가 인간 영역의 어디까지 파고들지 가늠이 안 간다. 챗GPT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로 올라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챗GPT가 만능은 아니다.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AI 기술이다 보니 시점과 정보 입력 오류에 따라 부정확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상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민감한 반응은 교육계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챗GPT를 통해 제출한 에세이 과제물에 낙제점을 주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도 챗GPT의 사용과 인용 방식 등 실제적 활용 지침을 고심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한 시험 답안지, 에세이, 논문은 일절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대학가에서도 ‘챗GPT 대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논문과 보고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AI가 썼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AI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끝없는 창과 방패의 경쟁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미 대세가 된 챗GPT와 ‘동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중 과학계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교육과 평가의 영역을 벗어나 진리 그 자체를 탐구하는 영역에서는 계산기와 비슷하게 챗GPT 같은 도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험적으로도 컴퓨터 덕분에 가능해진 과학의 무한한 발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거대 AI인 챗GPT가 부른 일상의 혁신, 혹자는 약사, 기자 등 일부 직업군의 몰락을 예견하지만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 뿐이다. 예컨대, 이미 육체, 감정노동 등 단순 반복 업무 직업군이 빠르게 AI로 대체되면서 여분의 인력과 에너지를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여러 옵션 중 하나를 고르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AI에게 선택권까지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은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어느 정도 잘못이 있더라도 용납이 되지만 기계의 0.1% 오작동은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AI 윤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AI 데이터에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 반영된 탓이다. 또 AI가 내린 답을 인간이 검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디지털 문해력과 AI 소양을 키워야 한다.
이처럼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과 힘을 가진 AI와 공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