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체육회장에게 바란다
김인수 교육체육부장
입력 : 2022. 12. 18(일) 18:00
[데스크칼럼] 그 나물에 그 밥일까, 아니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까.

지난 15일 선거를 통해 각 지방체육회의 새 수장을 뽑았다. 광주에서는 전문체육인 출신인 전갑수 전 광주시배구협회장이 당선됐고, 전남에서는 오랫동안 지역 체육계에 몸담아 온 송진호 전 목포시체육회장이 선거대의원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 선거는 체육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지난 선거 때의 과오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별반 다를 게 없었다.

3년 전에 치러진 민선 1기 선거 때를 회상해보자. 당시 도를 넘는 음해와 불협화음으로 체육인들을 분열시켰고, 당선된 이후에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민선 1기 광주시체육회장은 ‘회장출연금 축소 꼼수’ 논란으로 임기 시작부터 삐거덕대더니 결국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했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민선 2기 회장은 낙선자들의 선거인단 구성 오류 소송으로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았다가 소 취하로 회장직에 복귀했지만 결국 개인 비리로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직을 상실했다.

민선 1기 전라남도체육회장도 6·1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를 남겨둔 채 회장직을 그만뒀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체육회장 재선 도전까지 시사하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중도 하차는 있을 수 없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체육회장직을 자신의 정치적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두 곳 모두 회장직무대행 체제의 ‘사고’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도 지난 선거의 답습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직 회장 등 체육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정황이 감지됐다. 그러면서 지역 체육계는 바닥부터 요동쳤다. 선거 기간 내내 온갖 음해와 극단적 편 가르기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주·전남 체육인들에게 지난 3년은 지우고 싶은 시간이다. 새로운 민선체육회장 시대의 주춧돌을 놓기는커녕 개념 정리도 마치지 못했고, 코로나19 위기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체육회장 선거에서 이처럼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체육회장은 모두 700여억 원에 달하는 시·도체육회 예산을 집행하고, 직원의 인사권을 갖고 있다. 지방체육회장이 ‘스포츠 시장·지사’로 불리는 이유다.

이제 지역 체육인들의 눈은 이제 새로운 리더를 향하고 있다.

우선 광주·전남 체육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포용력으로 경쟁했던 후보들과 손잡고 분열된 체육인들을 통합하는 통 큰 통솔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특히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서 예산 확보 등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오지 많도록 지자체와 건강하고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주길 바란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내 사람’만이 아닌 ‘쓴소리 하는 남의 사람’을 챙길 줄 아는 포용적 탕평인사를 보여줘야 ‘진심’을 바랄 수 있고 ‘더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또 ‘나만 믿고 따르라’는 독선과 ‘나는 항상 옳다’는 교만에 빠지면 소통과 통합은 사라지고 반목과 불신만 남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체육계도 지지 여부를 떠나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체육의 탈정치화와 홀로서기는 체육인 몇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방체육 발전’이라는 공통분모를 함께 추구해야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뽑았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과이불개’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올해 사회상에 빗대 여·야를 떠나 잘못이 드러날 때마다 이전 정부를 탓하거나 ‘야당 탄압’이라는 말로 고칠 생각을 안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체육계에서도 그 의미를 곱씹어볼 만하다. 지난 민선체육회장 선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과오이며, 실패한 체육회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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