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 찾게 해주는 예술…계속 꿈꾸고 싶어"
[예술인플러스] 애니토리뮤직 대표 김찬경
광주시향 단원 25년 활동…광주비엔날레 시민작가 전시
미술과 음악동화 접목시킨 ‘동화바이올린’ 시리즈 저술
융합예술 통한 인재양성 프로그램 ‘다빈치브레인’ 기획
입력 : 2022. 12. 08(목) 17:50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워크북 기획제안서
바이올린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마침표 없이 이어져왔다. 음악이라는 교집합을 두고 그림과 교육, 콘텐츠 기획 등 수많은 영역으로 발을 넓혀왔다. 그를 칭하는 수식어는 바이올리니스트, 작가, 강사, 칼럼니스트, 기획자, 음악감독 등 여러가지다. 아무리 파도 맑은 물이 끊임없이 샘솟는 샘처럼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는 멈추지 않고 그를 움직이게 했다.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 꿈을 가진 김찬경 애니토리뮤직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조선대 음악교육과 교수직을 지낸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자연스레 예술적인 감각에 눈을 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재주가 많고 관심사가 광범위했던 탓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저 자신을 풀어내는 과정이 힘들었고 모든 것이 쉽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공부했지만 결국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죠. 돌이켜보면 저의 재능은 글이나 그림 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어요.”

그는 50세가 넘어가면서 자신의 것을 펼치게 됐다고 한다. 전남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이후 1988년부터 2011년까지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했다. 25년간 바이올린 연주자로 무대에 서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던 듯하다.

“연주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싫었어요. 협력한다고는 하는데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협력과 향유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또 깊은 사고와 철학이 없다면 가장 중요한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하죠. 자신을 표현하고 감동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게 예술이잖아요. 예술적 본질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고 역량이 우선시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죠.”

김찬경 대표는 “‘나 정말 살만한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게 결국 예술의 영역”이라면서 “예술 안에서 계속 꿈을 꾸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겼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주자라는 틀을 깨고 다방면에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동화 바이올린’은 음악을 공부하는 어린 딸을 위해 만든 바이올린 교재 시리즈다. 그는 당시 4살이던 딸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바이올린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동화나 소꿉놀이와 같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스스로 애정과 흥미를 갖고 공부하게끔 풀어냈다. 음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캐릭터와 교구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연구해 만들었다.

“일찍 언어를 터득한 사람이 빠르듯이 음악교육도 어려서부터 받는 게 중요해요. 저는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딸아이는 일찍 배우도록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적당한 교재와 교육방법이 없었고 결국 제가 만들게 된 거예요. 딸아이 눈높이에서 고민해보니 주입식 교육보단 행복한 마음으로 악기를 즐기면서 배우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단 걸 깨달았죠.”

그는 그렇게 총 4권의 시리즈를 저술하고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게 동화 바이올린 교육을 전파해왔다. 교재와 워크북, 교구지원 등을 통해 강사를 양성하고, 유튜브 채널 ‘TV동화바이올린’을 함께 운영하며 교육적 이해를 돕는 영상과 활동 내용 등을 공유한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시작한 ‘다빈치브레인’은 음악과 미술의 융합예술을 접목한 창의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학교나 사회시설 등에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문화예술 체험활동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예술에는 향유자가 필요하고, 음악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음악을 잘 향유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다빈치브레인은 획일화되지 않은 창의력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를 관심있게 보죠. 개인이 아닌 전체 구성원이 협력 구도로 공동 작품을 만들어나가도록 합니다.”

강사들과 동화바이올린 교육 및 연구 회의를 하고 있는 김 대표
유아문화예술교육 ‘Play Play Music’을 진행 중인 모습
김찬경 대표는 이처럼 애니토리뮤직의 대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공연 기획과 전시 등 여러 방면에서 개인적 발전을 거듭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그중에서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체험 프로그램 워크북’은 그의 기획이 빛을 발한 사례다. 평소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쓰는 등 심혈을 기울여 기획제안서를 만들었고, 기획이 채택돼 프로그램화 됐다.

이뿐 아니라 세계엑스포 함평나비축제 ‘숨 쉬는 자연 꿈꾸는 음악’과 광주은행 40주년 기념 사랑나눔 음악회 ‘음악백신릴레이’ 등을 기획했으며, 인천아시안게임 오페라 ‘돈 조바니’의 포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32회 광주음악제의 총감독을 맡아 행사를 지휘했고, 가장 최근에는 광주시음악협회의 ‘광주 음악 4계:2022 희망을 그리다’ 공연을 기획, 유·스퀘어 문화관에서 선보였다.

아울러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겸하며 미술을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지난 2006년 ‘트라이앵글 가족의 희망변주곡’이라는 작품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시민작가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었다. 이어 2010년과 2022년 광주비엔날레 시민작가로 참여했고, 2011년 첫 개인전 ‘음악이 흐르는 김찬경의 장미정원’을 시작으로 올 7월 예술공간집에서 열린 ‘치유의 음악정원’까지 총 5번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갔다.

“음악을 중심으로 발을 딛고 서서 원을 크게 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써보고, 기획도 해보고요. 어느 한 가지에 머무르기보단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시키는 거죠. 거창한 성과를 내 과시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뜻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거예요. 이런 제 모습이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문화가 발전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동화바이올린 바우처 사업으로 복지시설 광주애육원에서 진행한 교육 모습
김 대표가 가장 최근 새롭게 추진 중인 프로그램은 ‘아트포지션’이다. 혼자 힘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을 홍보하고 자료화해 그들의 포지션을 만들어주는 인간 플랫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수많은 공연에 서고 나서도 필요할 때는 그 흔적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은 순수 예술인들의 고충에 대해 고민하다, 직접 데이터를 만들고 보관하는 역할을 하고자 마음먹게 된 것이다. 아트포지션은 현재 ‘김찬경의 음악박물관’ 블로그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곡가, 시인, 화가 등 다양한 예술인들에 대한 소개와 활동 경력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 대표가 꿈꾸는 최종 목표는 ‘음악박물관’이다. 모든 사람이 예술 안에서 평안과 위로를 얻는 공간이다. 그는 충분한 콘텐츠가 마련된 후에 그에 맞는 공간이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언뜻 들으면 조금은 거창한 듯,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긴 시간 예술 안에서 꾸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그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술이란 행복하고 기쁜 거예요. ‘나 정말 살만한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게 결국 예술의 영역이더라고요. 시간이든, 노력이든 오랜 투자가 결국 좋은 걸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긍정적인 힘과 선한 영향력이 합쳐지면 이뤄낼 수 있다고 봐요.”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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