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쌍두마차는 대학과 기업이다
이성오 서울취재팀장
입력 : 2022. 12. 04(일) 17:04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지방시대를 △지역주도로 △좋은 지역일자리 창출과 △지역 특성 살리기를 통해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변화를 담보할 실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간 발표한 정책들을 살펴볼 때 혼선이나 논란을 빚는 일이 많아 정부가 오히려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구 감소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수도권 쏠림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예산은 15년 동안 22배, 지방 이전 재원은 35년 사이 50배가 늘었지만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난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6조7000억원으로 폭증했다. 지방 이전 재원도 지난 2002년 35조8000억원에서 지난 2020년 177조2000억원까지 대폭 늘었다.

각 지방마다 이런저런 정책과 사업으로 극복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사람과 돈이 몰리는 수도권에 밀려 당장 소멸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먹이사슬의 최고 포식자를 형성하고 있는 수도권에 저항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을 살릴 대안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권력과 예산을 쥐고 있는 기득권 정치인과 위정자들의 생각은 그다지 간절해 보이지 않는다. 입안하는 균형발전 정책이 한계가 분명하거나 뜬구름이다. 이 구도를 벗어나려면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인구 이동의 가장 큰 요인은 교육과 취업이다. 지방에서 교육과 취업이 이뤄져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수도권에 한정된 ‘취업남방한계선’을 끌어내려야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행정안전부 장관의 수도권 대기업과 대학의 지방 이전 발언을 그냥 넘겨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난달 24일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 포럼’에서 “사실상 교육의 최고 먹이사슬 위에 있는 것은 대학과 기업”이라며, “유력 기업들을 상속세 유보 등 특례를 통해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역 소재 대학과 연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과를 신설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 채용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대기업과 대학을 이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라도 이행하기 힘든 일이다. 설령 현실화된다 해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의 사립대학을 지방으로 옮기려면 수조원을 투자해야 할 텐데 국민 세금을 그렇게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방거점국립대에 특별 지원을 해서 발전시킬 분야를 키우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부산대·전남대·충북대·제주대·경북대·전북대·경상대·충남대·강원대 등 9곳의 1인당 교육비 평균은 1851만원이다. 이는 서울에 있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의 평균 3001만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대학 서열 해소 방안으로 거론되는 10개의 지방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이 실현되려면 연간 3조원의 재원이 든다.

김동현 경기지사는 지난해 신당 창당 준비과정에서 “수도권 올인 구조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는데, 우리나라처럼 상위권 대학이 수도에 몰려 있는 나라는 없다”며 “서울대는 대학원 위주로 서울에 남기고 학부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수준의 지방 거점 국립대 8∼10개를 육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사립대는 각종 규제를 풀어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학과 증설을 두고 수도권과 지방이 벌였던 논란은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생존권을 놓고 벌인 투쟁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규제 완화에 합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방 소외를 이유로 완강히 반대했다. 결국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은 대학 총 정원은 그대로 두고 정원 내 다른 학과 인원을 조정해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K칩스법의 지원을 받는 반도체공장이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균형발전의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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