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다가온 '물의 재난'
양동민 정치부장
입력 : 2022. 11. 20(일) 18:38

[데스크 칼럼] 요즘 같은 시대에 하루라도 먹는 물이 안 나온다면….
어쩌다 대형 송수관 파열로 며칠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 해당 지역 주민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실례를 들 필요도 없이 사나흘을 물 없이 지낸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질 향상과 비례해 물 사용량도 급증하는 시대에 ‘제한 급수’라는 말은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까지 만드는 위협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위협이 눈앞에 와 있다.
광주는 30년 만에 제한급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완도 등 전남 일부 지역은 이미 단수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물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후위기를 들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에 의한 이상 기상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면서 어떤 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하고 어떤 해는 마른장마로 댐 수위가 낮아져 제한급수를 하는 등 심각한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후변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가뭄과 홍수 등 물과 관련한 재난이다.
유럽에서는 올여름 500년만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북반구에서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막히는 이른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하면서 유럽이 고기압에 갇혀 맑고 더운 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국토 3분 1이 잠기고 사망자가 1700명을 넘어선 대홍수가 올여름 발생했다. 피해액은 400억달러(약 53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4~5월 기온이 40도가 넘는 날이 빈번하고 일부 지역은 50도가 넘는 날도 있었던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났던 것이 대홍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다.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남아시아 우기 강수량이 5%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주로 여름에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때로는 엄청난 홍수가 발생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가뭄상태가 주로 지속되곤 한다. 반대로 6월 하순부터 7월 말까지는 우리 나라의 장마 기간이다.
그러나 장마가 끝난 지난 8월 초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서울 동작구엔 1시간에 141㎜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는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전남에 내린 비는 805.1㎜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으로 삼는 1973년 이후 50년 사이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는 가장 적었다.
805.1㎜는 평년(1991~2020년) 동기 강수량의 60%에 그친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평년만큼만 비가 내린다고 해도 전남은 올해 매우 이례적으로 연 강수량이 900㎜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의 연평균 강수량은 1350㎜ 가량이다.
이 가운데 광주의 평년 11월과 12월 강수량은 각각 50.2㎜와 37.1㎜다. 그러나 최근 2개월 누적강수량은 평년대비 61.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남 도서 지역인 완도 소안과 금일지역 등에 식수난을 가중하고 있다.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도심 식수 공급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지난 18일 기준 동복호의 저수율은 31.78%·주암호는 31.62%에 그치고 있다. 광주시 급수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 수돗물 자원은 고갈한다. 게다가 겨울 가뭄까지 전망돼 제한급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간 제한급수가 이뤄진 바 있다.
물 소비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각각 274ℓ에서 2020년 295ℓ로 늘었다. 물 사용 증가는 가뭄과 더해져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물 부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광주시는 사전비상행동단계에 돌입했다. 사전비상행동이란 재난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재난상황 단계로 가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대응조치를 이른다.
또한 범시민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긴급재난문자까지 활용해 물 절약을 연일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긴급재난문자 사용은 이례적이다. 현재의 재난을 알리는 것이 아닌, 물을 아끼지 않으면 곧 닥칠 재난을 경고하고 생활 속 20% 물 절약 실천 방법을 시민들에게 권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굳이 원인을 돌리지 않더라도 가뭄과 홍수라는 물관련 재난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직시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 역시 물 절약 실천에 참여해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때다.
어쩌다 대형 송수관 파열로 며칠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 해당 지역 주민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실례를 들 필요도 없이 사나흘을 물 없이 지낸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질 향상과 비례해 물 사용량도 급증하는 시대에 ‘제한 급수’라는 말은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까지 만드는 위협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위협이 눈앞에 와 있다.
광주는 30년 만에 제한급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완도 등 전남 일부 지역은 이미 단수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물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후위기를 들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에 의한 이상 기상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면서 어떤 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하고 어떤 해는 마른장마로 댐 수위가 낮아져 제한급수를 하는 등 심각한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후변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가뭄과 홍수 등 물과 관련한 재난이다.
유럽에서는 올여름 500년만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북반구에서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막히는 이른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하면서 유럽이 고기압에 갇혀 맑고 더운 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국토 3분 1이 잠기고 사망자가 1700명을 넘어선 대홍수가 올여름 발생했다. 피해액은 400억달러(약 53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4~5월 기온이 40도가 넘는 날이 빈번하고 일부 지역은 50도가 넘는 날도 있었던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났던 것이 대홍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다.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남아시아 우기 강수량이 5%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주로 여름에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때로는 엄청난 홍수가 발생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가뭄상태가 주로 지속되곤 한다. 반대로 6월 하순부터 7월 말까지는 우리 나라의 장마 기간이다.
그러나 장마가 끝난 지난 8월 초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서울 동작구엔 1시간에 141㎜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는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전남에 내린 비는 805.1㎜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으로 삼는 1973년 이후 50년 사이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는 가장 적었다.
805.1㎜는 평년(1991~2020년) 동기 강수량의 60%에 그친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평년만큼만 비가 내린다고 해도 전남은 올해 매우 이례적으로 연 강수량이 900㎜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의 연평균 강수량은 1350㎜ 가량이다.
이 가운데 광주의 평년 11월과 12월 강수량은 각각 50.2㎜와 37.1㎜다. 그러나 최근 2개월 누적강수량은 평년대비 61.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남 도서 지역인 완도 소안과 금일지역 등에 식수난을 가중하고 있다.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도심 식수 공급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지난 18일 기준 동복호의 저수율은 31.78%·주암호는 31.62%에 그치고 있다. 광주시 급수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 수돗물 자원은 고갈한다. 게다가 겨울 가뭄까지 전망돼 제한급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간 제한급수가 이뤄진 바 있다.
물 소비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각각 274ℓ에서 2020년 295ℓ로 늘었다. 물 사용 증가는 가뭄과 더해져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물 부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광주시는 사전비상행동단계에 돌입했다. 사전비상행동이란 재난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재난상황 단계로 가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대응조치를 이른다.
또한 범시민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긴급재난문자까지 활용해 물 절약을 연일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긴급재난문자 사용은 이례적이다. 현재의 재난을 알리는 것이 아닌, 물을 아끼지 않으면 곧 닥칠 재난을 경고하고 생활 속 20% 물 절약 실천 방법을 시민들에게 권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굳이 원인을 돌리지 않더라도 가뭄과 홍수라는 물관련 재난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직시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 역시 물 절약 실천에 참여해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때다.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