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시대, 자린고비가 뜬다
김상훈 편집국장
입력 : 2022. 10. 23(일) 23:18
[편집국에서] #1

‘자린고비’는일반적으로돈을모을줄만알았지쓸줄모르는씀씀이가아주인색한사람을가르킨다.

이말의유래에대해여러가지설이있지만‘결은고비’에서유래됐다는게통설이다.

결은은겯다에서온말로무슨물건이나종이같은것을기름에담그거나흠뻑적셔기름에절인다는뜻이고‘고비’는한자어로돌아가신아버지와어머니를가르키는데여기서는부모제사때죽은사람의넋이담긴위패에넣는‘지방(紙榜)’을의미한다.

다시말해부모제사때쓰는위패에넣는지방을쓰는종이한장을갈아끼기아까워기름에절여매년사용할만큼구두쇠라는얘기다.

이어원을뒷받침해주는‘충주지방에사는이씨성을가진양반이부모제사를지낼때마다지방에쓰는종이를한번사용하고태워버리는게아까워종이에기름에절여서계속사용하는방법까지고안했다.지방을쓰는한지의경우기름을먹이면몇번을사용해도찢어지거나회손되지않기때문이다’는이야기까지전설처럼전해지고있다.

또구두쇠처럼모은돈을어려운이웃에게나눠준사람을기려세운송덕비‘자인고비’(慈仁考碑)에서유래했다는설도있다.



#2

구전속의가상인물이아닌실제생존했던자린고비의원조는조선영조때충청도음성고을의조륵선생(1649~1714)이다고한다.

옛부터방방곡곡에아끼고아껴가난을슬기롭게극복하고부자가된사람들의일화가많이전해져오지만그의일화는가히상상을초월한다.

충북음성군지(誌)등향토사료와각종기록에따르면그는식사시간에식구들이천장에매달린조기를어쩌다두번쳐다보면“너무짜다.물켤라”라고호통을쳤다고한다.또쉬파리가장독에앉았다가날아가자파리다리에묻은장이아깝다며수십리를쫓아갔다는확인되지않은일화도남겼다.무더운여름철부채가닳을까봐벽에부채를매달아놓고머리를흔들었다는기행도오래회자되고있다.

그의구두쇠일화는1970~80년대우리나라코미디의단골프로그램일정도였다.

하지만조륵이노년기에펼친소외된이웃사랑에대한일화들은널리알려져있지않다.

근검절약한덕에고을최고의갑부가된그는회갑연때가난한사람들에게음식을베풀고재산까지나눠줬다고한다.한양조씨족보에는그가가뭄으로기근에시달리던영호남1만여가구에구휼미를베풀었고,이에감화한지역현감들이‘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송덕비를세웠다는기록까지있다.또조정에서선생의자비정신을높이평가해벼슬을내렸으나이를사양했고,죽거든검소하게장례를지내라는유언을남겼고자녀들에게는그많은유산을상속하지않았다고한다.

음성군은조륵선생의정신을높이기리기위해1998년그의고향에자린고비유래비를세우고매년근검절약과이웃사랑을실천한사람을뽑아‘자린고비대상’을수여하고있다.

또2025년까지139억원을들여자린고비청빈마을을건립하기로했다.

#3.

고환율,고금리,고물가등‘신3고시대’가지속되면서우리경제전반이휘청거리고있다.

미국달러가치가급등하면서우리나라증시는끝도없이추락하고있고기업의채산성또한악화일로로치닫고있다.

고금리는가계빚이많은세대의이자부담을키워가뜩이나힘든가장들의호주머니를더가볍게만들고있다.더욱이우리나라가계대출의대부분이주택구입,전세등주택과관련된것이어서가계빚부담은부동산시장에직격탄을날리고있다.하루가멀다하고오르는물가에서민들의고통은이만저만이아니다,

그러다보니우리사회전반에걸쳐긴축바람이불고있다.또조금이라도아끼기위해저렴한가격에약간흠이있는가전제품과가구,먹거리까지구매하는알뜰소비족또한크게늘고있다.

저마다먹고살기힘들때소외받기십상인게취약계층이다.더구나이상기후현상으로올겨울추위는예년보다일찍찾아올것으로기상청은예보하고있다.

개처럼모아서정승처럼썼던‘자린고비’조륵선생의‘소외된이웃사랑’이신3고시대에도이곳저곳에서실현되기를기대한다.




김상훈기자goart001@gwangnam.co.kr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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