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인력난 겪는 전남 조선소들
주필
입력 : 2022. 09. 25(일) 18:10
대불산단을 중심으로 한 전남 서남권 조선업계가 수주물량 증가라는 훈풍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대형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발주 증가세가 이어져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발주량의 62.1%, LNG운반선은 세계 발주량 89척 중 63척인 70.7%를 차지하는 등 수주호황을 맞았다.

전남지역 선박수주도 호조를 보이며 2017년 50척(33억1000만 달러), 2018년 60척 (53억5000만 달러), 2019년 49척(48억2000만 달러), 2020년 34척(41억 달러), 지난해 64척(61억1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 벌써 52척(71억4000만 달러)을 수주하는 등 수주물량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손이 없다. 전남 서남권 조선업계 고용인원은 지난 2015년 2만7505명에 달했으나 2016년 수주절벽 사태를 맞자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지며 이듬해인 2017년 1만7000명으로 1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

이후 2019년 1만9185명, 지난해 1만9286명 등 고용 인원이 늘고 있지만 수주물량에 비해 인력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올해 전남지역 조선업 인력부족 규모는 용접과 도장 등에 1219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주호황을 인력난이 바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로 수주한 선박 물량의 건조를 시작해야 하는데, 6~7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업계를 떠난 조선업계 숙련공들이 지금껏 돌아오질 않고 있다.

현장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업체끼리 인력 빼가기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수주 일감을 포기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업계는 대불산단 근로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고 이 중 60%가 불법체류인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는 기존 E7 비자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 인력을 대거 유입해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역 조선업계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공을 필요로 한다. 미숙련공이 대부분인 외국인 근로자로는 업무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의 6개월 내 이직률이 22.5%에 달하는 등 이들의 높은 이직률은 지역 내 중소조선소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지역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떠난 인력이 돌아오길 꺼리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위험하고 고된 업무환경 대비 낮은 임금인 만큼 인력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임금 현실화이다. 조선업의 핵심 노동이라 할 수 있는 용접은 고된 노동에다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데도 용접공의 임금은 이를 따라주지 않고 있다.

임금을 현실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떠난 인력이 쉽게 돌아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업계는 물론 정부·자치단체 노동정책 담당자는 명심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전남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박람회가 초광역으로 계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K조선, 이제 당신이 움직일 때입니다’를 슬로건으로 ‘2022년 초광역 조선업 일자리 박람회’가 그것으로, 고용노동부와 전남도, 광주시,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이 주최하고 전남중소기업일자리경제진흥원과 광주경제고용진흥원이 주관하는 초광역 행사이다.

조선업계 관련성이 적은 광주시가 참여하고, 정부 부처까지 직접 나선 데는 수주 호황 속에서도 전남 서남권 조선업 인력난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이번 박람회 이후 조선업 채용설명회와 맞춤형 취업연계 등을 통한 구직자·구인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진행하는 등 도내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박람회가 조선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구인·구직 미스매칭 해소로 중소 조선소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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