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강진군수
사상초유 '무공천'..전·현직 군수 무소속 격돌
민주당 경선 잡음 ‘무공천’…이승옥·강진원 ‘리턴매치’
살얼음판 선거전…최종 투표함 열어봐야 승패 결정
입력 : 2022. 05. 25(수) 09:30
전남 22개 기초단체장 선거 중 유일하게 무소속 후보간 대결이 펼쳐지는 강진군수 선거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금품제공 의혹으로 공천이 번복돼 무공천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파열음이 본선 무대에서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6·1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승패를 속단하기 힘든 양상이 이어지면서 후보간 경쟁뿐 아니라 지지자간 긴장감도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당초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은 이승옥 후보(현 군수)와 강진원 후보(전 군수)는 4년 만에 공수 위치를 바꿔 당내 경선에서 싸웠지만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이제 당원의 선택이 아닌 강진군민들의 선택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됐다.

강진군수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확정하고도 금품제공 의혹으로 공천이 번복됐다.

결선까지 가는 민주당 경선 끝에 강 전 군수 승리로 경선이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강 후보가 참석한 모임에서 한 선거 관계자가 금품을 제공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돌면서 민주당 비대위는 후보 확정을 뒤엎고 강진군수선거에 후보자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던 강 후보는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패해 3선 도전에 실패했다.

이번 경선 맞대결에서는 권토중래한 강 후보가 승리했지만 경선 결과가 번복돼 최종 승패 확정이 본 선거로 미뤄졌다.

이 때문인지 양 후보는 이번 본 선 대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이 확정된 후 강 후보는 “금품 제공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고 그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했음에도 당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도 무공천의 책임을 강 전 군수에게 돌리며 반격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금품 살포 의혹으로 민주당 중앙당에서 공천권을 박탈하고 강진을 무공천 지역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금품 살포 등 불법 선거로 군수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예전과는 지역 내 선거 분위기도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강진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선거가 거의 끝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는 본 선거가 더 치열하게 된 것이다.

군청 내에서도 민선 8기 강진군수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군청 공무원은 “지역 정서상 누가 군수가 되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모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는 개표 후 확정되는 것이지만 후보간 피말리는 싸움만큼이나 공직사회도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열한 격돌이 지속되면서 두 후보 모두 행정가 출신답게 꼼꼼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대결로 선거전이 전개되지는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지방공무원 7급 공채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 강진군 지역개발과장과 강진군의회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전남도 행정지원국장, 관광문화국장, 여수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고, 강 후보는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장흥군 부군수, 전남도 혁신도시 지원단장, 기업도시기획단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강진군수를 지내는 등 두 후보 모두 지역 행정을 두루 경험한 행정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후보는 “민선 8기는 민선 7기의 성과를 토대로 더 풍요롭고 더 살기 좋은 강진 건설로 가는 중차대한 시기다”며 “누가 군수가 되느냐에 따라 내가 사는 강진의 발전을 앞당길 수도 있고 퇴보시킬 수도 있다. 검증된 행정전문가와 위대한 강진의 새 시대를 힘차게 열어 가자”고 호소했다.

이어 “올해는 강진의 도약을 위한 골든 타임으로 뚜렷한 상황인식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민선 8기 농특산물 직거래 매출 2000억원 달성 등 7대 비전을 발표했다.

또 “군수에 재선되면 일자리는 모든 정책의 근간이라는 신념으로 기업유치에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젊은층을 유입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강진산단에 이어 제2 일반산단도 100% 분양 완료될 수 있도록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주요 공약으로는 △행복한 복지 공동체 실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후 변화 대응 미래 환경 신산업 육성 등이 있다.

이에 맞서는 강 후보도 지역산업 활성화와 인구 문제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강 후보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재확충하고 중단된 사업들을 다시 활성화해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강진의 기적을 꽃피우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8년 못다 핀 꽃의 아픔을 저력으로 삼아 이번에 다시 군수로 당선돼 군민 여러분과 함께 강진의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밖에 주요 공약으로 △연간 관광객 500만 명 유치 △신규 일자리 5000개 창출 △가구당 연소득 5000만 원 실현 △강진 인구 5만 명 시대 달성 등을 제시했다.

후보간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것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군수선거를 언급하는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모씨(45)는 “후보 2명 모두 군수 역할을 하기에 훌륭한 분들인데 선거전이 거듭될수록 험악한 분위기가 전개돼 안타깝다”며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향후 4년간 주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모씨(58·여)는 “다들 마음속에는 좋아하는 후보가 있지만 워낙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져서인지 지지자들이 더 가슴을 조리는 것 같다”며 “민주당 공천으로 선거가 끝나지 않고 우리들 손으로 군수를 뽑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진=이진묵 기자 sa433225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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