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1

마스크(MASK)의 사전적 의미는 보건위생상 병균 ·먼지 등의 흡입 및 비산을 막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는 물건을 말한다. 가면·복면 등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덮는 물건을 총칭하기도 한다. 마스크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한다.

고대 로마시대 철학자 겸 박물학자인 플리니(23-79년)가 주사나 해체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의 방광으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그 시초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마스크는 중세 시대에도 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 새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가 등장했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원나라 궁정에서 시종들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 수건을 두른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이후 1897년 독일에서 수술용 마스크, 1899년 영국에서 호흡 가능한 마스크, 이후 프랑스에서 면 6겹 실용 마스크 등으로 진화했다.

현재 사용하는 형태의 방역 마스크는 1910년 중국에서 등장했다.

당시 만주 지역에 페스트(흑사병)가 돌았고 우롄더(伍連德)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 중국의사가 기존 외과 의사들이 수술할 때 쓰던 마스크를 차용해 보다 편리하게 착용 가능한 마스크를 만들어냈다. 이 의사는 면·거즈로 된 이 하얀 마스크를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환자, 일반 대중들에게도 나눠줘 반드시 착용하게 했다.

이 마스크는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효과는 탁월했다.

1911년까지 2년간 진행된 페스트로 중국내 6만명이 사망했지만 그나마 이 마스크가 있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중국내 분위기였다. 실제로 당시 중국 정부는 이 마스크를 중국 의학 발달의 상징이라고 여겨 전 세계에 적극 홍보했다. 1918년 전 세계 5억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명을 사망케 한 스페인독감 사태 때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마스크의 효능은 1932년 상하이 콜레라 때 증명됐다. 당시 마스크를 쓴 중국인 사망률은 7.4%였으나 그렇지 않은 조계지 외국인 사망률은 30%였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마스크가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2.

코로나 19사태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꺼려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감염을 시키지 않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이를 쓴다는 인식이 강해 거부감이 없지만 이들에게 마스크는 중환자, 혹은 범죄자가 쓰는 ‘복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테러에 대한 인식과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서양의 문화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테러, 범죄 등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곳이 많다. 오스트리아는 2017년 10월부터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한 사람에게 약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프랑스도 2010년부터 ‘복면금지법’을 도입하고 있다. .

하지만 ‘코로나 19’가 만연하면서 이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로 마스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태 초반 이를 그다지 권장하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봤던 이들 나라에서도 마스크 구매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3.

최근 모 방송국에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쓴 사람과 안쓴 사람 옆자리가 비었을 때 어디에 앉는지 실험을 한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여기에 참여한 20명중 15명이 마스크를 쓴 사람 옆에 앉았다. 나머지 5명은 마스크를 안 쓴 사람 옆에 앉았지만 이중 2명은 그 사람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줄 모르고 무심코 앉았다고 대답했다.

이 실험처럼 마스크는 현재 누가 코로나 19 확진자인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나는 확진자가 아니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다’는 것을 광고하며 돌아다니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현재 하루 10명 안팎의 추가 확진자를 발생하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 가을이나 겨울 또 한번 대유행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어떤 병보다 전염력이 강하다는 것을 경험해 두려운데다 마땅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우리를 더욱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일정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될 수 밖에 없다. 방역수칙 준수야말로 당장 복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백신이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