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자린고비의 진화
입력 : 2026. 09. 28(월)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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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주필
#1.
자린고비의 사전적 의미는 돈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아끼는 인색한 사람을 뜻한다. 일상에서 단순히 절약하는 사람보다는 필요할 때도 쓰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아끼는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는 구두쇠, 수전노 등이 있으며, 모두 씀씀이가 인색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에 대한 어원으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먼저 ‘충주 자린고비’라 불리는 실존인물인 조륵(1649~1714)이 모델이라는 설이 있다. 그가 평생동안 구두쇠짓을 해 모은 돈으로 가뭄에 시달리던 1만 호의 백성을 구하자 그 지역 주민들이 감동해 사후에 ‘자인고비(慈仁考碑, 어버이 같이 인자한 사람을 위한 비석)’라는 이름의 비를 세운 것에서 와전됐다는 것이다.
또 부모 제사 때 쓰는 지방(고비)을 한 번 쓰고 태워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기름에 절여 놓고 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절인 고비’가 음운변화를 거쳐 자린고비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어 ‘잘은 꼽재기’가 변해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도 있다. ‘잘은’은 말 그대로 ‘잘다(작다)’는 뜻이고 ‘꼽재기’는 ‘아주 보잘것없고 작은 사물’을 일컫는 말로 아니꼬울 만큼 잘고 인색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린고비는 생선이나 간장뿐 아니라 부채, 짚신, 장도리, 담배, 밥풀처럼 사소한 물건까지 극한으로 아끼는 모습들이 과장되게 소개된 여러 설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두쇠 혹은 구두쇠의 대명사가 됐다.
#2
최근 청년 세대사이에 신(新)자린고비 생활을 뜻하는, 이른바 ‘저소비 생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가진 물건이 닳을 때까지 사용하거나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소비 문화를 뜻하는 데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속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이미 가진 물건을 고쳐 쓰거나 빌려 쓰며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무조건 아끼는 절약이 아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여행·취미처럼 가치 있는 경험에 집중하는 선택적 소비를 일컫는 것이다,
충동구매를 미루고, 기존 물건을 고쳐 쓰며, 소비를 기록·공유하는 등 절약을 콘텐츠화하고 무지출 챌린지·중고 구매·공유·수리 등 실용적인 소비를 생활 습관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꼭 필요한 소비만 한다는 얘기로 다이소 같은 저가 쇼핑과 중고거래가 최근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해 출간된 한 일본 유튜버의 한 달 생활비 7만엔(약 66만원)으로 살아본 경험을 담은 책 ‘저소비 생활’의 한국어 번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합리적 소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지출 최소화를 위한 절제 등 극한 절약을 서로 격려하는 거지방과 여기에서 파생된 한 끼에 8000원 이하 식당을 지도로 알려주는 플랫폼인 ‘거지맵’까지 등장했다.
또 결제도, 배달도 되지 않고 ‘흉내’만 내는 가짜 배달 앱 ‘음식만 안와요’와 가짜 쇼핑 앱 ‘사자사자’ 등도 잇따라 출시됐다.실제 결제는 안하면서 ‘쇼핑을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현대판 ‘자린고비’ 앱까지 등장한 것이다.
#3.
이런 현상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고환율, 미국·이란 전쟁까지 겹친 복합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청년 세대가 낮은 취업률과 경제성장률,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로 아낄 수 있는 건 모조리 아끼기 위해 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즉, 장기간 이어진 불안한 경제환경속에서 더는 가정이나 국가의 지원에 기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결국 스스로를 책임지는 소비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들이 소비를 줄여 생긴 여유 자금을 예금·적금·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장지수펀드(ETF), 연금저축 등 장기 자산 형성 상품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 ETF 시장은 순자산총액이 최근 5년간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맞춰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주요 금융 플랫폼들도 이들의 소비 분석과 자산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나설 정도다.
2030세대에 부는 이른바 ‘신 자린고비’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나답게 사는 소비’와 ‘장기자산 형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1.
자린고비의 사전적 의미는 돈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아끼는 인색한 사람을 뜻한다. 일상에서 단순히 절약하는 사람보다는 필요할 때도 쓰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아끼는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는 구두쇠, 수전노 등이 있으며, 모두 씀씀이가 인색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에 대한 어원으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먼저 ‘충주 자린고비’라 불리는 실존인물인 조륵(1649~1714)이 모델이라는 설이 있다. 그가 평생동안 구두쇠짓을 해 모은 돈으로 가뭄에 시달리던 1만 호의 백성을 구하자 그 지역 주민들이 감동해 사후에 ‘자인고비(慈仁考碑, 어버이 같이 인자한 사람을 위한 비석)’라는 이름의 비를 세운 것에서 와전됐다는 것이다.
또 부모 제사 때 쓰는 지방(고비)을 한 번 쓰고 태워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기름에 절여 놓고 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절인 고비’가 음운변화를 거쳐 자린고비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어 ‘잘은 꼽재기’가 변해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도 있다. ‘잘은’은 말 그대로 ‘잘다(작다)’는 뜻이고 ‘꼽재기’는 ‘아주 보잘것없고 작은 사물’을 일컫는 말로 아니꼬울 만큼 잘고 인색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린고비는 생선이나 간장뿐 아니라 부채, 짚신, 장도리, 담배, 밥풀처럼 사소한 물건까지 극한으로 아끼는 모습들이 과장되게 소개된 여러 설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두쇠 혹은 구두쇠의 대명사가 됐다.
#2
최근 청년 세대사이에 신(新)자린고비 생활을 뜻하는, 이른바 ‘저소비 생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가진 물건이 닳을 때까지 사용하거나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소비 문화를 뜻하는 데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속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이미 가진 물건을 고쳐 쓰거나 빌려 쓰며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무조건 아끼는 절약이 아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여행·취미처럼 가치 있는 경험에 집중하는 선택적 소비를 일컫는 것이다,
충동구매를 미루고, 기존 물건을 고쳐 쓰며, 소비를 기록·공유하는 등 절약을 콘텐츠화하고 무지출 챌린지·중고 구매·공유·수리 등 실용적인 소비를 생활 습관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꼭 필요한 소비만 한다는 얘기로 다이소 같은 저가 쇼핑과 중고거래가 최근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해 출간된 한 일본 유튜버의 한 달 생활비 7만엔(약 66만원)으로 살아본 경험을 담은 책 ‘저소비 생활’의 한국어 번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합리적 소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지출 최소화를 위한 절제 등 극한 절약을 서로 격려하는 거지방과 여기에서 파생된 한 끼에 8000원 이하 식당을 지도로 알려주는 플랫폼인 ‘거지맵’까지 등장했다.
또 결제도, 배달도 되지 않고 ‘흉내’만 내는 가짜 배달 앱 ‘음식만 안와요’와 가짜 쇼핑 앱 ‘사자사자’ 등도 잇따라 출시됐다.실제 결제는 안하면서 ‘쇼핑을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현대판 ‘자린고비’ 앱까지 등장한 것이다.
#3.
이런 현상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고환율, 미국·이란 전쟁까지 겹친 복합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청년 세대가 낮은 취업률과 경제성장률,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로 아낄 수 있는 건 모조리 아끼기 위해 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즉, 장기간 이어진 불안한 경제환경속에서 더는 가정이나 국가의 지원에 기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결국 스스로를 책임지는 소비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들이 소비를 줄여 생긴 여유 자금을 예금·적금·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장지수펀드(ETF), 연금저축 등 장기 자산 형성 상품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 ETF 시장은 순자산총액이 최근 5년간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맞춰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주요 금융 플랫폼들도 이들의 소비 분석과 자산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나설 정도다.
2030세대에 부는 이른바 ‘신 자린고비’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나답게 사는 소비’와 ‘장기자산 형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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