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광주와 아시아문학상
유희석 전남대 교수
입력 : 2026. 09. 08(화)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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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전남대 교수
아시아문학상은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의 현역 작가들이 써낸 탁월한 작품에 격년으로 수여된다. 지금까지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2026년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ACC) 주관으로 오는 9월 18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열릴 ‘제6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행사에서 수상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수상작과 후보작들은 이 글 이후에 게재될 심사위원들의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될 예정인데, 그에 앞서 아시아문학페스티벌과 아시아문학상이 독자 제현들께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뜻에서 심사작들을 개관한다.

올해 심사 대상 작품은 아흐메드 사다위(Ahmed Saadawi, 이란)의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2013),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인도)의 ‘지복의 성자’(2017), 장웨이( 중국)의 ‘어신(魚神)을 찾아서’(2015), 바데이 라트너(캄보디아, Vaddey Ratner)의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2012), 응우옌 응옥 뚜(Nguyen Ngoc Tu, 베트남)의 ‘미에우 나루터’(2005) 등이다.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는 캄보디아의‘킬링 필드’로 악명높은 크메르루주 정권의 혁명을 빙자한 학살극을 배경으로 한 장편이다. 1969년~1979년 사이에 진행된 ‘농경 유토피아 건설’의 참상을 여실하고 생생하게 재현했다. 작가 자신이 혁명의 피바람이 부는 와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아 난민으로서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터라 객관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면도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가 하면 아흐메드 사다위의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제목 그대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절묘하게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이라크의 현실에 창의적으로 변용한 작품으로서, 반짝이는 재치와 발상, 기발한 상상력이 단연 돋보였다. 서두에 붙인 보고서가 말해주듯이 서사 기법도 능수능란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살아 있었다.

응우옌 응옥 뚜의 ‘미에우 나루터’도 앞서 두 소설 못지 않다. 베트남 전쟁 이후 찾아온 ‘도이모이’로 불리는 개혁개방의 시대에 전쟁의 승리자인 베트남의 가려진 척박한 현실의 실감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솜씨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는 인상이었다. 각자의 처지에서 처절하게 생활을 꾸려가는 민중의 모습을 꾸밈없는 소박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점에는 군말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특히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이라 할 만한 생존의 현장을 자연주의소설의 틀에 박힌 재현 양식과는 사뭇 다른 질감으로 구현했다.

아룬다티 로이의 ‘지복의 성자’는 ‘작은 것들의 신’이 출간되고 난 이후에 무려 20년 만에 나온 장편이다. 두 가지 성징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안줌과 로이 자신을 부분적으로 투사한 틸로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히즈라 서사와 반체제 서사로 명명할 수도 있는―전혀 이질적인 이야기를 탁월한 ‘서사적 수술’로써 봉합한 장편이다. 인도의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기층 민중의 삶이 고스란히 압축된 안줌의 이야기와 카슈미르 분리독립 전쟁의 현재진행형의 가슴 먹먹한 상흔이 갈피갈피 스민 틸로의 이야기가 기묘하게 공명하면서 합쳐지는 ‘지복의 성자’는 성, 계급, 신분, 종교 등의 갈등으로 갈가리 찢긴 20세기 인도의 현실을 가위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그 정도로 활달한 서사 실험과 치밀한 현실 분석이 빛난다. 결코 감상주의를 허용하지 않는 열정적 유머도 특기할 만했다.

다른 한편 세 중편, 즉 ‘어신을 찾아서’, ‘바닷가 호루라기’, ‘원두막의 밤’을 담은 장웨이의 ‘어신(魚神)을 찾아서’도 주목에 값한다. 대약진운동 당시 아사자들이 속출했던 민중의 비극적 삶을 유토피아의 꿈으로 아름답게 갈무리한 ‘바닷가 호루라기’나 우리네 잃어버린 농촌공동체의 넉넉하고 여유 있으면서도 때로는 각박했던 생활상과 상호부조의 감수성을 능청스럽게 환기하는 ‘원두막의 밤’도 아룬다티 로이 못지않은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중 표제작인 ‘어신을 찾아서’는 통념적으로는 생태주의문학으로 분류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주의라는 추상성이 으레 전제하는 메마른 개념틀을 넘어서는 생태적 삶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어신을 찾아서’이다. 기후재난과 그에 따른 대멸종 사태에 직면한 현대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삶의 방향감각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장르의 각도에서 본다면 ‘어신을 찾아서’는 적빈(赤貧)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신을 찾아 집을 떠난 한 소년이 한수(旱手)와 수수(水手)라는, 전혀 다른 생태 환경에서 제각각의 고유한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신묘한 고수를 만나 성장하는 성장소설의 형식을 띤다. 그러나 결코 장르서사의 관성을 전적으로 따르지도 않는다. 장웨이는 빼어난 미학과 문체를 통해 자연과 공생하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바, 한수와 수수라는 두‘어신’의 대립은 단순한 기술적 대립이 아니라 질투, 사랑, 상실 등을 둘러싼 인간 관계의 본질을 열어 보인다. 동시에 진정한 어신은 ‘낚시술’을 익힌 인간이 아니라 강물 깊숙한 곳에서 은현자재(隱現自在)하는 물고기 자체라는-어떤 면에서는 당연한-자연적 진실을 일깨운다.

올해 아시아문학상 후보작들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2026년 아시아문학 페스티벌에서 다른 훌륭한 국내외 초대 작가들과 더불어 기쁜 마음으로 만나 뵙기를 바란다.
유희석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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