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눔, 내일의 희망]<4> 북구 천사무료급식소
정성껏 끓인 설렁탕 한 그릇…어르신들 ‘든든 안식처’
10년째 무료급식소 운영…취약계층 하루 450여명 이용
북구청·자원봉사센터 등 손잡고 재개소…사랑방 역할
냉·난방 대기실 운영 등 편의 확대…복지사각지대 해소
입력 : 2026. 08. 28(금)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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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천사무료급식소 자원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사)한국나눔연맹
광주 천사무료급식소 자원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배웅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사)한국나눔연맹
광주 천사무료급식소 자원 봉사자들이 설렁탕 등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사)한국나눔연맹
광주 천사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설렁탕을 드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사)한국나눔연맹
새벽 5~6시. 식사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두암동 우산근린공원 앞 천사무료급식소에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자 168석 규모 식당은 어느새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붐볐다.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오랜 이웃을 만난 듯한 편안함이 묻어났다.

천사무료급식소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 홀몸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방이자, 지역사회의 촘촘한 복지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한국나눔연맹은 ‘나눔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믿음으로 34년째 전국에서 무료급식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2017년 처음 문을 열어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운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정부 지원 없이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던 급식소는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이 줄고 단체급식이 제한되면서 한때 문을 닫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다시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22년 하반기 북구와 한국나눔연맹, 북구자원봉사센터가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듬해 1월 운영을 재개했다.

현재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로,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연간 145차례 급식을 통해 약 5만4000명, 하루 평균 450여명의 어르신과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운영에는 북구의 기간제·공공일자리·노인일자리 인력이 힘을 보태고 있다. 새마을회와 자유총연맹 등 30여개 자생단체와 연간 2900여명의 일반 자원봉사자도 배식과 급식소 운영을 돕는다.

대표 메뉴는 정성껏 끓여낸 설렁탕이다.

배식이 있는 날이면 직원과 봉사자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대형 솥 2개에 소고기 차돌과 양지 20㎏을 넣고 육수를 고아내고, 쌀 40㎏으로 따뜻한 밥을 짓는다. 식판에는 김치와 구운 계란, 떡, 과일 등도 함께 오른다.

식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급식소 안팎은 더욱 분주해진다. 특히 폭염과 한파 속에서 오랜 시간 밖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는 2층에 100석 규모의 냉·난방 대기실도 마련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에게 “조심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건네고, 평소 보이던 어르신이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봉사자와 이웃 어르신들이 서로 연락해 안부를 확인한다.

급식소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 고독사를 예방하는 복지안전망으로 작동하는 이유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급식소는 육체적 허기를 채우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누며 일상의 외로움과 무기력을 덜어내는 정겨운 사랑방이다.

한국나눔연맹은 무료급식 외에도 사랑의 도시락 배달, 보훈·효 음악회, 다문화가정 문화여행, 설·추석 후원물품 기탁 등 주민 밀착형 복지사업을 이어가며 나눔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선자 천사무료급식소 광주지부장(61)은 “요즘 어르신들은 단순히 돈이 없어 굶는 것보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무기력과 외로움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걸어 나와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감자 한 박스를 가져와 ‘쪄서 드시라’며 건네주시는 어르신이나 고맙다며 1만원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 봉사자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정부 지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꾸준히 이어져 단 한 분의 어르신도 굶거나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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