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만나고 동네서 쓴다…골목상권 살리는 '모임 소비'
야구·독서 등 공통 취미 기반 소모임 확산
'느슨한 관계' 선호…카페·대관공간 활력
입력 : 2026. 07. 22(수)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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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다양한 취미를 기반으로 한 지역 소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취미를 매개로 한 동네 소모임이 광주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골목상권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취미와 소비를 함께 즐기는 이른바 ‘모임 소비’가 새로운 지역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만남이 카페와 음식점, 술집, 대관공간 등 오프라인 소비로 이어지며 지역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지역 외식업계와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당근의 ‘동네모임’과 소모임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야구 관람과 독서, 러닝, 맛집 탐방, 반려동물 산책 등 관심사 기반 모임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당근의 경우 지난해 모임 수는 전년보다 63%, 가입자 수는 125% 증가했으며 누적 가입은 1500만 회를 넘어섰다.

광주에서도 동명동과 상무지구, 첨단지구, 수완지구 등 카페와 음식점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를 찾는 모임이 늘면서 인근 상권 역시 새로운 고정 수요를 확보하는 분위기다.

특히 광주를 대표하는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 눈에 띈다. 직장인 김수경씨(32)는 지난해 당근 동네모임을 통해 기아타이거즈 팬 모임에 가입했다. 회원들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함께 경기를 관람한 뒤 인근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경기 이야기를 나누며 뒤풀이를 이어간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10명 안팎이 꾸준히 모이고, 자연스럽게 단골 가게도 생겼다.

김씨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니 금방 친해지고 경기 후 술 한잔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기다려질 때도 있다”며 “혼자였다면 가지 않았을 가게들도 자주 찾게 되면서 동네 상권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서모임 역시 지역 상권의 새로운 손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주연씨(34)는 격주마다 동명동의 한 카페나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대관 공간에서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회원들은 지정된 책을 읽고 토론을 한 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옮겨 대화를 이어간다.

이씨는 “소개팅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공통 관심사가 있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며 “모임을 하면서 자주 찾는 카페와 식당이 생겼고, 회원들끼리 다른 문화생활도 함께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동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8)는 최근 들어 독서모임과 스터디 모임 예약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평일 저녁이면 6~10명 규모의 모임이 매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고, 한 달에 두세 차례 이용하던 모임이 이제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예약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요즘 단체 테이블을 찾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며 “모임이 끝난 뒤 음료를 추가 주문하거나 디저트를 함께 먹는 경우도 많아 객단가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다시 방문하거나 다른 모임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어 자연스럽게 단골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에는 익숙하지만 직장이나 학교 밖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는 줄어들면서 관심사를 중심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로 멀리 이동하기보다 생활권 안에서 여가를 해결하려는 수요도 동네 모임 확산을 이끌고 있다.

다만 모임 문화가 커질수록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단체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나 회비를 걷은 뒤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사례가 발생하면서 상인과 참가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외식업계 관계자는 “취미모임은 단순한 친목을 넘어 지역 상권에 꾸준한 소비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동네 가게 입장에서도 정기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건강한 모임 문화가 정착된다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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