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의 감동은 서정성(抒情性)에서 시작된다
장경화 광주문화재단 이사
입력 : 2026. 06. 11(목)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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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화 광주문화재단 이사
좋은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섬세한 공감의 서정성에서 시작되어 진다고 볼 수 있다. 예술에 서정성은 예술가의 진솔한 감정과 내면세계의 감동적 형상성을 통해 느껴진다. 기쁨, 슬픔, 그리움, 사랑, 희망, 외로움 같은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에 따라 그 예술의 형상력에 공감하는 감동을 서정성이라 할 것이다. 예술에 있어 다양한 양식과 내용에 서정적 감동은 차이로 나타날 수 있겠으나 좋은 작품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공감과 감동이 있다.

한 편의 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언어의 화려함이 아닌 시인 내면의 진실한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며, 한 폭의 그림이 마음을 울리는 것도 색채와 양식이 아닌 작가 삶의 이야기와 감정이 진솔하게 형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 역시 뛰어난 기교보다 인간의 감정을 절실하게 담아낼 때 깊은 울림을 전달받는다. 즉, 예술에 있어 감동의 본질은 세련된 태크닉이나 형식보다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서정성에 있다는 의미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아름다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슬픔, 기억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 서정성을 찾을 수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을 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그 시대 상황 속에 희생된 소년과 주변 인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의 깊이로 시대 상황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서정성은 낭만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비극의 서정성, 기억의 서정성, 인간 존엄의 서정성이라고 할 것이다. ‘소년이 온다’는 등장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침묵이 공감하는 그 지점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인간의 슬픔과 존엄, 기억의 문제가 우리의 마음속에 남게 하는 것이다. ‘한강’ 소설의 서정성은 시대의 비극을 넘어 문학적 형상력의 깊이를 이해하는 감동에 있다고 본다.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빈치, 1504)는 인류 예술품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그 작품에서 서정성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 장면이 아니라, 인물 내면의 조용하고 섬세함에서 나온다. 여인의 미소는 신비성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사색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사람마다 각자의 감정과 정서에 울림을 받는다. 그리고 여인의 차분한 자세와 안정된 시선으로 관람자를 바라며, 과장된 표현없이 평범한 사람의 감정을 잔잔하게 전달해 준다. 특히 작품을 통해 유럽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화풍인 몽환적인 자연 풍경이 인물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모나리자’는 인간과 자연의 시적 조화의 서정성은 “말 없는 사색의 미학”, “인간 내면의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각자의 감정과 기억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80년대 ‘민중미술’은 표현이 험스럽고 아름답지 못하다. 이러한 예술에도 서정성 존재하는가? 민중미술은 단순히 아름답고 감성적인 표현보다는 민중의 삶과 고통, 희망과 연대의 감정, 시대 상황 반영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형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자, 농민, 서민 등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 삶 속에서. 사회적 억압과 현실적 모순과 고발, 저항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고통과 극복에서. 공동체의 가치와 연대로 함께하는 사람에서. 민주화운동, 노동.환경운동, 역사적 경험과 기억으로 슬픔과 추모가 미학적 승화에서 서정성이 발견되고 있다.

1980년 5월, 현장 화가로 ‘한국민중미술’ 대표성을 갖는 ‘홍성담’의 작품에서의 서정성을 찾아보자. 대다수 그의 작품에서 민주화운동과 우리 사회의 주요 사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공동체의 기억,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자주 표현되고 있다.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 인간에 대한 연민, 공동체 기억의 깊이가 그것이다. 따라서 홍성담의 작품에 서정성은 “민중의 삶과 역사를 공감하는 인간적 정서”로 역사와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결합, 관람자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을 요구한다.

예술이 아무리 화려한 기법과 새로운 형식이라도 그 안에 사람의 숨결과 감동이 없다면 오래 기억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 줄의 시, 한 곡의 음악, 한 점의 그림이 시대와 역사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는 예술 작품 속에 인간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그리움, 당대의 진솔한 삶과 정신이 서정적 감동으로 시작되어 진다. 좋은 예술 작품은 시대를 상징하며, 시간을 넘어 인간과 인간,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인류의 아름다운 언어이다.
장경화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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