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 앓는 작가…치열한 예술혼 발휘
황신애 작가 시·그림책 출간·전시회 진행
18일부터 광주 금봉미술관…시·수필 등
장애인에 용기 선사…"선한 영향력 확산"
입력 : 2026. 04. 01(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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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애 작가
‘봄빛’


‘붉은 유채밭’
2003년 40살 때 발병한 다발성 경화증을 안고 살아온 주부시인 황신애씨가 최근 시·그림책 ‘이별은 나중에 온다’를 발간했다. 또 이 시·그림책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회는 오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광주 금봉미술관에서 진행한다. 시·그림책 에는 시 56편과 수필 4편, 색연필 그림 15점이 실렸다.

2017년 나온 황 시인의 2번째 시화집인 ‘파란 달팽이’ 이후 9년 만이다. 시인은 2002년 방송대 문학상에 시 ‘섬진강’이 가작으로 선정되고, 2015년 시화집 ‘모로’를 출간한 바 있으며, 2017년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운문부 대상과 2018년 산문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시인은 사지 마비로 왼쪽 손가락의 기능이 10% 정도만 남아있을 정도의 희귀병을 앓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지내는 그녀는 컴퓨터를 켜는 것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책상 위에 왼팔을 옮겨놓는 것도 혼자서는 힘들 정도다.

시구를 머릿속에 완전히 외워놓았다가, 왼손 검지로 자판을 두드려 시를 쓴다. 다발성경화증 판정을 받고 일곱차례 재발과 치료를 거듭한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중증장애가 됐다. ‘젓갈’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곤죽이 된 몸으로 형체도 없이/녹아내린 것도 모자라 고약한 냄새로 견뎌야 하는/나도 젓갈이 되고 싶은 것이다’고 말한다. 시·그림책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가 마련됐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신경 촉수에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현대의학으로는 원인과 치료법을 아직 알 수 없다. 뼈와 관절이 녹는 것 같은 뜨거운 통증이 계속되고 신경 장애로 운동 장애 및 마비가 지속된다.

2014년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되새겨 노트에 4B 연필과 지우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을 꽉 쥘 수도 없는 무력증과 떨림 때문에 물감이나 붓을 사용할 수 없었고, 한 작품당 색연필로 3만 번 이상의 획과 선을 그어 스케치를 완성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주검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과 동일시되는 순간을 겪고 나서였다. 그때부터 모로 뉜 공책 아래 페이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간된 시·그림책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독자들이 읽기 좋도록 가로매기 방식으로 제작했다. 누워서도 한 손으로 접히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시·그림책에 실린 15편의 그림과 전시에 초대된 20편의 작품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자화상과 제주를 여행하고 그린 바닷가 그림 등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황 시인은 2022년 ‘제5회 곽정숙 인권상’을 수상했다. 헌법재판소를 통해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 신청 제한에 대해 ‘헌법 불일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았던 지난날과 20년 이상 투병 생활 끝에 얻은 생명에 대한 강렬한 인식 및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로 예술적 감성을 모두 체험해온 황신애 시인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저의 예술적 삶이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고 비장애인들에게 실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회 오픈식과 사인회는 18일 진행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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