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다가 지켜낸 평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서해
입력 : 2026. 03. 25(수)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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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광주지방보훈청 선양팀장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고조와 국제 분쟁의 확산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일깨운다. 평화는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 평화는 스스로 유지되는 질서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와 힘, 그리고 공동체의 노력으로 지켜지는 인위적인 질서에 가깝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평온 역시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바다는 이러한 국제 질서의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하는 교역의 길이자 국가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동시에 국가 간 이해관계와 긴장이 충돌하는 안보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교역의 대부분이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주요 해상 교통로의 안정은 곧 경제의 안정과 직결된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해양 질서에 깊이 의존하는 나라다. 자원과 내수 시장이 제한된 우리는 무역을 통해 성장해 왔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가진 국가로,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이 해외 교역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의 산업과 경제, 그리고 일상은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된 교역망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전략 공간이 된다. 바다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영해를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경제와 국민의 삶,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

서해 역시 그러한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전략적 해역이자 국가 안보의 최전선인 이 바다에서는 실제로 여러 차례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위리는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그리고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을 기억한다.

이 세 사건으로 55명의 장병이 목숨을 바쳐 서해를 지켜냈다. 차가운 파도와 긴장 속에서도 그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냈다.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이러한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안보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해수호의 날은 단순한 추모의 날이 아니라 기억과 책임의 날이다.

서해를 지킨 장병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친구였으며,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조국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거친 바다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제11회 서해수의 날을 맞아 잠시 서해를 떠올려 보자. 거친 파도 속에서도 묵묵히 나라를 지킨 이름들을 기억해보자. 우리가 그 이름을 잊지 않는 한, 그들의 희생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강한 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서해수호의 날은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북한의 대표적인 서해도발을 상기하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로 지정하고 기념식 등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의 바다 서해, 평화와 번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우리 고장 광주에서도 광주지방보훈청 주관으로 같은 날 연평도 포격전의 희생자인 故 서정우 하사의 흉상이 있는 광주 문성중학교에서 자체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문성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서정우 하사 흉상 참배, 아이들의 남긴 ‘기억의 파도’ 참여형 추모행사 등 서해수호 55용사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보훈은 과거를 기리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오늘의 가치로 이어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보훈이 된다.

특히 미래세대가 이러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이승민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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