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달라질까?
강혜경 문학박사·문화기획자
입력 : 2026. 02. 12(목)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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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문학박사·문화기획자
[문화산책]전남·광주 행정통합이 현실이 된다면, 문화예술의 생태 지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통합은 단순히 행정 구역을 합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행정 체계가 달라지면 예산의 흐름이 재편되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조정된다. 시민의 생활 동선도 새로 그려진다. 문화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가장 빠르게 번역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통합 논의는 곧 문화의 질문이기도 하다.

광주에는 뚜렷한 문화적 축적이 있다. 금남로와 구도심은 시민의 기억이 응축된 공간이다. 5·18의 시간과 시민 축제의 장면이 켜켜이 쌓여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이 기억은 단지 과거의 서사가 아니라 오늘의 문화적 에너지로 작동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 2천만 명을 넘기며 창·제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과 전시, 미디어 콘텐츠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축적되며 지역을 넘어 확장되어 왔다. 나주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행정과 생활 기반을 갖추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4년 나주로 이전해 지역 문화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는 힘이다.

그러나 이 자산들은 아직 ‘점’으로 존재한다. 금남로는 금남로대로, ACC는 ACC대로, 나주는 나주대로 움직인다. 서로를 유기적으로 잇는 운영 구조는 충분히 단단하지 않다. 콘텐츠는 제작되지만 다른 공간으로 순환하지 못하고, 지원은 이루어지지만 광역 단위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축적은 있지만 연결은 약하다. 문화는 존재하지만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통합의 의미를 묻는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더 많은 기관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산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나는 이를 ‘광역 문화축 전략’이라고 부르고 싶다. 구도심-ACC-황룡강-나주 혁신도시를 하나의 시즌과 하나의 동선,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는 구상이다.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배열하는 일이다. 흩어진 점을 선으로 잇고, 그 선을 하나의 축으로 세우는 일이다.

황룡강은 이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황룡강은 지리적 경계이면서 생활권과 산업권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송정역과 산업단지, 나주로 이어지는 축 위에 놓여 있다. 그동안은 주변부로 인식되었지만,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심을 잇는 위치에 있다. 나는 황룡강을 상징 조형물의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이곳은 중심을 대체하는 곳이 아니라 중심을 확장하는 문화적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머물고 다시 이동하는 연결의 노드다. 노드는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흐름을 만들어내는 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광역 시즌제 운영이다. ACC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구도심에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황룡강 권역에서 체류형·야외형 콘텐츠로 전환되며, 나주에서는 레지던시와 포럼, 지원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공간을 옮기며 다른 얼굴로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문화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이동과 체류의 설계다. 문화 전략은 교통 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 주말·야간 순환 동선, 광역 환승 연계, 통합 관광 패스 같은 실질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시민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동이 불편하면 문화는 확산되지 않는다. 체류 시간이 늘어야 지역 상권과 관광, 산업도 함께 살아난다. 통합은 행정 통합이 아니라 생활 동선의 통합이어야 한다는 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셋째, 거버넌스의 재구성이다. 지자체와 ACC, 예술위, 민간 제작사, 관광·MICE 분야가 함께 시즌을 기획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상설 운영 구조가 필요하다. 문화는 단일 기관의 힘으로 지속될 수 없다. 평가 지표 또한 행사 횟수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 시간, 지역 창작자 참여율, 콘텐츠의 재유통, 민간 투자 연계와 같은 구조적 지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축은 유지된다.

필자는 통합을 ‘규모의 확대’라기보다 ‘질서의 재배치’로 본다. 금남로는 기억의 중심으로, ACC는 제작의 중심으로, 나주는 지원과 확산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황룡강은 이 흐름을 연결하는 축으로 작동할 때 통합은 시민의 경험 속에서 실체를 갖는다. 통합의 성패는 청사의 위치가 아니라 연결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생활권, 하나의 문화권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점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선을 만들고, 그 선을 이어 축을 세우는 일이다. 통합이 현실이 된다면 문화예술의 생태 지도는 그렇게 다시 그려져야 하며, 그 변화는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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