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시단 발전에 작지만 보탬 역할 ‘발현’
단정(민병훈)
입력 : 2026. 01. 01(목)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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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민병훈)
어설픈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며 갓 익은 김치 한 젓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녀 앞에서 무얼 먼저 말해야 할까를 한참 고민하다가 비로소 꺼낸다는 게 “나 등단했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제가 맞을 겁니다.(‘들꽃 같은 아내’를 향한 일종의 헌사입니다)

느닷없는 당선소감 몇 줄을 쓰려다 기어코 잠든 강아지를 깨워 새카만 두 눈을 한참 쳐다보곤 이내 웃었습니다. 그만큼 착하디 착한 아이가 제 곁에 있어주었다는 게 축복인지도 모르니까요.(‘지극히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헌사이기도 합니다)

영하 십여 도를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내내 생각했던 말투들은 다정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을 담담함과 묵묵함이 더 앞선다고 늘 믿어온 편이기도 하고요. 인연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늘 고마운 분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여전히 부족한 건 재능이요. 그걸 무마하려는 노력으로 임해온 건 아닐까 하는 착각, 회의, 갈등, 피로가 역력하였음에도 늘 곁에서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한테 가장 먼저 큰 고마움을 표하고자 합니다.

되지도 않을 1980년대의 유행처럼 “동인지”를 발간하겠다며 사람들을 모았었고 뜻과 결이 맞는 분들을 소중히 모셔놓은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동인지를 창간하진 못했지만 그만한 열기와 노력이 지속될 수 있었다면 그걸로도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시와 지성’ 동인들과 함께 이 영광을 나누고자 합니다. ‘문학회’에서 시장이라는 타이틀로 누누이 “부끄럽지 말자”며 후배들을 다독거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 ‘백사’라는 이름을 갖고도 많은 인연들이 아직까지 이어져온 건 순전히 제 게으름과 무능을 너그러이 이해해 준 사람들 덕택이었나 봅니다.(생각해 보니 ‘생활도서관’ 시절도 있었습니다)

제 가족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그 인연들, 동기들과 선후배 그리고 동인 내지는 동지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너는 늘 나였고 벽은 늘 문이었습니다. 노력이 곧 성공이라는 말을 끝까지 믿어준 게 보탬이 됐고 그 말을 증명했다는 게 가장 기쁩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매일 시를 읽고 매일 시를 썼습니다. 일상은 정직했고 그래서 결과는 당연하며 담담할 뿐이니까요.

시를 쓰다가 죽는 사람이 비로소 진짜 시인이라고 늘 외워왔습니다. 그 말을 실천하도록 하겠고요. 온라인에서도 기쁨을 함께 할 인연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 소중한 이름들 앞에도 수줍은 인사 몇 마디를 남겨놓을게요. 사랑은 늘 아끼고 보듬고 또 보호하는 일이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그 말 역시 다시금 꺼내놓습니다. 시대를 직시하며 분노를 감추지 말자는 말도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말 역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늘 부족함을 알고 늘 배우면서 늘 겸허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적어두려고 합니다. 항상 스승이었으며 심지어 더러는 반면교사 역할까지도 해온 대한민국의 모든 시인들께도 약소한 보답을 드릴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합니다. 시단의 발전에 미소하게나마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는 데 제 생을 걸겠다는 말씀입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신문사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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