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초록, 순정
- ‘죽녹’의 휘파람에 답함
단정(민병훈)
입력 : 2026. 01. 01(목)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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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았나요



하늘대는 댓가지들 서로 부딪쳐 휘파람을 불던 곳

그대 처음 닿을 듯 말 듯 손끝에 느낀 바람의 촉감



사늘한 기운이 볼을 스칠 적마다 저절로 발개진 볼

댓잎 사이를 통과한 햇빛에 손바닥을 담그려다가

서로만 곁눈질하며 들키고 웃던 짤막했던 순간들



그해 담양의 봄, 뭉근하게 퍼지던 온기를요



또는

들어보았나요



연초록 잎새들로 아기자기하던 그 야트막한 비탈

흰나비 몇 서성대다 그늘을 찾아 숨죽여 앉던 곳



속살대던 바람이 어느 순간 제 숨을 고르고 나면

시리게 맑은 눈가에도 물빛은 점점 더 투명해져

죽녹의 피리음을 엮어 그 숲에 내던지던 순간을



그해 담양의 봄, 멍울처럼 핀 가슴속 죽순을



다시

들어보았나요



숨 가쁜 출근길 전철 안에서 유튜브 클립을 열다

무심코 마주치게 되는 대숲 속 푸른 창공을 열면



비로소 그대 귓가에 와닿는 그해 숲 속의 밀어들

죽녹의 휘파람으로 사각대는 바람의 수줍음을

그대 귀에만 들리게 만든 머뭇거리는 고백을요



그해 담양의 봄, 둥그렇게 흐르던 구름처럼요



(그대가 제 인생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것처럼)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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