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
"아이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며 묵묵히 써 나갈 터"
윤소정
윤소정
입력 : 2026. 01. 01(목) 22:33
본문 음성 듣기
가가
동화 당선자 윤소정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외할머니 댁의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인 병아리가 살던 곳이었죠. 마당 한구석의 하얀 강아지도 떠올랐습니다. 겁이 많던 저는 그들을 피해 최대한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지만요. 안방 깊숙한 곳의 다락방, 본채와 떨어져 있던 창고, 그 안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던 동화책. 외할아버지는 그 책들이 엄마가 어렸을 때 읽던 것이라며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어린 엄마의 손때가 묻어 있는 동화책은 정말 보물 같았어요. 누렇게 빛바랜 종이에 담긴 이야기들이 어찌나 정겹게 느껴지던지요.
한때는 전공 서적이 아닌 책을 읽는 것이 사치라 여겼습니다. 소설 한 권 읽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던 시기였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을 찾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동화로 풀어낸 책을 만난 순간, 흑백의 활자로만 떠돌던 지식이 선명한 색으로 물들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동화가 다시 보였어요. 당연하게 지나치던 어린이 자료실은 옛날 외할머니 댁 창고처럼 신비로운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 욕심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에이, 넌 상상력이 부족하잖아. 안돼.’라며 포기하려는 나와, ‘뭐 어때, 일단 한번 써봐.’라고 등을 떠미는 내가 싸웠습니다.
동화를 쓰는 2년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발전이 없을까? 반짝이는 이야기를 쓰기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글을 향한 마음이, 애정이 아닌 집착인가 싶어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저녁,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도서관 동아리에서 문우들과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던 중이었죠. 당연히 차를 빼달라는 연락이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무시하던 제가 그날따라 서둘러 전화를 받은 이유였어요. 수많은 당선 소감에서 보았던 그 믿기지 않는 순간은 그렇게 제게 찾아왔습니다.
동이 트기 전 새벽하늘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되뇌며 견뎌온 한 해였습니다. 그 끝에 받은 이 기쁜 소식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달콤한 격려이자, 더 치열하게 쓰라는 엄중한 채찍질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나누고 곁에서 힘이 되어준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멈추지 않고,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묵묵히 써 내려가겠습니다.
한때는 전공 서적이 아닌 책을 읽는 것이 사치라 여겼습니다. 소설 한 권 읽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던 시기였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을 찾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동화로 풀어낸 책을 만난 순간, 흑백의 활자로만 떠돌던 지식이 선명한 색으로 물들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동화가 다시 보였어요. 당연하게 지나치던 어린이 자료실은 옛날 외할머니 댁 창고처럼 신비로운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 욕심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에이, 넌 상상력이 부족하잖아. 안돼.’라며 포기하려는 나와, ‘뭐 어때, 일단 한번 써봐.’라고 등을 떠미는 내가 싸웠습니다.
동화를 쓰는 2년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발전이 없을까? 반짝이는 이야기를 쓰기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글을 향한 마음이, 애정이 아닌 집착인가 싶어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저녁,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도서관 동아리에서 문우들과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던 중이었죠. 당연히 차를 빼달라는 연락이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무시하던 제가 그날따라 서둘러 전화를 받은 이유였어요. 수많은 당선 소감에서 보았던 그 믿기지 않는 순간은 그렇게 제게 찾아왔습니다.
동이 트기 전 새벽하늘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되뇌며 견뎌온 한 해였습니다. 그 끝에 받은 이 기쁜 소식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달콤한 격려이자, 더 치열하게 쓰라는 엄중한 채찍질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나누고 곁에서 힘이 되어준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멈추지 않고,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묵묵히 써 내려가겠습니다.
광남일보@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