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범상치 않은 상상력…끝까지 긴장 유지
정강철(소설가·광주광덕고 국어교사)
입력 : 2026. 01. 01(목)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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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철 소설가
예상보다 많은 응모작에 놀랐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우울한 단면,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에서 겪는 아픔과 상처를 담아낸 작품들이 오늘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았다. 코로나 이후 가상의 감염병 확산을 기후 위기 문제와 연계했거나 갑작스러운 퇴직 이후 실직자 가장의 고뇌,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영향 때문인지 5·18 소재의 이야기도 많았다. AI 인공지능 인물, 웹툰이나 판타지풍의 장르 소설, 좀비 호러가 등장하는 오컬트 류의 응모작이 늘어난 것도 시대의 현상으로 읽혔다. 일정한 수준과 개성을 갖춘 작품들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렀다.

‘문장의 집’은 꿈이 없는 사람이거나 누군가의 엄마, 아직 끝나지 않은 내력을 가진 입주민을, 집주인이 문장으로 선발하겠다는 기발한 조건과 매력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으나 주제가 뚜렷한 만큼 주제의 깊이에 억눌린 흔적이 역력했다. ‘표류’는 안정된 문장과 상어라는 존재가 의미하는 알레고리에 주목했으나 불행한 가족사를 짧은 구성에 집약적으로 제시하려다 보니 작은 그릇에 넘친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검은 우화’도 좋았다. 배후 조종에 의한 그림 그리기로 진실을 추구하는 고행의 행적을 드러냈는데 날개가 돋아 성충으로 진화하는 벌레를 통해 성장을 위한 아픔을 기록하겠다는 의지가 선명했다. ‘원숭이 인간’은 오랜 수련을 짐작하게 하는 유려한 경어체 문장에다 진화생물학의 낯설고 웅혼한 화제를 범상치 않은 상상력과 한 발짝 비껴보는 발상으로 소화해냈다. 결말을 암시하지 않은 채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조각을 통한 창조 행위가 분열이나 갈등이 아닌 화해의 모색이라는 작가의 의도로 이어졌다는 게 단연 돋보였다.

두 작품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검은 우화’는 신춘문예 당선 공식을 알고 쓴 것 같은 매끄러운 구성과 능란한 문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무결점의 능숙함이 오히려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원숭이 인간’은 결말을 향해 도도하게 치닫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진화적 화소라는 원형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덧칠하여 시선을 끌었다는 점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상상력은 작가가 마땅히 펼쳐서 수행해야 할 과제이고 소설은 결국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도전의 역사라는 점에서, 신인의 참신한 시도를 기다리는 신춘문예의 취지에 부합한다 여겨 ‘원숭이 인간’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작가의 역량을 믿고 대성을 기대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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