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심사평
비평 언어 풍요롭게 확장…장르 횡단을
김영삼(문학평론가·전남대 연구교수)
김영삼(문학평론가·전남대 연구교수)
입력 : 2026. 01. 01(목)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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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평론가
예년보다 압도적으로 늘어난 평론 응모작들이 반가웠다. 문학평론은 그 중 절반 정도였다. 나머지는 연극, 뮤지컬, 발레극, 사진, 만화, 영화, 드라마 등에 대한 비평들이었다. 흔들리는 문학의 위상(이라는 게 언제 있었던가)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횡단성이 비평의 언어를 풍요롭게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즐거움이 더 컸다.
문학평론의 경우, 올해 상반기 히트작인 성해나 소설에 대한 비평과 영원한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비평들이 많았다. 전자의 경우 당대의 문학적 맥박과 함께 호흡하고 공명한다는 점은 반가웠지만, 기존 비평들의 해석과 차별화되는 입사각은 부족해 보였다. 후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한강 작가가 구축한 아우라에 압도당한 나머지 작품 바깥의 시선에서 당도한 언어들이 부재했다. 익숙한 문법들이었다. 개별적 취향에 천착한 작가론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독자로서 느낀 압도적 정동이 비평의 문법을 삼키는 형국이었다.
비-문학 장르 평론의 경우, 현재 세계를 신유물론 철학으로 재사유하는 메타적 문법의 글들이 많았다. 이 우연한 공약수는 그것이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시급하고 당면한 문제라는 사실을 지시하는 하나의 징후로 읽혔다.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만화시리즈를 통해 AI 시대의 휴머니즘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점검한 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영화를 교차 검증한 글들이 사례가 되겠다. 인간세계를 묵시록적으로 고찰하면서 인간-행위자를 비판의 심문장에 회부했다는 측면에서 값진 성과들이었음을 밝혀둔다.
김지원씨의 ‘만화 체인소 맨의 탈-경계적 잡식성’은 앞선 아쉬움을 일거에 해소하는 글이었다. 작품 분석과 이론의 적용이 과잉되지 않으면서 비판의 논점을 유지하는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 시대와 불화하는 해당 장르의 기형적인 소비구조를 비판하는 비평가적 안목도 인상적이었다. 매니아적 언어와 감수성을 비평 언어로 풀어내는 문장들은 부러울 정도였다. 그 중 식인 행위에 대한 담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비평으로 확장되어도 충분해 보였다. 다만 해당 담론이 다른 장에 더 어울려 보이는 구성의 어긋남과 글의 주제를 보편성의 차원으로 설득하는 데 소홀했다는 점이 유이한 고려의 대상이었다.
고심 끝에 최지안 씨의 ‘몸의 언어가 자신만의 인도를 관철할 때: 광주시립발레단 DIVINE’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무엇보다 단련된 칼날로 벼려진 듯한 시적 문장이 압도적이었다. 감상의 언어와 이론적 언어의 절제된 조화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각각의 부분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구성적 긴장감도 돋보였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오월에 대한 애도가 ‘시혜적인 레퀴엠’으로 경도되는 길을 ‘DIVINE’이 어떤 형식으로 우회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컨템포러리 발레극이 어떻게 정치를 초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는 비평의 성과보다 작품의 성과에 가깝다. 이 글의 미덕은 작품의 공간 언어와 물질 언어들(무대장치, 조명, 동선, 시선, 배치 등)이 정치적 정동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몸 언어의 패권’을 반-언어적으로 표현한 극의 (무)언어를 절제되고 날카로운 비평의 언어로 각인한 데에 있다. 다만 헤겔의 변증법과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차용한 설명은 좀 더 치밀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철학의 언어가 날것으로 노출되거나 무책임하게 스케치될 때의 거리감이 그대로 글의 가독성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제와 충실함의 균형점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분했으므로 최지안 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다양한 장르를 간섭하며 횡단할 것을 믿으며 축하의 말을 전한다.
문학평론의 경우, 올해 상반기 히트작인 성해나 소설에 대한 비평과 영원한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비평들이 많았다. 전자의 경우 당대의 문학적 맥박과 함께 호흡하고 공명한다는 점은 반가웠지만, 기존 비평들의 해석과 차별화되는 입사각은 부족해 보였다. 후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한강 작가가 구축한 아우라에 압도당한 나머지 작품 바깥의 시선에서 당도한 언어들이 부재했다. 익숙한 문법들이었다. 개별적 취향에 천착한 작가론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독자로서 느낀 압도적 정동이 비평의 문법을 삼키는 형국이었다.
비-문학 장르 평론의 경우, 현재 세계를 신유물론 철학으로 재사유하는 메타적 문법의 글들이 많았다. 이 우연한 공약수는 그것이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시급하고 당면한 문제라는 사실을 지시하는 하나의 징후로 읽혔다.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만화시리즈를 통해 AI 시대의 휴머니즘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점검한 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영화를 교차 검증한 글들이 사례가 되겠다. 인간세계를 묵시록적으로 고찰하면서 인간-행위자를 비판의 심문장에 회부했다는 측면에서 값진 성과들이었음을 밝혀둔다.
김지원씨의 ‘만화 체인소 맨의 탈-경계적 잡식성’은 앞선 아쉬움을 일거에 해소하는 글이었다. 작품 분석과 이론의 적용이 과잉되지 않으면서 비판의 논점을 유지하는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 시대와 불화하는 해당 장르의 기형적인 소비구조를 비판하는 비평가적 안목도 인상적이었다. 매니아적 언어와 감수성을 비평 언어로 풀어내는 문장들은 부러울 정도였다. 그 중 식인 행위에 대한 담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비평으로 확장되어도 충분해 보였다. 다만 해당 담론이 다른 장에 더 어울려 보이는 구성의 어긋남과 글의 주제를 보편성의 차원으로 설득하는 데 소홀했다는 점이 유이한 고려의 대상이었다.
고심 끝에 최지안 씨의 ‘몸의 언어가 자신만의 인도를 관철할 때: 광주시립발레단 DIVINE’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무엇보다 단련된 칼날로 벼려진 듯한 시적 문장이 압도적이었다. 감상의 언어와 이론적 언어의 절제된 조화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각각의 부분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구성적 긴장감도 돋보였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오월에 대한 애도가 ‘시혜적인 레퀴엠’으로 경도되는 길을 ‘DIVINE’이 어떤 형식으로 우회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컨템포러리 발레극이 어떻게 정치를 초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는 비평의 성과보다 작품의 성과에 가깝다. 이 글의 미덕은 작품의 공간 언어와 물질 언어들(무대장치, 조명, 동선, 시선, 배치 등)이 정치적 정동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몸 언어의 패권’을 반-언어적으로 표현한 극의 (무)언어를 절제되고 날카로운 비평의 언어로 각인한 데에 있다. 다만 헤겔의 변증법과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차용한 설명은 좀 더 치밀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철학의 언어가 날것으로 노출되거나 무책임하게 스케치될 때의 거리감이 그대로 글의 가독성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제와 충실함의 균형점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분했으므로 최지안 씨의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다양한 장르를 간섭하며 횡단할 것을 믿으며 축하의 말을 전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