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수·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북극항로 대응 전략
박근식 전남도 해운항만과장
입력 : 2025. 10. 27(월)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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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식 해운항만과장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닫혀 있던 북극항로가 세계 해운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경로(약 2만㎞)대비 약 1만 5000㎞로 5000㎞가량 짧아 항해 기간이 40일에서 30일로 10일가량 단축되는 이점이 있어 최근 수년간 북극항로를 이용한 벌크선 및 LNG선의 상업 운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중국·북유럽 국가들은 이 항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항만 및 물류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지자체에서도 항만별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각 항만이 개별적으로 북극항로 대응 기능을 갖추는 방식은 자원 분산과 예산 중복이라는 비효율을 초래해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항만별 산업 특성과 물류 기능을 고려한 전략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2024년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은 전체 물동량의 95%가 환적중심의 컨테이너 화물이고 여수·광양항은 액체 및 벌크화물이 84%, 울산항은 정유·화학 중심의 액체화물이 80%, 포항항은 철강 원자재 중심의 화물이 94%를 차지하는 등 각 항만은 인근 산업단지와 밀접하게 연계된 고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항만별 기능 특성에 따라서 북극항로 대응 전략은 국내 항만별 기능의 중복이 아닌 차별화, 항만 간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에 기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수·광양항은 2013년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약 4만t의 나프타를 수입하며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 운항 실증에 성공했고,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LNG 저장 인프라의 경우, 현재 93만㎥에서 2028년까지 193만㎥로 확대될 예정이며 처리 화물의 89%가 원유·LNG·철광석 등 비컨테이너 화물로 구성돼 있다.
2023년에 북극항로를 운항한 선박은 벌크화물선 122척, LNG선 77척인 반면, 컨테이너선은 기항지 부족으로 3척밖에 운항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비컨테이너 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수·광양항이 북극항로의 기종점 및 환적항만으로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수·광양항이 이러한 자원 직수입, 에너지 연계, 산업 배후지 등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반 위에서 북극항로의 실질적 거점항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허브 항만화다. 북극해 인근에서 생산되는 원유·가스 등의 저렴한 자원이 본격 유통될 경우, 여수·광양항은 이를 대규모로 비축·가공하여 세계로 재공급하는 에너지 중심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친환경 연료 벙커링 기지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분야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이에 따라 LNG,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 기반과 LNG 저장 인프라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친환경 연료 공급의 선도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셋째, 수리조선 및 해양플랜트 정비 클러스터 조성이다. 북극항로는 혹한과 빙해로 인해 선박 손상이 잦고 장거리 항해에 따른 정비 수요도 크다. 광양항은 제철소 기반의 기계·부품 산업이 발달해 수리조선 클러스터와 해양플랜트 정비 거점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넷째, 자동화 물류 기능 및 해운 서비스 강화다. 자동화 컨테이너 부두의 조기 구축과 배후단지 연결 인프라를 확충해 복합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장거리 항해 선박을 위한 선용품 공급과 선원 교대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여수·광양항이 해운 서비스 기능까지 아우르는 ‘종합 해상 플랫폼 항만’으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여수·광양항의 자원 물류, 에너지 연계, 산업 배후지 등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반을 바탕으로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실행전략이 완성되면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물류의 지도는 바뀌고 있고 북극해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북극항로 거점항만 개발에 본격 돌입한 지금, 우리 역시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여수·광양항은 에너지, 산업, 정책, 기반시설의 네 가지 축을 모두 갖춘 복합항만으로 거듭난다면 조만간 지역항만을 넘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항만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경로(약 2만㎞)대비 약 1만 5000㎞로 5000㎞가량 짧아 항해 기간이 40일에서 30일로 10일가량 단축되는 이점이 있어 최근 수년간 북극항로를 이용한 벌크선 및 LNG선의 상업 운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중국·북유럽 국가들은 이 항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항만 및 물류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지자체에서도 항만별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각 항만이 개별적으로 북극항로 대응 기능을 갖추는 방식은 자원 분산과 예산 중복이라는 비효율을 초래해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항만별 산업 특성과 물류 기능을 고려한 전략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2024년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은 전체 물동량의 95%가 환적중심의 컨테이너 화물이고 여수·광양항은 액체 및 벌크화물이 84%, 울산항은 정유·화학 중심의 액체화물이 80%, 포항항은 철강 원자재 중심의 화물이 94%를 차지하는 등 각 항만은 인근 산업단지와 밀접하게 연계된 고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항만별 기능 특성에 따라서 북극항로 대응 전략은 국내 항만별 기능의 중복이 아닌 차별화, 항만 간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에 기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수·광양항은 2013년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약 4만t의 나프타를 수입하며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 운항 실증에 성공했고,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LNG 저장 인프라의 경우, 현재 93만㎥에서 2028년까지 193만㎥로 확대될 예정이며 처리 화물의 89%가 원유·LNG·철광석 등 비컨테이너 화물로 구성돼 있다.
2023년에 북극항로를 운항한 선박은 벌크화물선 122척, LNG선 77척인 반면, 컨테이너선은 기항지 부족으로 3척밖에 운항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비컨테이너 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수·광양항이 북극항로의 기종점 및 환적항만으로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수·광양항이 이러한 자원 직수입, 에너지 연계, 산업 배후지 등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반 위에서 북극항로의 실질적 거점항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허브 항만화다. 북극해 인근에서 생산되는 원유·가스 등의 저렴한 자원이 본격 유통될 경우, 여수·광양항은 이를 대규모로 비축·가공하여 세계로 재공급하는 에너지 중심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친환경 연료 벙커링 기지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분야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이에 따라 LNG,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 기반과 LNG 저장 인프라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친환경 연료 공급의 선도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셋째, 수리조선 및 해양플랜트 정비 클러스터 조성이다. 북극항로는 혹한과 빙해로 인해 선박 손상이 잦고 장거리 항해에 따른 정비 수요도 크다. 광양항은 제철소 기반의 기계·부품 산업이 발달해 수리조선 클러스터와 해양플랜트 정비 거점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넷째, 자동화 물류 기능 및 해운 서비스 강화다. 자동화 컨테이너 부두의 조기 구축과 배후단지 연결 인프라를 확충해 복합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장거리 항해 선박을 위한 선용품 공급과 선원 교대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여수·광양항이 해운 서비스 기능까지 아우르는 ‘종합 해상 플랫폼 항만’으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여수·광양항의 자원 물류, 에너지 연계, 산업 배후지 등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반을 바탕으로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실행전략이 완성되면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물류의 지도는 바뀌고 있고 북극해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북극항로 거점항만 개발에 본격 돌입한 지금, 우리 역시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여수·광양항은 에너지, 산업, 정책, 기반시설의 네 가지 축을 모두 갖춘 복합항만으로 거듭난다면 조만간 지역항만을 넘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항만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