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삶 새긴 시집 들고 가을과 함께 왔다
주영국 시인 제3주기 유고시집 ‘구름 사내’
제7부 구성, 총 65편 등 수록…출판회 17일
‘자유의 몸’ 양기창 3시집 걷는사람서 출간
총 3부 구성, 옥중의 기록 등…출판회 10일
입력 : 2025. 10. 03(금)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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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국 유고시집 표지
주영국 유고시집 출판기념회 안내 팜플렛
양기창 시집 출판기념회 팜플렛
올 여름 시단의 특징은 1년 내내 꾸준하게 시집이 출판됐다는 것이다. 가을의 초입에서 달라진 것은 좀더 선명하고 명징해진 삶을 살아온 시인들의 시집들이 가을과 함께 대거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나온 시집들 역시 가물어진 시단을 촉촉하게 적시는 시집들이었만 완연하게 선선하게 만날 수 있는 10월 전후의 시집들은 저마다 사연이 융숭해진 작품집들이다. 올해 시끄러웠던 세상은 이제 차분해지고 있다. 더할나위 없이 독서를 하기에도 좋은 시즌을 맞은 가운데 이들 시집을 읽으며 사느라 황폐해진 감성을 어루만지는 것도 유익하게 일상의 시간을 꾸리는 일일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주영국 시인의 유고시집과 양기창 시인의 시집 등이 가장 눈길을 끄는 시집들이다.

먼저 주영국 시인의 제3주기(10.16)를 맞아 두번째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구름 사내’가 푸른사상 시선 215번째 권으로 나왔다. 주 시인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광주전남작가회의 김완 회장 시절,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면서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오월문학제’ 행사를 비롯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조직활동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2019년 10월에 그는 첫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푸른사상사 刊)을 출간해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안타깝게도 한창 창작을 할 나이인 2022년 향년 61세의 나이로 타계해 많은 문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이번 유고시집은 동료 문인들이 ‘주영국 유고시집 간행위원회’(위원장 김완 시인)를 구성해 엮어내게 된 것이다.

이번 유고시집은 제7부로 구성됐으며, 첫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 출간 전후의 발표작 51편과 미발표작 14편 등 총 65편의 시와 함께 공주대 대학원 시절의 석사학위 논문초록 및 김완 시집, 임지형 동화집의 서평이 수록됐다. 또 제6부와 제7부에는 김완 김수 박관서 강대선 김옥종 함진원 성미영 오하린 강희정 한경훈 박신영 김윤환 이화경 등 동료 문인 22명이 쓴 추모 시와 산문, ‘주영국론’ 등이 수록돼 고인의 생애와 삶을 기리고 있다. 시집의 권말에는 이승철 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의 ‘주영국 시인 연보’가 실렸다.

주 시인의 작품은 물의 존재성을 인식하고 사회학적 상상력을 확대, 심화한 시세계라는 평과 함께 탄탄한 구조와 절제된 미학으로 개성적인 문체를 보여주는 동시에 군복무 35년 동안 ‘기상예보관’으로 하늘과 바람과 구름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인의 삶을 바탕삼아 창작된 작품들이어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번 시집 출판기념회는 오는 17일 오후 4시 광주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주영국 유고시집 간행위원회’ 주최로 진행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은 양기창 시인
양기창 시집 표지
이어 2014년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양기창 시인은 2023년 두번째 시집 ‘쏠 테면 쏘아 봐라’에 이어 3년여만에 세번째 시집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을 걷는사람시인선 129번째 권으로 펴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원구치소에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출소, 재판을 진행 중이던 중 다시 구속됐으나 풀려났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구속 상태였다. 하지만 시집이 나온 직후 지난달말 민주노총 국가보안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면서 그는 자유의 몸이 됐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더욱 더 의미를 갖는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기간에 집필된 옥중 시편들을 중심으로, 시인이 걸어온 삶과 사유의 궤적을 집약한다. 청년 시절 광주에서 문학을 시작해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그의 이번 시집은 구호와 이념을 넘어선 내밀한 언어의 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시집은 총 3부로 구성, 옥중에서 견딘 일상의 기록, 자화상 연작을 통한 고독한 성찰, 그리고 고향과 자연 풍경 속에서 되살아난 공동체적 감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은 ‘노동’과 ‘영성’을 동시에 품는다. ‘나의 살던 고향은’, ‘물푸레나무’ 같은 작품은 어린 시절 광주의 풍경과 가족의 기억, 자연의 생명성을 통해 ‘대지적 생명’과 ‘공동체적 영혼’을 되살려 낸다. 노동자의 시선으로 시작된 언어가 인간 전체의 감정과 사유로 확장되는 지점이 이 시집의 특징이다.

특히 시대적 맥락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감옥과 노동의 풍경은 시인의 손을 거쳐 보편적 인간의 시간으로 변모한다. 독자는 그 속에서 억압과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언어의 불씨를 만나게 된다. 날카로운 고발 대신 담백한 진술과 절제된 묘사로 시적 힘을 일구어 내며, 오히려 그 담백함이 작품의 진정성을 더욱 깊게 각인시킨다.

김형수 시인은 발문에서 “양기창의 언어들은 근대적 사유의 산물인 ‘데생’이 아니라 ‘마음’을 포착한다”라고 평하며, 이번 시집을 “노동자 시인의 우정 어린 저항”으로 정의한다.

양기창 시인은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 광주전남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시집 ‘불사조 사랑’은 전남문화재단 창작기금 지원작으로, 세종도서에 선정됐으며, 시집 ‘쏠 테면 쏘아 봐라’는 백신애문학상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민주노총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1년 2개월간 수형 생활을 했으나, 2025년 5월 15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안양교도소에서 석방됐다. 현재 전국현장조직추진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10일 오후 4시 광주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다. 축사와 시낭송에는 나종영 이승철 시인, 이광재 소설가, 유종 시인, 강희정 시인 등이, 축하공연에는 촛불가수인 서광석과 산악회 친구들, 인간무화재 판소리 이수자인 이지선(광주시립창극단원), 가수 백자가 각각 함께 한다. 시집 해설을 쓴 김형수 관장(신동엽문학관)도 연단에 올라 양기창 시인의 시세계를 들려줄 예정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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