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기쁨과 희망 지속…사람들 행복해지길"
[전남작가] 시인 겸 평론가 박철영
순천 머물며 제철소 노동자로 35년여 살며 창작 활동
시집·산문집·평론집 등 8권, 실천문학서 제4시집 출간
중소출판사 성장 지원 ‘여순 10·19 진실…’ 펴낼 방침
순천 머물며 제철소 노동자로 35년여 살며 창작 활동
시집·산문집·평론집 등 8권, 실천문학서 제4시집 출간
중소출판사 성장 지원 ‘여순 10·19 진실…’ 펴낼 방침
입력 : 2025. 09. 11(목)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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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영 시인
‘세상사를 말할때는/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중략…//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두 동강을 낸 뒤에야/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후략…’
시인의 시 ‘늙은 호박’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삶 속 지혜 혹은 깨우침을 일갈하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의 삶의 기준은 제각각일 것이다. 표피적으로 외관만 보며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시 첫줄인 ‘세상사를 말할때는/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라는 시행에서 이 시가 던지고 싶은 시적 메타포가 모두 응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는 시인은 뜨거운 해처럼 더 뜨겁게 삶을 데우는 심중의 해가 박혀 있는 삶을 응시한다. ‘늙은 호박’에서처럼 서민으로서 일상 속 자꾸 식어가는 삶을 데피며 노동자로서의 삶을 옹골차게 살아내기 위한 가투를 벌이고 있는 시인이 있다. ‘늙은 호박’의 시 해설에서 접했듯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올곧은 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남 순천에 머물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장에서 35년여 동안 노동자로서의 삶과 창작자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 있는 시인 겸 평론가인 박철영씨(전 순천작가회의 회장)가 그다.
박 시인은 시집 3권과 산문집 1권, 평론집 4권 등 저서만 8권을 펴냈을 만큼 왕성한 창작열정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박 시인은 유년기에는 시인이 꿈이 아니었다고 한다. 시집도 내고, 평론집도 내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나 보다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채 스무살이 되자 마자 생계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해야 했기에 시적 감수성이 있다기보다 그날 그날을 일기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것이 훗날 시의 단초가 됐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부평 시장 농심라면 대리점에서 일을 했죠. 짐바라고 하는 자전거로 시장 안에 상품을 배달해 주는 일이었지요. 그때 서너 달이 지나면서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시로 자리잡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의 시적 배경은 결국 일을 해야 했던 청년기에 현실화됐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시인의 연배에는 다들 먹고 살기 위해 노동자로 살아낸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시인 역시 인천 부평시장에서 대학이라는 부픈 꿈을 펼치기도 전에 노동에 먼저 눈을 떠야 했다. 조만간 실천문학에서 나올 그의 제4시집 수록작들이 상당수 노동 지향의 시편들로 알려지고 있는데, 결국 부평시장에서의 노동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체험들이 고스란히 응축돼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단한 일상이 펼쳐졌지만 삼중당 문고판 책들을 읽으며 문학청년이 됐던 듯 싶다. 시인 역시 다른 고교시절 청소년처럼 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있었다. 모두 안고 있는 것이기에 문학청년에의 꿈은 특별한 범주에 드는 것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범주로 간주한다.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은 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이니까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저는 형들이 읽었던 삼중당 문고(포켓에 들어가는 크기의 책)의 책들을 즐겨 읽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수업 시간에 읽다 혼난 적도 많았습니다.”
그의 청년 시절은 그렇게 노동을 하며 문학청년으로서 삶을 흘려보냈던 듯하다. 그가 시만 창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의외로 평론 집필에도 진심인 점을 보면 알려지기보다 훨씬 더 깊은 문학적 내공을 가진 것으로 귀결된다.
시 뿐만 아니라 평론 등 두 장르에 걸쳐 글쓰기를 하고 있는 그는 2002년 ‘현대시문학’ 시를 통해, 2016년 ‘인간과문학’ 평론을 통해 각각 시인과 평론가로 등단한다. 시에 비해 평론은 14년이나 늦은 출발을 보이지만 창작열정 만큼은 결코 시창작 못지 않다.
시와 평론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장르로 인식한다는 박 시인은 시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정제와 절제된 언어 형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충족할 만큼의 시적인 형상화를 구현한다는 데 있어 쉽지 않아 지금도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또 평론에 대해 자신과 다른 시인의 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라서 고통이 따른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평론 집필을 통해 300여 시인의 시를 평했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매번 고통이 따른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시인의 문학 속에 녹아있는 삶 또한 다르기에 항상 탐구하듯 변별적 요소를 찾아낸다는 것 역시 고통이면서 큰 보람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득 시인만의 시세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박 시인은 아직은 자신만의 시세계를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다만 서정성에 바탕한 삶의 이야기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써온 시적 성향을 보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서정적 근원에 충실하면서 지속해 왔다고 밝힌다.
9월 중 만나볼 제4시집 ‘노동은 푸른 산소다’ 또한 제철소 현장에서 3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겪은 이야기들과 정년 이후 ‘율촌 산단’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작은 희망을 일궈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그 연장선으로 본다.

이어 평론쓰기는 매우 고단할텐데 평론쓰기의 매력에 대해 묻자 전반적인 글쓰기의 고단함과 함께 자신만의 의견을 들려줬다.
“가장 힘든 것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원고 청탁이 몰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39년차 현역으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거의 시간이 없다시피 하니 잠을 줄일 수밖에요. 부족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처럼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청탁받은 원고나 시집 그리고 쓴 원고를 프린트해 회사 출근 시에 챙겨 와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정독을 반복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평론쓰기의 환경인데도 평론쓰기를 그치지 않은 이면에는 나름의 보람과 자긍심을 찾을 수 있고, 지방 문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인들의 문학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 자연스럽게 평론을 하다보니 중앙 문단의 문예지와 소통할 수 있어 지방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 발표를 연결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묻자 박 시인은 이승철 시인이 자신의 평론이 지향하는 바를 “변방을 울려 중심을 흔든다”고 한 점을 상기하며 지금껏 해온 방향대로 지역을 넘어 올바른 삶의 정신으로 문학을 해온 분들의 시에 더 많은 관심을 표출하는 한편, 글을 쓰는 기쁨과 희망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장 눈에 밟힌 것은 아직도 노동 현장은 고통스럽다는 것이지요. 그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작은 희망들을 그곳에서 만났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나온 시간 만큼 글을 쓰는 기쁨과 희망을 이어가고 싶죠.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제가 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박 시인은 올해 중소출판사 성장부문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잊혀지고 감춰온,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여순 10·19 진실과 시적 재현’을 펴낼 방침이다
시인의 시 ‘늙은 호박’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삶 속 지혜 혹은 깨우침을 일갈하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의 삶의 기준은 제각각일 것이다. 표피적으로 외관만 보며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시 첫줄인 ‘세상사를 말할때는/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라는 시행에서 이 시가 던지고 싶은 시적 메타포가 모두 응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는 시인은 뜨거운 해처럼 더 뜨겁게 삶을 데우는 심중의 해가 박혀 있는 삶을 응시한다. ‘늙은 호박’에서처럼 서민으로서 일상 속 자꾸 식어가는 삶을 데피며 노동자로서의 삶을 옹골차게 살아내기 위한 가투를 벌이고 있는 시인이 있다. ‘늙은 호박’의 시 해설에서 접했듯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올곧은 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남 순천에 머물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장에서 35년여 동안 노동자로서의 삶과 창작자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 있는 시인 겸 평론가인 박철영씨(전 순천작가회의 회장)가 그다.
박 시인은 시집 3권과 산문집 1권, 평론집 4권 등 저서만 8권을 펴냈을 만큼 왕성한 창작열정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박 시인은 유년기에는 시인이 꿈이 아니었다고 한다. 시집도 내고, 평론집도 내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나 보다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채 스무살이 되자 마자 생계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해야 했기에 시적 감수성이 있다기보다 그날 그날을 일기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것이 훗날 시의 단초가 됐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부평 시장 농심라면 대리점에서 일을 했죠. 짐바라고 하는 자전거로 시장 안에 상품을 배달해 주는 일이었지요. 그때 서너 달이 지나면서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시로 자리잡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의 시적 배경은 결국 일을 해야 했던 청년기에 현실화됐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시인의 연배에는 다들 먹고 살기 위해 노동자로 살아낸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시인 역시 인천 부평시장에서 대학이라는 부픈 꿈을 펼치기도 전에 노동에 먼저 눈을 떠야 했다. 조만간 실천문학에서 나올 그의 제4시집 수록작들이 상당수 노동 지향의 시편들로 알려지고 있는데, 결국 부평시장에서의 노동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체험들이 고스란히 응축돼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은 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이니까 특별한 것은 아니지요. 저는 형들이 읽었던 삼중당 문고(포켓에 들어가는 크기의 책)의 책들을 즐겨 읽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수업 시간에 읽다 혼난 적도 많았습니다.”
그의 청년 시절은 그렇게 노동을 하며 문학청년으로서 삶을 흘려보냈던 듯하다. 그가 시만 창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의외로 평론 집필에도 진심인 점을 보면 알려지기보다 훨씬 더 깊은 문학적 내공을 가진 것으로 귀결된다.
시 뿐만 아니라 평론 등 두 장르에 걸쳐 글쓰기를 하고 있는 그는 2002년 ‘현대시문학’ 시를 통해, 2016년 ‘인간과문학’ 평론을 통해 각각 시인과 평론가로 등단한다. 시에 비해 평론은 14년이나 늦은 출발을 보이지만 창작열정 만큼은 결코 시창작 못지 않다.
시와 평론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장르로 인식한다는 박 시인은 시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정제와 절제된 언어 형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충족할 만큼의 시적인 형상화를 구현한다는 데 있어 쉽지 않아 지금도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또 평론에 대해 자신과 다른 시인의 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라서 고통이 따른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평론 집필을 통해 300여 시인의 시를 평했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매번 고통이 따른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시인의 문학 속에 녹아있는 삶 또한 다르기에 항상 탐구하듯 변별적 요소를 찾아낸다는 것 역시 고통이면서 큰 보람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득 시인만의 시세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박 시인은 아직은 자신만의 시세계를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다만 서정성에 바탕한 삶의 이야기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써온 시적 성향을 보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서정적 근원에 충실하면서 지속해 왔다고 밝힌다.
9월 중 만나볼 제4시집 ‘노동은 푸른 산소다’ 또한 제철소 현장에서 3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겪은 이야기들과 정년 이후 ‘율촌 산단’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작은 희망을 일궈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그 연장선으로 본다.


“가장 힘든 것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원고 청탁이 몰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39년차 현역으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거의 시간이 없다시피 하니 잠을 줄일 수밖에요. 부족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처럼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청탁받은 원고나 시집 그리고 쓴 원고를 프린트해 회사 출근 시에 챙겨 와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정독을 반복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평론쓰기의 환경인데도 평론쓰기를 그치지 않은 이면에는 나름의 보람과 자긍심을 찾을 수 있고, 지방 문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인들의 문학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 자연스럽게 평론을 하다보니 중앙 문단의 문예지와 소통할 수 있어 지방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 발표를 연결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묻자 박 시인은 이승철 시인이 자신의 평론이 지향하는 바를 “변방을 울려 중심을 흔든다”고 한 점을 상기하며 지금껏 해온 방향대로 지역을 넘어 올바른 삶의 정신으로 문학을 해온 분들의 시에 더 많은 관심을 표출하는 한편, 글을 쓰는 기쁨과 희망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장 눈에 밟힌 것은 아직도 노동 현장은 고통스럽다는 것이지요. 그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작은 희망들을 그곳에서 만났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나온 시간 만큼 글을 쓰는 기쁨과 희망을 이어가고 싶죠.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제가 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박 시인은 올해 중소출판사 성장부문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잊혀지고 감춰온,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여순 10·19 진실과 시적 재현’을 펴낼 방침이다
박 시인은 올해 중소출판사 성장부문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잊혀지고 감춰온,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여순 10·19 진실과 시적 재현’을 펴낼 방침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