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물의 고장 ‘장흥’
이승홍 지역사회부 부장
입력 : 2025. 07. 22(화)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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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가 본격화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물’을 찾는다. 에어컨보다 시원한 계곡물, 수돗물보다 반가운 빗방울, 그리고 흥겨운 물싸움. 그 모든 물의 정서가 응축된 축제가 바로 장흥에서 열린다. 이름도 시원한 ‘정남진 장흥 물축제’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이 축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9일간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장흥은 지금 즐거움이 콸콸콸!’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번 축제는 단순한 물놀이 축제를 넘어 세대·계층·문화가 만나는 참여형 문화 콘텐츠로 기획됐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여느 지역행사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자는 차원이 아니다. 천혜의 수자원을 배경으로, 장흥은 ‘물의 철학’을 정립해왔다. 마을마다 샘물이 솟고, 약수가 흐르는 고장답게 물을 테마로 한 여름 축제에 대한 자부심도 깊다. 장흥사람들은 물이 곧 생명이라 믿고, 그 생명을 품은 축제를 정성껏 가꿔왔다.

축제의 핵심은 단순명쾌하다. ‘시원하게, 즐겁게, 건강하게’. 물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이 펼쳐지고, 더위를 잊은 시민들이 물싸움에 환호하며, 전국에서 몰려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물맛 나는 여름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지역민의 손길, 지자체의 치밀한 준비, 그리고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축제가 이제 단순한 지방축제를 넘어 국민 여름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 전국에서 수십 개의 물놀이 축제가 열리지만, 장흥은 ‘물의 원조’라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다.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유망축제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지역축제가 진짜 힘을 갖기 위해선 고유성, 지속성, 대중성이 필요하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이 셋을 고루 갖췄다. 여기에 장흥군이 추진하는 ‘물 산업 육성’, ‘친환경 관광자원 개발’ 등도 물축제의 외연을 확장시기에 충분하다.

장흥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물로 이야기한다. 단순한 시원함을 넘어,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도시브랜딩의 실험장이 되는 축제.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그렇게 대한민국 여름축제의 기준이 되고 있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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