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 방치·사망’ 전 보건소장 금고 4년
치사 혐의…법원 "이해 불가 행동으로 골든타임 지체"
입력 : 2025. 06. 11(수) 18:33
보행자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뒤늦게 신고·구호 조치한 탓에 사망에 이르게 한 전직 보건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60대 A씨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6일 오후 10시2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굴다리 주변 도로에서 보행자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고 후 곧바로 인근 하천으로 내려가 하천물에 손을 씻거나 31차례 떠 마셨다. 해당 하천물은 폐수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남 한 지자체 보건소장을 지내는 등 풍부한 의료지식이 있었음에도 피를 흘리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지점 인근에는 병원 응급실도 있었지만 A씨는 피해자를 옮기지 않고, 119나 112에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이후 피해자는 A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온 A씨 가족의 신고로 사고 발생 약 22분 만에 응급조치를 받았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사흘 뒤 숨졌다.

이에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A씨에게 치사 혐의와 유기치사,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의 행동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증거불충분)로, 치사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사고 이후 당황했다고 하지만 지자체 보건소장까지 역임한 피고인이 골든타임 내에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에게 연락을 하거나 오염된 하천물을 마시는 등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면서 “결국 피해자의 인근 대학병원 등으로 이송이 늦어져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은 현재까지 엄벌을 바라고 있다. 피고인의 형사공탁금 2억원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면서 “다만 유족 측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처럼 유기치사 부분은 기소가 되지 않아 법원에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해자의 유족 측은 “피해자 방치로 인한 사망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회에 국민동의 청원을 올린 상태다.

해당 청원은 이날 기준 5만784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사건/사고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