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느리게 걷고 다르게 보는 여행 시작하자
오진희 광주지속협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팀장
입력 : 2025. 06. 12(목) 18:42

오진희 광주지속협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팀장
여행은 즐겁다. 평소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살다가도 여행지에서 만큼은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도 새로운 여행문화가 필요해진 것이 사실이다. 호주 퀸즐랜드대 야옌 선 교수팀은 2024년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을 통해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관광산업에서 8.8%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약 4%로 급감했다가 2023년 기준 6.5%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관광산업분야 탄소배출량의 75%는 단 20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여행’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기후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가이드를 동반한 이 여행은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주제로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이라는 마을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광주에서 출발해 기차를 타고 지하철, 버스를 타고 연희동에 도착했다. 비건옵션이 가능한 식당에서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비건 식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제비여행이 시작됐다. 한 끼의 식사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기후여행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이어서 오랫동안 동네 주민과 함께해 온 마켓과 제과점 등 마을 상점을 둘러봤다. 손때 묻은 흔적들이 앞으로도 계속 머물러 주기를 바랐다. 청년과 주민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물씬 묻어나는 독립서점,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이어가는 공간들을 찾아 걸었다. 눈길을 끄는 공간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냥 지나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골목과 상점들 사이의 조화, 동네의 일상적인 풍경들 그 자체로 인상 깊었다. 평소라면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했을 공간들을 가이드가 안내했다. 우리 마을에도 있을 법한 공간인데도 해설이 덧붙여지니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여행의 또 다른 특징은 너무나 당연시됐던 일회용품 사용이 자발적으로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여행의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당연하게 텀블러를 챙겼고, 걷기에 좋은 운동화를 신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핑을 위해 에코백을 챙겨온 이도 있었다. 준비해 온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이 여행 내내 지속됐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나 많은 환경 캠페인들이 펼쳐지고 있다. 필자도 그러한 캠페인을 펼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 당위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게 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 여행 경험을 계기로, 광주에서도 이 같은 ‘기후여행’이 확산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동선, 특별하게 조성된 관광지나 쇼핑몰 중심의 여행을 추구해 왔다. 그러다 보니 광주는 지금까지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기후여행은 관점을 달리한다. 느림을 선택하고, 있는 그대로를 발견하는 재미, 관계에 중심을 둔다. 오래된 골목,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 로컬의 이야기를 담은 거리 문화가 가득하다. 광주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기후여행은 더없이 좋은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여행문화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화성시의 공정여행 프로그램 ‘착한 하루’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는 ‘마포만보’, ‘성북공정여행’, 연희동의 ‘제비여행’처럼 구 단위, 마을 단위의 여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이드가 마을의 이야기,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여행자들은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마을 안에서의 작지만 의미 있는 소비를 하게 되고, 배움이 있는 여행을 선물 받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경고와 당위만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무거운 말보다는 ‘이렇게 살아도 좋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문화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다른 삶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색다른 장소, 색다른 음식, 색다른 문화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열린 통로가 아닐까 싶다.
광주만의 기후여행을 상상해 보자. 도심을 가로지르는 푸른길, 무등산 자락에 펼쳐진 명품마을 평촌,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 ‘광주극장’, 다양한 사회적경제 공방들과 제로웨이스트숍, 미식의 도시다운 로컬의 숨은 맛집들, 그리고 5월 광주의 아픈 기억을 담은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까지. 이 모든 장소가 기후여행의 코스가 될 수 있다.
기후여행은 지역의 오래된 공간과 고유한 자원을 재발견하는 대안적인 여행문화이자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마리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무거운 외침보다 ‘이렇게 살아보니 썩 괜찮다’는 공감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여행’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기후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가이드를 동반한 이 여행은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주제로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이라는 마을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광주에서 출발해 기차를 타고 지하철, 버스를 타고 연희동에 도착했다. 비건옵션이 가능한 식당에서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비건 식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제비여행이 시작됐다. 한 끼의 식사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기후여행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이어서 오랫동안 동네 주민과 함께해 온 마켓과 제과점 등 마을 상점을 둘러봤다. 손때 묻은 흔적들이 앞으로도 계속 머물러 주기를 바랐다. 청년과 주민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물씬 묻어나는 독립서점,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이어가는 공간들을 찾아 걸었다. 눈길을 끄는 공간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냥 지나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골목과 상점들 사이의 조화, 동네의 일상적인 풍경들 그 자체로 인상 깊었다. 평소라면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했을 공간들을 가이드가 안내했다. 우리 마을에도 있을 법한 공간인데도 해설이 덧붙여지니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여행의 또 다른 특징은 너무나 당연시됐던 일회용품 사용이 자발적으로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여행의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당연하게 텀블러를 챙겼고, 걷기에 좋은 운동화를 신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쇼핑을 위해 에코백을 챙겨온 이도 있었다. 준비해 온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이 여행 내내 지속됐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나 많은 환경 캠페인들이 펼쳐지고 있다. 필자도 그러한 캠페인을 펼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 당위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게 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 여행 경험을 계기로, 광주에서도 이 같은 ‘기후여행’이 확산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동선, 특별하게 조성된 관광지나 쇼핑몰 중심의 여행을 추구해 왔다. 그러다 보니 광주는 지금까지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기후여행은 관점을 달리한다. 느림을 선택하고, 있는 그대로를 발견하는 재미, 관계에 중심을 둔다. 오래된 골목,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 로컬의 이야기를 담은 거리 문화가 가득하다. 광주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기후여행은 더없이 좋은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여행문화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화성시의 공정여행 프로그램 ‘착한 하루’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는 ‘마포만보’, ‘성북공정여행’, 연희동의 ‘제비여행’처럼 구 단위, 마을 단위의 여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이드가 마을의 이야기,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여행자들은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마을 안에서의 작지만 의미 있는 소비를 하게 되고, 배움이 있는 여행을 선물 받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경고와 당위만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무거운 말보다는 ‘이렇게 살아도 좋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문화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다른 삶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색다른 장소, 색다른 음식, 색다른 문화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열린 통로가 아닐까 싶다.
광주만의 기후여행을 상상해 보자. 도심을 가로지르는 푸른길, 무등산 자락에 펼쳐진 명품마을 평촌,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 ‘광주극장’, 다양한 사회적경제 공방들과 제로웨이스트숍, 미식의 도시다운 로컬의 숨은 맛집들, 그리고 5월 광주의 아픈 기억을 담은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까지. 이 모든 장소가 기후여행의 코스가 될 수 있다.
기후여행은 지역의 오래된 공간과 고유한 자원을 재발견하는 대안적인 여행문화이자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마리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무거운 외침보다 ‘이렇게 살아보니 썩 괜찮다’는 공감의 확장이 필요하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