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49표 vs 11표…‘경험·인프라’ 내세운 서울 제압
광주·전남 등 지방 연대 ‘균형 발전’ 콘셉트 적중
입력 : 2025. 02. 28(금) 19:09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전라북도 관계자들이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가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북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에서 총 61표 중 49표를 얻어 서울(11표)을 꺾었다. 무효표는 1표였다.

이로써 전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48년 만의 하계 올림픽을 열기 위한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가 균형 발전’을 주장하며 ‘지방 도시 연대’를 내세웠던 전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성공 개최 경험과 각종 인프라의 장점을 부각한 서울에 큰 격차로 압승했다.

투표에 앞서 현장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직접 발표자로 나서서 각각 45분간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각 후보지의 PT 이후엔 15분씩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이어 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 후 대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한 곳의 후보지를 정했다.

전라북도는 최근 올림픽 유치 도시들의 콘셉트인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실현에 초점을 맞춰 표심을 끌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육상 경기를 대구스타디움에서 개최하고,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에서 분산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향하는 인접 도시 연대를 통한 비용 절감 요구에 부합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경제력의 분산으로 균형 발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4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무주를 내세웠으나 경쟁을 벌인 강원도 평창에 국내 유치 후보 도시 자리를 내줬던 전북은 당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김관영 지사는 PT에서 “우리나라 전국단위 스포츠 경기의 88.5%가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호주가 세 차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으로 옮겨가면서 한 것도 나라의 균형 발전을 꾀한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과 스포츠 시설은 물론 교통·숙박 등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쟁력을 부각했으나 전북에 예상 밖의 큰 표 차로 밀렸다.

2019년 부산시를 따돌리고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 신청도시로 선정된 뒤 남북 공동 유치를 추진했으나 IOC가 호주 브리즈번을 ‘우선 협상 도시’로 선정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던 서울은 또 한 번 올림픽 유치전에서 쓴맛을 봤다.

투표 결과 발표 이후 대한체육회와 유치신청 도시 협약서를 체결한 전북은 이제 다른 국가의 도전 도시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2036년 하계 올림픽에 인도네시아(누산타라), 튀르키예(이스탄불), 인도(도시 미정), 칠레(산티아고) 등이 유치 의사를 드러냈다.

과거 올림픽 개최지는 7년 전 총회에서 결정했으나 IOC는 이 방식에서 벗어나 사실상 상시 협상 체제를 도입했다.

다음 달 차기 위원장 선거와 6월 취임을 앞둔 IOC는 2036년 개최지 선정이 올해 이후 이뤄질 거로 예상된다는 정도로만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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