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 유가족들이 새해 첫날, 사고 발생 이후 처음으로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새해 첫날을 맞아 현장에서 간소한 추모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당국이 현장방문을 허락한 것이다. 현장이 민간인 통제 구역인 탓에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공항 대합실 등에서 수습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은 간이 단상에 떡국이나 과일 등을 올려두고 절을 하거나 헌화하는 등 첫 제사를 올렸다.

무안공항 내 합동 분향소에도 새해 첫날 해돋이 대신, 또는 해돋이를 보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활주로 철조망에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시민과 희생자 유족, 지인들은 준비한 음식을 바닥에 놓고 국화꽃을 헌화하고 직접 쓴 편지를 철조망에 붙였다.

전날까지만 3~4곳에 있던 음식과 국화, 편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 100m가량 길이의 철조망을 빼곡히 채웠다. 김밥, 과일, 우유, 호떡, 케이크, 초콜릿, 황태포는 물론, 막걸리, 맥주, 소주도 종류별로 구색을 갖췄다.

공항 곳곳에는 속옷, 양말, 생필품, 라면, 초코파이 등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주변 정리·청소를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도 이어졌다.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되면서 본격적인 장례절차가 시작됐다. 훼손 정도가 심해 마지막까지 남았던 4명의 희생자는 DNA 재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희생자 중 1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이 중 서울 1명을 제외한 10명은 광주와 전남 지역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이 가운데 5명의 유가족은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 새해맞이가 참으로 안타깝고도 비통하다. 재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삶의 평화는 안전이 확보될 때라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새해는 모든 사회시스템이 안전하고 국민 모두가 건강한 한해를 보내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