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각종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안전관리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앞 광장에서 진행된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야외응원전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순식간에 수용 가능한 1200여명을 넘어섰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는 더욱 늘어났다. 경기 시작 전에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인 4000여명(경찰 추산)이 몰렸다.
경찰은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집중되자 이날 오후 5시30분께 서구 안전총괄과에 현장 통제, 안전 관리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구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기에 광주시 등에 문의하라’고 답변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경찰은 기동순찰대 등 100여명을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서구는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30분께 과장을 비롯한 직원 7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서구는 구름 인파를 확인했음에도 적극적인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를 관람하거나 ‘김대중컨벤션센터 측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걱정 말라’며 수수방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0분 뒤에 자리를 벗어난 이들은 오후 8시30분까지 초과근무도 등록했다.
더욱이 안전총괄과는 구청장에게 상황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관할 지역 내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광주시에서 주관한 행사였다. 안전관리 계획 등 심의 절차도 시에서 진행했다”며 “경찰 인력이 추가 투입돼 지원이 필요 없을 것 같아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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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동구 충장로 충장우체국 앞 광장에서 열린 ‘충장상권르네상스 라온페스타’ 행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초 500명 미만의 관람객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최측 추산 700여명이 운집했다. 통행이 막히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위험성을 감지하고 현장 진행팀에 행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자, 주최 측은 뒤늦게 남아있는 공연을 취소했다.
사실 확인 결과 동구는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에 적용되는 안전관리계획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자체적인 안전관리계획만 마련했다. 지난 6월부터 매달 같은 행사를 열고 있는데 그동안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다중인파 관리에 미흡한 자치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편,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각종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재난관리 책임기관’이다. 같은 법 제14조에는 ‘업무의 행정 처리 결과가 2개 이상의 시군구에 미치는 광역적 사무를 제외하고, 모든 업무는 자치구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