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내딛는 신진 문인들 가운데 꾸준히 작품집을 펴내는 이가 드문 게 현실이다. 등단은 문인이 되는 첫 문을 여는 것이고, 단행본을 낸다는 것은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일인 만큼, 등단만 하면 열심히 작품 활동에 매진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등단 이후 첫 시집을 몇년 만에 겨우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이력을 접할 때마다 등단에만 그친 게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한다. 밥벌이에 치여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일 터다. 많은 이들이 등단한 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문인의 작품집 출간 소식은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펴낸 박노식 시인이 첫 시화집을 출간한 것이다. 이달 선보인 시화집은 지난 2월 펴낸 시집과 두달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시쓰기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는 53세의 나이로 등단한 늦깎이 시인이다. 등단 2년 만에 첫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을 펴낸 것에서부터 올해 2월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를 출간하기까지 끊임없이 삶에 대한 애정을 시적 언어에 천착해왔다.

고등학교 때 벗들과 함께 문학 동아리를 결성하고 동인지 ‘사랑’을 발간하기도 했던 그는 서울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조선대 국문과에 들어갔지만 학내 개혁운동으로 캠퍼스를 나오면서 시쓰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한참 뒤인 2015년 시 전문지 ‘유심’ 신인산으로 등단, 문단에 나오게 되면서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과정은 그가 시를 쓰는데 동력이 된 듯하다.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단 시가 실렸다. 시와 곁들여 서양화가 김상연이 재해석한 그림이 수록돼 꽃시와 꽃말, 꽃그림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이채롭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함으로써 모두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기슴을 울린다.

마침 시화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회가 다음 달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5. 2~14)에서 열릴 예정이니, 이 행사를 통해 박 시인이 구축한 시세계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