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을 이룬 전시 개막식 모습.

갑진년 용의 해, 박소빈의 용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비상을 펼쳤다. 여성의 몸을 입은 용이 세계적 미술공간인 베니스를 2019년 첫 번째 초대전 이후 두 번째로 찾았다. 더욱이 비엔날레 중 최고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18~11월 24일)의 현장에서 당당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번 전시는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과 주중한국문화원, 광주시립미술관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용에 들어가다’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24일까지 열리는데 출품작 모두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에서 엄선한 작품 ‘용의 부활-무등의 신화’ 등이다. <본보 4월 5일자 18면 참조>

개막식이 열린 지난 16일 오후 5시 오픈 한 시간 앞서 전시장인 산마르코 광장 인근 산비달 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나 두 번째 맞는 베니스 전시와 17년째 글로벌 파트너가 된 탈리아와의 관계 등 전시 전반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비엔날레 기간에는 전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베니스를 찾는데 2019년 팬데믹을 앞두고 열린 전시는 저명한 큐레이터인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Thalia Vrachopoulos·존제이 대학 교수)가 지원해 성사된 것이다.

그 자체로 최고였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 두 번째 베니스 전시는 퀄리티가 높아야 선택하는 파사치오재단에 의해 지원이 된 것으로, 다른 수많은 대안공간들과는 달리,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오로지 선보일 작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열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그런데 이번에 박 작가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다. 전시장 또한 베니스의 가장 핫플인 산마르코 광장 인근이다. 이 모든 배경에는 탈리아가 있다. 탈리아는 아시아문화를 접하면서 한국문화도 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소빈에게 탈리아는 지울 수 없는 이름이 됐다.

기획자 탈리아와 박소빈 작가가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소빈 작가(가운데)의 개인전을 찾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오른쪽), 안미희 광주파빌리온 감독.

처음 박 작가와의 인연은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팔각정 레지던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박 작가의 작업에 주목했던 듯 싶다. 용이라는 상징적 신화와 연필이라는 재료의 사용을 통해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했기에 2007년 뉴욕 첫 전시로 안내했다. 그 뒤 박소빈 작가의 해외 전시를 10차례 큐레이팅하면서 탄탄한 신뢰관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비평비나 기획비를 받지 않은 채 박 작가의 전시를 큐레이팅해주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탈리아가 박 작가에게 쏟고 있는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박 작가는 탈리아에 대해 오랜 시간 큐레이터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함께 했었고,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원형)를 찾아낼 수 있었던 사람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또 고루하지 않은데 정통적이고, 정통적인 것 같은데 굉장히 현대적이기까지 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 현대미술 형식인 연필로 작업된 용과 여인이라는 독창성을 찾았던 것이 맞아 떨어진데다 자신의 상상력과 결합돼 오랜 인연을 맺어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설명했다.

“저의 오리지널 페인팅에 대한 결심, 그래서 ‘베스트 마이 아티스트’라고 표현을 해요. 일찍 만나 탈리아가 선택해서 제 작업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고,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뮤지엄을 통해 작품 세계를 알리는 데 엄청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등 노력을 한 분이죠.”

특히 박 작가의 독창적인 기법과 회화세계에 이름을 걸고, 소개하고 싶어 하는데, 실은 작업에 대해 전체적으로 ‘막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는 않는 등 너무나 많은 존중을 해준다고도 했다.

박 작가는 이제 베니스비엔날레 본관 전시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번 전시가 베니스에서 열리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좀 더 자신의 회화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소신이 투영된 발언으로 읽혔다.

작가가 구현하고 있는 용이 미르로 물을 상징하는데 베니스가 물의 도시이자 바다에 떠 있는 섬이고 모두 수로로 연결돼 있어 새로운 길을 트며 바다가 된 것처럼 10m 대작인 ‘새로운 신화 창조’가 그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자리한 산비달 아트센터 전경.

박소빈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산비달 아트센터 입구.

레지던시 생활을 한 뉴욕에 이어 중국을 작업 무대로 삼고 있는 박 작가는 뉴욕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으로 자신이 살았던 공간이고, 중국은 한국처럼 일상적인 곳으로 규정했다.

박 작가는 베니스가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거장들이 여기에서 태어났었고, 만났던 곳이어서 작가라면 한 번 정도는 거쳐가야 되는 시점에 전시가 열려 행복하고 영광스런 자리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박 작가는 베니스를 찾는 미술인과 관람객들에게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했다.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리는 저만의 전시로 가장 박소빈다운 대표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죠. 전시장이 중요한 위치에 있고 또 역사적인 공간에서 마련된 전시인 만큼 다수 미술 관계자들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임팩트 강한 전시로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한편 현지 뜨거운 관심 속 개막한 이날 전시장에는 창설 30주년을 앞둔 광주비엔날레의 박양우 대표와 안미희 광주파빌리온 감독이 방문했고 강기정 광주시장(18일)에 이어 김병내 남구청장 등도 전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