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겨울, 광주에 새로운 ‘핫플’이 탄생했다. 정식 개장을 앞두고 시범운영 중이던 곳에 입소문을 타고 매일 밤 1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갑작스레 급증한 인파로 교통혼잡에 대응하느라 광주시를 비롯한 남구청, 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은 애를 먹었다.

1991년 사직동물원이 우치공원으로 이전하면서 한적한 도심속 소공원으로 머물러 있던 사직공원이 미디어아트로 옷을 갈아 입으면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됐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도심속 소공원이 광주의 명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직단을 모티브로 사직단에 모인 수많은 소망들이 별이 되어 밤마다 은하수가 쏟아지는 ‘사직 빛의 숲’과 ‘G-타워’에서 바라보는 광주의 도심 밤 풍경은 “광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어?”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봄밤 반짝이는 은하수가 쏟아지는 사직 빛의 숲 속을 거닐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인들과 함께 추억과 낭만을 쌓아보시는 봄밤의 마실 여행은 어떨까요?

사직공원 밤 마실 여정이 끝나면 걸어서 5분 거리의 광주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로서 상징성을 담은 창제작공간으로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이 있다.

GMAP 외벽에 설치된 54×8.5m의 초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몰임감의 미디어아트 작품과 내부 전시공간에는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창제작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앞 잔디밭과 광주교에는 아나몰픽 미디아아트 ‘G-큐브’와 ‘기억의 잠긴 빛’, ‘치유의 빛’ ‘점·선·면’을 주제로 한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사직 빛의 숲과 GMAP을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코끝을 자극하는 숯불구이 냄새가 식욕을 당기게 한다. 잠시 쉬어가 볼까?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즐비하게 늘어선 20여 개의 포장마차에서 왁자지껄 이 시대의 청춘들이 한 잔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이 “청춘 빛 포차 거리”이다. 전통누각인 희경루 멋스럼움과 현대미술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GMAP, 광주공원과 광주천의 풍광,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즐기면서 청춘들의 열기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5월부터는 주차장 공터가 광장이 되어 청년 예술인의 실험적인 다양한 거리 공연이 주기적으로 펼쳐진다고 하니 봄밤 이곳은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다시 광주교를 건너 미디어아트 여정을 떠나가 보자. 시내 중심부로 진입, 옛 한국은행자리에 자리한 금남공원으로 가 보자. 이 곳에는 나비의 군무와 광주의 사계를 가든 레이저 등으로 수놓은 별빛정원과 금남로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정충신 장군의 모습을 형상화 한 나비상자, 미디어폭포 등이 있다. 잠시 연인의 손을 꼭 잡고 벤치에 앉아 금남공원 숲 속의 나비들과 하나가 되어보는 것은 잊지 못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이제 발걸음을 다시 5·18민주광장쪽으로 옮겨본다.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 옛 전남도청앞 분수대에 찬란한 연대를 상징하는 횃불을 빛불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 ‘빛의 분수’가 있다. 밤하늘로 쏟구쳐 오르는 분수와 함께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져 화려한 미디어아트 분수쇼가 밤마다 펼쳐진다. 그리고 옛 전남도청 본관 벽면에는 ‘기억의 파편’ 등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펼쳐진다.

여기까지가 미디어아트 여정의 전부일까? 아니다. 광주시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로 도시가 재탄생하고 있다. 앞으로 볼거리가 더욱 많아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유허(옛터)로 남아 있는 광주읍성의 읍성문과 읍성길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빛의 읍성’이 구축되고 있고, 비어있는 금남 지하도상가 공간에 어린이 대상으로 미디어 아트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 창작활동을 펼친 후 실제 전시까지 이어지는 원스톱미디어아트 창제작 체험공간도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직 빛의 숲에서 출발해 GMAP, 청춘빛포차거리, 금남나비공원, 5·18민주광장 주변으로 이어지는 도심속 미디어아트 산책길을 간단히 소개해 보았다.

봄날 내리쬐는 자외선과 수많은 인파가 붐비는 꽃구경에 지치셨다면 도심속 야경속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의 향연을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