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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끝나자마자 퇴원하라니"…의료파행 이틀째 애달픈 환자들
전공의 집단행동에 전국 수련병원서 수술·진료 축소
불안한 환자들,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체 병원 공유 등 자구책
의대생 동맹 휴학…"학사 일정 조정 등 교육부 방침 따라 대응"

2024. 02.22. 01:42:08

(광주=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거동을 할 수 없는 한 환자가 퇴원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이틀째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도 대부분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하지 않자 환자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체 병원을 공유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병원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의료 현장에 대응하고자 수술이나 진료를 축소하는 등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 “전공의 없어 수술 취소될까” 환자 불안 가중

“수술 끝나자마자 퇴원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21일 광주 조선대병원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틀 전 위 천공과 복막염 등으로 수술받은 친동생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하루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더니 이튿날 바로 요양병원으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2차 병원도 아닌 요양병원으로 가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며 “겨우 입원 치료가 가능한 2차 병원을 수소문해 재입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의사) 본인들 주장이 옳다고 해도 최소한 환자는 돌보면서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자는 죽든지 말든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도 대부분 복귀하지 않으면서 전국의 각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을 마친 뒤 퇴원하는 환자에 대해 외래 진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예후를 지켜봐야 하므로 통상 퇴원하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잡는데, 전공의 공백으로 이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기야 의료공백 사태가 종합병원만이 아닌 일반 병원급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울=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강행에 반발해 전국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료 현장을 떠나 ‘의료 대란’이 표면화되고 있는 20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시ㆍ도 부단체장 회의에 참석해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강원 원주의 한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파업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 시 상급병원 전원이 어려울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하마터면 전공의 공백에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건양대병원 수술실 앞에서 가족이 나오길 기다리던 보호자 김모(56)씨는 “수술을 앞두고 전공의 파업 소식이 들려 심란했다”며 “다행히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가 위태롭다고 판단해 수술을 미루지 않겠다고 연락했고, 다행히 오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고, 이에 대해 시민들은 수술이 가능한 일반 병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별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낸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생기기도 했다.

◇ 업무개시 명령에도 미복귀…입원 환자 줄고 수술 건수도 감소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각 지자체와 병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병동을 회진하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교수들이 처방 지시와 처치 등을 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병원은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입원 환자 수를 줄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강원 아산병원 등은 중증 환자 위주로만 수술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역시 환자들이 계속 퇴원하는 반면 새로 입원하는 환자는 평소보다 줄어 빈 병상은 점차 늘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이후 입원 환자가 매일 10%가량, 수술 건수도 평소에 비해 30∼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는 의료 공백에 대비해 응급실에 전문의들을 추가 배치하거나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전국적으로 본격화된 20일 전남의 한 대학병원 입원실의 불이 꺼져 있다. 진료 차질을 우려한 병원 측이 환자들에게 2차 병원을 연결해줘 입원한 환자들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일부 과에선 전문의들이 레지던트 없이 홀로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근무 일정을 미리 조절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평상시보다 교수들의 근무 시간을 늘려 현재까지는 수술 지연 등 별다른 진료 차질은 없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경우 전문의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지속되면 진료와 수술 일정 조정 등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들을 위해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시내 주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집단휴진이 발생할 경우 휴진 당일부터 공공의료기관 6곳과 10개 군·구 보건소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할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는 사직서 제출 전공의들이 전날부터 근무를 중단함에 따라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꾸리고 관내 병원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 전국 의대생 휴학계 제출…개강 연기 등 대응

전국 의과대학 소속 학생들도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실습을 거부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각 대학은 개강일을 미루거나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충남대 의대생 573명 가운데 531명이 집단 휴학계를 낸 데 따라 대학 측은 학사 일정을 2주 동안 정지하고 순연해 3월 4일 재개할 예정이다.

건양대 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도 지난 20일부터 실습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예과를 포함한 다른 학년은 방학 중이어서 등록금 납부가 시작되는 26일부터 휴학 신청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제주대 의대 재학생 201명 가운데 현재까지 186명이 정부의 지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냈다.

제주대 의대는 휴학계 제출에 대비해 개강일을 지난 19일에서 다음 달 4일로 미뤘으며, 휴학 승인 전 학과장 면담 등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의 경우 1천142명 가운데 96.3%가 휴학계를 제출했으며, 학교는 휴학계 제출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 절차를 준비한다.

원광대 관계자는 “학장 허가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적으로 휴학을 승인하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학사 일정 조정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학생들의 상황을 추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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