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봉선화’ 역사 아픔 치유하길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입력 : 2024. 02. 13(화) 18:37
김다경 문화체육부 기자
[취재수첩]나고야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소송지원회는 의식이 깨어있는 일본 시민들이 뜻을 모아 1998년 결성한 시민단체다. 20여 년간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인권회복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1999년 3월1일 양금덕 할머니 등 광주·전남에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모아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10여 년 동안 무료 변론은 물론 일본을 방문하는 원고들의 항공료와 체류비 등을 모두 지원했다. 일본 소송은 최고재판소 최종판결로 패소했지만 이들의 활동은 계속 이어져왔다.

2007년 7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가 있는 도쿄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원정 시위를 펼쳐오고 있으며 올해 1월까지 530회째를 넘겼다.

이들의 지난 38년간 발자취를 담아낸 연극 ‘봉선화 Ⅲ’가 광주 무대에 오른다. 가해국인 일본의 시민들이 역사적 책임에 대해 자각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품은 지난 2003년 나고야에서 초연을 올렸으며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22년 9월 두 번째 공연을 선보여 나고야 시민 1000여명이 관람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었다.

세 번째 공연인 ‘봉선화 Ⅲ’는 24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중고등학생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평범한 나고야 시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1년여에 걸쳐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연습에 매진해왔다. 작품을 완성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의가 이번 공연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달아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를 외면하고 있다.

‘봉선화’ 광주 공연이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진실된 역사를 규명해 평화의 길로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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