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에너지고속도로’ 실현되려면…
이승홍 지역사회부 부장
입력 : 2025. 07. 07(월) 17:12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은 단순한 송전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대규모 확산과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을 위한 필수 기반이다.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산업지대까지 송전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한반도 서쪽과 남쪽을 잇는 국가 전력망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은 분명 미래지향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기술적 타당성과 정책 설계, 실행 주체 간의 조율 없이는 아무리 정교한 계획이라도 실현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을 실제로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실행기관’의 존재다.

최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켄텍은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해상 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 모델을 제시하며, 전력망 병목 해소의 구체적 대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중심지인 서남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안정적인 전력 수송을 위한 해상 송전망 설계에 참여하는 등 현실적인 해법을 뒷받침하고 있다.

켄텍은 기술 연구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정책연구소를 통해 정책 설계와 실행까지 아우르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 성과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정책과 기술 연계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에너지정책이 지속적으로 한계를 드러내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술 따로, 정책 따로’라는 구조적 문제였다. 정책은 선언적으로 제시되지만, 그 실행을 위한 기술적 뒷받침은 늦거나 부족했고, 실행 단계에서의 충돌은 늘상 반복됐다.

이제는 정책과 기술을 동시 설계하고, 실행을 염두에 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켄텍이 보여주는 기술 기반의 정책 싱크탱크 역할은 이런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연구중심 대학이 아닌 실행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력망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의 산업 동력이며 국민 생활의 기반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도 송전망이라는 실체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켄텍 같은 전문 기관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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