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현실화, 아트로 구체화 쾌감 느껴요"
[남도예술인]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 예술감독 백종옥
회화 전공 후 獨유학 조형예술학 공부 창작·기획 모두 이해
"미술제는 역사·예술 하나로 만난 투어…아트프로젝트죠"
2006년 부산 물만골프로젝트 후 기획 데뷔 현재에 이르러
입력 : 2023. 11. 30(목) 17:50
지역 미술판에서의 기획자는 여전히 귀하다. 어떤 이는 숫자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기획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반응한다. 하지만 또 어떤 이는 양질의 기획을 위해 좀더 실력있는 기획자 양성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기획 일을 하는 예술계 인사를 손 꼽아보면 열손가락 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관록있게 기획자로서의 삶을 꾸준하게 펼쳐오는 이들도 여럿 있다. 에술하면 창작자가 주류로 먼저 떠오르지만 그것을 진두지휘할 지휘자의 필요성은 절대 불가하다. 그들이 없다면 광주전남의 대형 아트 프로그램이 지휘자 없이 진행돼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여러 기획자들과 교류하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전시큐레이팅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해 아쉬움을 갖기도 한다.

그와는 ‘2015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 때 인연을 맺었다. 그보다 후발 주자들도 조명을 했지만 낯익어서였을까. 조명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주인공은 광주에 정착해 기획자로서 삶을 구가하고 있는 전남 목포 출생 기획자 백종옥(56)씨다. 백 기획자는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을 만큼 실력이 출중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독일에서는 미술실기를 비롯해 회화, 설치 등을 망라해 복합적으로 전공하는 조형예술학을 공부했다.

그는 일전에 광주비엔날레 관객참여 프로젝트(2004, 2006)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6)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아트인시티 부산 물만골 프로젝트’ 예술감독(2006)과 ‘광주 아시아 문화예술인레지던스사업’ 프로그래머(2011), ‘광주 대인예술시장 레지던스’ 큐레이터(2014) 등 기획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출품작을 설명 중인 백 감독.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20일 개막, 이달 30일까지 나주 금성관과 옛 나주역사 등 10곳의 역사와 산업자산 현장에서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 현장에서 그를 만나 기획자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가 그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도 프레스 투어가 잡힌 터라 몇 십분 먼저 만나 이것 저것 물어야 했다.

그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의 성격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사와 예술이 하나로 만난 투어로 아트 프로젝트죠. 나주는 알다시피 역사도시잖아요. 이런 유서깊은 곳에서 전시장소로 선택한 10곳 모두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각 전시장소마다 각각 성격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고 역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설치했어요. 그것은 예술과 역사의 맥락을 한번 짚어보자는 취지 때문이었죠.”

아울러 그는 열군데의 이야기와 걸맞는 작가를 선정, 동떨어지지 않는 작품 선정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그는 미리 장소를 답사했다고 한다. 물론 나주문화예술특화기획단으로부터 여러 장소에 관한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받아 전시에 적합한 장소를 추렸다는 설명이다.

가령 옛 나주역사의 경우 광장이 있어 오픈식 장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주의 역사적 상징공간인 만큼 오픈식 장소로 적합하다는 데 공감, 서로 협의해 선정했다고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시공간이 열군데이다 보니 몰입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역사공간에 작품을 집어넣은 듯한 형국으로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개연성이 있어 실내외 작품을 설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예술과 역사를 함께 묶어 투어하는 것인 만큼 나주를 소개하는 한편, 역사성을 환기라고 하는 포석을 깔고 있는 전시가 이번 미술제의 취지로 읽힌다. 여기다 분산돼 있다보니 전시기간 중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 또한 안고 있다.

그래서 백 감독은 콘셉트를 정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역사와 예술 투어 콘셉트로 정해서 하는 것이 드물다고 들려준다.

그는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 기획에 뛰어들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부산 물만골프로젝트’를 하면서다. 올해 17년째를 맞은 셈이다. 그냥 기획을 접한 것은 20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는 전시기획을 하면서 스터디도 병행하며 작업을 했다. 이 ‘부산 물만골프로젝트’가 기획자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06년 전까지는 개인전을 열던 창작자였다. 개인전만 해도 3∼4회를 연 어엿한 작가였다. 그래서 그는 창작과 기획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창작과 기획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창작을 안다는 게 작가들과 소통하는데 굉장히 좋죠. 특히 작가들의 창작적 고민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는 광주·전남 및 타지역과 미술적 비교를 묻자 세계5대비엔날레 안에 드는 광주비엔날레가 있으니까 이 지역만의 문화예술콘텐츠를 잘 살리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기획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로 기획을 자주 해봐야 기획과 관련한 실력이 늘기 때문으로 본다. 이런 그의 기획자로서의 꿈은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상상을 현실화하는 데서 쾌감을 느낍니다. 따라서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하면서 그것을 아트로 구체화하는 게 제 꿈입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기억나는 기획은 2018년 광주비엔날레 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전시할 때 준비과정이 좋았고, 시간도 충분해 그게 기억나는 기획이라 말할 수 있죠.”

한편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은 10월20일 개막, 11월30일까지 나주 금성관과 구 나주역사 등지에서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전시에는 4개국 15명 작가의 조각·설치·영상미디어 작품 16점이 출품됐다. 작품은 나주 금성관(강용면·김경민)과 구 나주역사(김병호)를 비롯해 구 화남산업(민성홍·이이남·하이 뚜), 나주정미소(이상용·이레네 안톤·나오코 토사·응우옌 코이), 나주 향교(김경민), 서성문(김계현), 나주 목사 내아 금학헌(엄아롱), 나빌레라문화센터(박일정), 영산포 등대(조은필), 영산나루(남지형) 등 10개소에서 선보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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