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음색 선사…스펙트럼 넓힌 연주 보여줄 것
[남도예술인]피아니스트 김혜진
김정아 광주대 교수 사사…데트몰트 국립음대 우수 졸업
더웨이앙상블 창단 후 첫 공연 ‘피아노 듀오 콘서트’ 성료
클라비노바·한국피아노학회·피아노모 단원 정기연주 선봬
입력 : 2023. 07. 13(목) 18:16
피아니스트 김혜진씨는 “주어진 신체 조건의 한계를 넘어 독보적인 음색으로 스펙트럼 넓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는 젊은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 호흡이 돋보인 ‘피아노 듀오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혜진·명지민씨가 창단한 더웨이앙상블의 첫번째 연주회로 마련된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레퍼토리로 준비, 각기 다른 개성의 연주를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밀회’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환상곡 작품번호 940’과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 발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호두까기 인형’ 등 5곡을 들려줬다.

피아니스트 김혜진씨는 창단 후 첫 공연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유학시절 느꼈던 오랜만의 열정을 다시 느꼈다고 밝혔다. 연주를 듣고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는 관객들의 말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았다.

“공연을 보신 분들이 간만에 듀오다운 듀오 연주를 들은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열정을 쏟아낸 무대였는데 관객들에게 전달됐다니 너무나 보람되고 기뻤습니다.”

김 연주자는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웨이앙상블은 그와 리더 명지민 연주자가 최근 결성한 연주 단체다. 팀 이름 ‘더웨이’(The way)에는 하나님이 주신 음악 달란트를 의미있는 길에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신실한 기독교인인 두 연주자의 신념과 포부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저희가 가진 재능에 감사하며 좀 더 보람된 연주 활동을 하자는 뜻이에요. 이번 듀오 연주회 역시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축복받은 달란트를 이용해 좋은 무대를 꾸며보자는 취지로 기획됐죠.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제 연주를 통해 세상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더웨이앙상블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 공연 모습
김 연주자는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즐겨 듣던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피아노 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재능을 인정받곤 했지만, 정말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마음에서 우러나 피아노 연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광주대에 입학해 김정아 교수를 만나고 나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안에 내재된 부분을 교수님께서 건드려주신 듯해요.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시면 머릿속에 의문이 해결되고 상상이 명확해졌습니다.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열정과 욕심이 자연스레 생겼죠.”

그는 이때 상상력을 동원해 연주하는 법을 익히게 됐다. 어릴 때부터 감수성과 창의력이 풍부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온 그였다. 타고난 재능과 피아노를 접목해 연주하면서 실력은 일취월장 늘어갔다. 전국 듀오 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거머쥐는 등 각종 연주회에서 경험을 쌓으며 피아니스트로서 꿈을 키웠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독일으로 유학을 떠났고 어학과 입시를 준비하며 치열한 시기를 보냈다. 데트몰트 국립음대에 지원해 입시연주에서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페를(Alfredo Perl) 교수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기억은 지금껏 연주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유학 가서 입시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고 지친 나날을 보냈는데 그 모든 수고가 인정받는 느낌이었어요. 심사위원분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해주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이제 음악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데트몰트 국립음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6년간의 유학시절을 마치고 2014년 귀국했다. 이후 김정아 광주대 음악학과 교수와 그를 비롯해 임인수 김형미 등 제자들로 구성된 피아노 앙상블 클라비노바(Klavinova) 단원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갔다. 2015년 작곡가 바흐의 탄생을 기념하며 ‘바흐 탄생 330주년 하루 전날’이라는 이름으로 연주회를 선보였다. 또 한국피아노학회와 피아노모 단원으로 매년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여러 무대에서 솔로 및 듀오 앙상블 연주를 들려줬다.

콘서트를 마치고 김정아 광주대 교수, 명지민 연주자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 연주자(왼쪽)
그는 요즘 연주 레퍼토리를 연구 중이다. 데트몰트 국립음대 졸업 연주회 때 준비한 곡인 브람스의 ‘헨델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바흐의 ‘크로마틱 판타지’를 다듬는 과정에 있다. 아울러 실내악에도 큰 관심이 생겨 팀을 꾸려 연주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둘 다 너무나 대곡이다 보니 좀 더 갈고 닦아 농익은 연주를 해내고 싶죠. 시도해보지 않은 멘델스존 곡이나 프랑스 음악 쪽을 공부해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려 합니다. 또 솔로 연주도 좋지만 실내악이나 앙상블 연주에 관심이 많아 팀을 결성해 활동해보고 싶기도 해요.”

연주자가 가진 다양한 요소에 따라 음악적 표현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 연주자는 자신이 가진 신체 조건의 한계를 넘어서 보다 다양한 음색을 선보이고 싶다고 언급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표현력을 풍부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신체 조건과 음색은 관계가 커요. 팔뚝의 두께와 근육의 량, 손가락 길이 등 신체 조건에 따라 성량이 다르게 나타나죠. 저는 저만의 독보적인 음색을 갖고 싶어요. 똑같은 곡을 치더라도 다른 소리를 내고 개성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죠.”

그는 연주로 누군가에게 만족을 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최근 듀오 연주회가 더욱 기억에 깊이 남은 이유도 그것이다. 자신의 연주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힐링이 된다면 그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을 거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더욱 성숙하고 깊은 연주를 위해 연구하는 한편 지역 클래식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배울 기회를 찾아 계속 공부하고 더 완성도 있는 연주를 해내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또 연주 뿐 아니라 인재양성에도 힘쓰고 싶습니다.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 음악에 흥미를 가져 클래식이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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