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음색 ‘매력’…"관객과 교감 나누고 싶다"
[신문화탐색] 비올리스트 권혜린
‘귀국 비올라 독주회’ 성료…국내 본격 활동 돌입
이화여대·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 최고점 졸업
하노버 방송 교향악단 단원 역임…광주예고 출강
‘귀국 비올라 독주회’ 성료…국내 본격 활동 돌입
이화여대·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 최고점 졸업
하노버 방송 교향악단 단원 역임…광주예고 출강
입력 : 2023. 06. 08(목) 18:04

권혜린 연주자는 “비올라 소리가 좋아서 진심으로 연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많은 관객들에게 계속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을 닮았지만 좀 더 크고 음역대가 낮은 비올라.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 중음역(中音域)을 담당하는 이 악기는 편안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바이올린처럼 화려하거나 첼로처럼 압도적인 분위기를 내진 않지만 그 사이에서 고음과 저음을 연결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에서 완벽한 화음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악기다.
비올리스트 권혜린 연주자는 자신이 꿈꾸는 비올라의 선율이 무대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가진 악기. 다른 악기는 흉내낼 수 없는 깊고 묵직한 음색이 그가 꼽는 비올라의 매력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월8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귀국 비올라 독주회’를 열었다.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19년 귀국한 이후 4년 만의 무대였다. 그는 다소 늦은 독주회였던 만큼 부담이 컸다고 술회했다.
“귀국 후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미뤄진 공연이었어요. 독주회는 저를 아끼는 사람들이 오는 자리잖아요. 제가 그동안 어떻게 걸어왔는지 음악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에게 이번 독주회는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면서도 행복한 무대였다. 기다린 무대인만큼 더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 프로그램을 짰다.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1번’, 파울 힌데미트의 ‘비올라 소나타 4번’ 그리고 레베카 클라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들려줬는데 이중에서도 브람스의 곡은 그가 가장 애정을 갖고 준비한 곡이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연주하는 곡이에요. 처음 악보를 볼 때는 쉽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음정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가장 어렵고 심오한 곡이죠.”
브람스 특유의 진하고 무거운 느낌을 좋아해 가장 먼저 이 곡을 떠올렸다고 한다. 브람스 평전을 읽으며 작곡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귀국 이후 주로 오케스트라 또는 실내악 주자로 무대에 서오다 오랜만에 독주회를 준비하며 많이 행복했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은 무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연주자들에게 무대는 정말 소중해요.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더 깨닫게 됐죠. 오랜만에 독주회를 선보이면서 연주자로서 큰 기쁨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부모님께는 대학교 졸업 연주회 이후 몇 년 만에 제 독주회를 보여드리게 됐는데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이번 독주회에서 광주예고 동창인 조사무엘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무대 위 연주자를 꿈꾸던 두 친구가 함께 연주하자는 약속을 이룬 셈이다.
집안에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있거나 음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던 그가 연주자가 된 것은 비올라의 소리에 아주 강한 끌림을 느껴서다. 어린 나이부터 바이올린을 시켜달라고 어머니를 졸랐다는 것을 보면 그 안에 이미 음악적 피가 흐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피아노 학원에 열심히 다니면 바이올린을 배우게 해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열심히 학원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다 우연히 비올라 선율을 듣게 됐다. 그 순간 그가 느낀 감정은 ‘저 소리를 직접 내고 싶다’였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어요. 따뜻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에 푹 빠졌죠.”
그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공을 전환했고, ‘서울필하모니콩쿠르’, ‘음악교육신문사콩쿠르’, ‘호남예술제’ 등 각종 콩쿠르에 나가 대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화여대 음대에 입학한 이후 대학교 오케스트라 협연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를 꾸미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역량을 갈고 닦았다.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독주 등 무대를 통해 전문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막연하게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공부하는 것을 꿈꿨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떠나기 전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땅에서 음악 뿐 아니라 외국어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중압감, 또 다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그런 그를 이끌어준 사람은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 이승원씨였다. 독일에서 이 지휘자에게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게 되면서 연주자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도와주신 분이에요. 겁나고 가기 싫었던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연주할 수 있게 된 건 다 선생님 덕분이었죠.”
그는 그렇게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또 독일 하노버 방송 교향악단에서 단원으로 저명한 연주자들과의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귀국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연계에 유례없는 침체가 찾아왔다. 무대에 설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해야했고 연습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다. 그나마 잡힌 공연들은 확진자 증가로 취소되기 일쑤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앞이 캄캄했지만 그는 매일 비올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최근 그는 광주와 서울, 통영 등 여러 지역을 오가며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의 무대에서 객원 단원으로 다양한 무대에 서는 한편 광주예고와 한국창의예고에 출강하며 음악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모차르트한국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정말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에요.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으니 항상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고 노력하죠. 입시생 뿐 아니라 어린 취미생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이런 제 진심을 느끼고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볼 때면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죠.”
독서를 좋아하는 그의 요즘 취미는 민음사 전집을 모으는 것이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한국에서 택배로 책을 받아 읽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겨했던 그는 독서가 연주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주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른 음악이 됩니다. 관객들에게 감정을 잘 전달해 감동을 선사하려면 연주자의 생각의 깊이가 중요하죠. 깊이있는 고민이나 경험을 하지 않으면 연주에 다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 활자를 하나하나 읽고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분위기와 색감을 떠올린다. 그러한 과정이 곡을 연주할 때도 적용돼 음악을 더욱 다채롭고 새롭게 만든다.
그는 예술을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한다. 그 불확실성과 불안함에 빠져 허덕이더라도 끝까지 지치지 않고 탐구하면서 진정한 자신만의 음악관을 설립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연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아요. 조금만 연습을 게을리 해도 바로 손가락이 굳고 소리가 달라지죠. 저는 비올라 소리가 좋아서 진심으로 연주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 소리를 많은 관객들에게 계속 들려주고 교류를 나누고 싶어요. 그 마음이 제가 지금까지 음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가장 큰 원동력이죠.”
비올리스트 권혜린 연주자는 자신이 꿈꾸는 비올라의 선율이 무대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가진 악기. 다른 악기는 흉내낼 수 없는 깊고 묵직한 음색이 그가 꼽는 비올라의 매력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월8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귀국 비올라 독주회’를 열었다.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19년 귀국한 이후 4년 만의 무대였다. 그는 다소 늦은 독주회였던 만큼 부담이 컸다고 술회했다.
“귀국 후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미뤄진 공연이었어요. 독주회는 저를 아끼는 사람들이 오는 자리잖아요. 제가 그동안 어떻게 걸어왔는지 음악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에게 이번 독주회는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면서도 행복한 무대였다. 기다린 무대인만큼 더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 프로그램을 짰다.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1번’, 파울 힌데미트의 ‘비올라 소나타 4번’ 그리고 레베카 클라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들려줬는데 이중에서도 브람스의 곡은 그가 가장 애정을 갖고 준비한 곡이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연주하는 곡이에요. 처음 악보를 볼 때는 쉽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음정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가장 어렵고 심오한 곡이죠.”
브람스 특유의 진하고 무거운 느낌을 좋아해 가장 먼저 이 곡을 떠올렸다고 한다. 브람스 평전을 읽으며 작곡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귀국 이후 주로 오케스트라 또는 실내악 주자로 무대에 서오다 오랜만에 독주회를 준비하며 많이 행복했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은 무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연주자들에게 무대는 정말 소중해요.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더 깨닫게 됐죠. 오랜만에 독주회를 선보이면서 연주자로서 큰 기쁨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부모님께는 대학교 졸업 연주회 이후 몇 년 만에 제 독주회를 보여드리게 됐는데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이번 독주회에서 광주예고 동창인 조사무엘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무대 위 연주자를 꿈꾸던 두 친구가 함께 연주하자는 약속을 이룬 셈이다.

지난 4월 열린 ‘귀국 비올라 독주회’에서 연주하는 모습
피아노 학원에 열심히 다니면 바이올린을 배우게 해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열심히 학원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다 우연히 비올라 선율을 듣게 됐다. 그 순간 그가 느낀 감정은 ‘저 소리를 직접 내고 싶다’였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어요. 따뜻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에 푹 빠졌죠.”
그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공을 전환했고, ‘서울필하모니콩쿠르’, ‘음악교육신문사콩쿠르’, ‘호남예술제’ 등 각종 콩쿠르에 나가 대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화여대 음대에 입학한 이후 대학교 오케스트라 협연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를 꾸미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역량을 갈고 닦았다.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독주 등 무대를 통해 전문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막연하게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공부하는 것을 꿈꿨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떠나기 전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땅에서 음악 뿐 아니라 외국어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중압감, 또 다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그런 그를 이끌어준 사람은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 이승원씨였다. 독일에서 이 지휘자에게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게 되면서 연주자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도와주신 분이에요. 겁나고 가기 싫었던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연주할 수 있게 된 건 다 선생님 덕분이었죠.”
그는 그렇게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또 독일 하노버 방송 교향악단에서 단원으로 저명한 연주자들과의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귀국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연계에 유례없는 침체가 찾아왔다. 무대에 설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해야했고 연습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다. 그나마 잡힌 공연들은 확진자 증가로 취소되기 일쑤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앞이 캄캄했지만 그는 매일 비올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권 연주자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인사하는 모습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정말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에요.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으니 항상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고 노력하죠. 입시생 뿐 아니라 어린 취미생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이런 제 진심을 느끼고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볼 때면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죠.”
독서를 좋아하는 그의 요즘 취미는 민음사 전집을 모으는 것이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한국에서 택배로 책을 받아 읽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겨했던 그는 독서가 연주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주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른 음악이 됩니다. 관객들에게 감정을 잘 전달해 감동을 선사하려면 연주자의 생각의 깊이가 중요하죠. 깊이있는 고민이나 경험을 하지 않으면 연주에 다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 활자를 하나하나 읽고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분위기와 색감을 떠올린다. 그러한 과정이 곡을 연주할 때도 적용돼 음악을 더욱 다채롭고 새롭게 만든다.
그는 예술을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한다. 그 불확실성과 불안함에 빠져 허덕이더라도 끝까지 지치지 않고 탐구하면서 진정한 자신만의 음악관을 설립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연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아요. 조금만 연습을 게을리 해도 바로 손가락이 굳고 소리가 달라지죠. 저는 비올라 소리가 좋아서 진심으로 연주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 소리를 많은 관객들에게 계속 들려주고 교류를 나누고 싶어요. 그 마음이 제가 지금까지 음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가장 큰 원동력이죠.”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