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있는 곳 내 자리…늦었지만 꿈 이뤘죠"
[남도예술인]늦깎이 음반 낸 음악인 이광배
지난해 활동 30여 년만 첫 앨범 ‘Comin’ Home’ 발매
별밤·꼬두메 함께 노래…용봉동 음악클럽 비틀즈 운영
달빛통맹 포크콘서트·프린지페스티벌 등 버스킹무대도
입력 : 2023. 04. 13(목) 18:19
음악인 이광배씨는 “첫 앨범 발매로 오랜 꿈을 이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음악인으로서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음악이라는 꿈을 꾸며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고단한 세상살이에 휩쓸려 ‘나도 한번 폼나게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음악을 떠난 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객지 생활을 하며 숱한 실패도 겪었다. 십여 년의 세월이 준 가르침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행복하다’는 것. 지난해 앨범을 발매하며 세상에 작업물을 처음 공개한 광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이광배씨의 이야기다.

그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꿈 많던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다. 평소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음악 뿐 아니라 그림과 글쓰는 것도 좋아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밴드 들국화의 음악을 듣고 락음악에 흠뻑 빠졌다. 한국 사람이 한국 말로 멋지게 음악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비틀즈나 딥 퍼플 같은 영미권 팝만 들었죠. 우리나라 음악은 촌스럽다 생각해서요. 그런데 전인권씨가 노래하는 들국화의 무대를 보고 ‘우리나라 음악도 좋구나’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10대 학창시절부터 음악과 특별한 연을 맺었다. 20대 초반에는 하드락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다 포크락에 관심이 생겨 별밤(별이 빛나는 밤에), 노래패 꼬두메 멤버들과 어울리며 노래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이후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이태원 클럽이나 소규모 공연장에서 노래하며 돈도 꽤 벌었다. 그렇게 평생 음악 옆을 떠나지 않고 사는 게 꿈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예술하는 사람은 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현실의 벽처럼 느껴졌다. ‘나도 다른 일을 해서 평범하게 살

아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떠났고, 그러는 사이 숱한 실패를 겪으며 7~8년의 세월이 빠르게 흘렀다.

“돌아보면 큰 욕심보다는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지만 고단한 세상을 살다보니 음악을 떠나게 됐죠. 그런데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 된다’라는 말이 맞더군요. 각자 사람마다 자기 몫이 있는 것을요. 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사업을 하고, 저 같은 사람은 음악을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17년간의 객지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광주로 내려온 그는 2013년 북구 용봉동에 클럽 비틀즈를 개업하고 다시 음악과 가까이 숨 쉬는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의 음악보다는 노래할 곳이 부족한 후배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공간으로 꾸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비틀즈는 그의 바람대로 라이브 공연이 활발히 이뤄지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문득 ‘나도 아직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앨범 ‘Comin’ Home’ 녹음 중인 이광배씨
그는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7년 간 운영해온 정든 클럽을 정리했다. 업장을 팔고 남은 자금으로 과감히 작업실을 얻고 다시 곡을 쓰는데 열중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다 여유가 있어서 앨범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한번도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은 적이 없었던 그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고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동안 음악을 떠나 살면서 가슴 속에서 못 다한 말, 경험이 깃든 이야기를 곡으로 만들었고 마침내 결과물을 지난해 7월 첫 앨범으로 발매했다.

“51세에 늦은 데뷔를 한 셈이죠. 오랜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작품에 대한 퀼리티 그런 걸 떠나서 저 스스로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거든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음악인으로서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는 그는 첫 앨범 제목 ‘Comin’ Home’에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타이틀곡인 ‘Comin’ Home’을 만들 때 특히 더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은 다시 음악인으로 돌아온 지금이 다행스럽고 향후 삶이 기대된다는 내용의 곡이다.

주로 포크락을 노래해온 그는 이번 앨범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5개 트랙 전체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2번 트랙 ‘NEWS BIRD’는 포크락과 프로그래시브락을 결합해 사운드적 도전을 한 곡으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뻐꾸기를 통해 귀를 현혹시키는 언론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았다.

3번 트랙 ‘LOVE IS’는 누구나 살아오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들이 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러하다고 이야기한다. 4번 트랙 ‘달빛 쇼윈도’는 더 멋지고 근사해 보이도록 스스로를 잘 포장해 진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마지막 트랙 ‘시간들’은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는 현실에 대해 그려냈다.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 잘 알고 지내온 동료들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그는 앨범 제작에 도움을 준 아티스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 락의 대부라 불리는 기타리스트 신중현 선생의 막내아들인 드러머 신석철, 코러스 김현아, 기타리스트 김준오, 베이스 김정렬 등 내로라하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2021광주프린지페스티벌’ 버스킹 무대에 선 모습
‘2022 달빛통맹 포크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
그는 광주와 대구 지역 통기타 포크음악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달빛포크협회가 주최하는 ‘달빛통맹 포크콘서트’의 2021년과 2022년 버스킹 공연에 참여했다. 2021년 ‘통기타’를 주제로 열린 ‘광주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사직동 통기타거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섰다는 그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아닌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공연 기회를 자주 마련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장 대관부터 세션 연습, 음향팀 섭외 등 공연 한편을 위해 처리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1년에 2곡 정도씩은 꼭 발표하는 것. 꾸준히 곡을 만들어 단독 공연을 열고 싶다는 바람이다. 곡 하나를 만들 때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스트레스를 받지만 완성했을 때의 기분은 어떤 것과도 견주기 힘든 굉장한 매력이라고 한다.

그는 뮤지션으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음악적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음악을 배워보고 싶고,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거란 기대에 부푼 요즘이다.

“예술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편이죠. 가끔 있는 공연 수익이 생계에 큰 보탬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다 감수하려고 해요.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한 기분이 드니까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계속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고, 그런 삶도 멋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남도예술인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