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갈고 닦은 실력…"긍정 에너지 전달"
고교동창들 ‘무들뮤직밴드’ 결성 음악인생 펼쳐
24명 동참·재능기부 활동…27일 하우스콘서트도
입력 : 2021. 10. 24(일) 18:42
김태현 무들뮤직밴드 대표
“우리도 악기 배워볼까?”

고등학교 동창 셋이서 취미삼아 시작한 밴드가 5년 만에 구성원이 24명으로 늘었다. 직장인들로 이뤄진 ‘무들뮤직밴드’의 이야기다.

사방에 어둠이 깔리자 이들의 공연 모습을 보기 위해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은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건물 지하에 마련돼 있었다. 이곳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흥을 돋우는 멜로디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연습실에 들어서니 적막이 깔린 바깥 분위기와는 상반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들뮤직밴드는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광산문예회관에서 열릴 광산하우스콘서트 ‘관광명소에서 띄우는 희망레터’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캐논변주곡’을 비롯해 ‘못다핀 꽃한송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모나리자’, ‘어른아이’, ‘보여줄께’ 등 무대에 올릴 곡들을 차례로 연주했다. 연주자들은 곡에 따라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는 가 하면, 신나는 곡에서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 피고 여느 밴드 못지 않은 무대 매너를 보여주기도 했다. 온힘을 쏟아낸 이들의 무대는 이유는 모르지만 울컥하게 한다. 이들의 진심이 가슴 속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다. 연주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할 수 밖에 없는 팬심이 발동하게 된다.

이처럼 진심을 다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기 때문일 터다. 낮에는 한 회사의 직원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식당 운영자로 일상을 살아내다 밤이 되면 모이는 것이다.

무들뮤직밴드가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무들뮤직밴드는 김태현(50·신협)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인 오경주(50·기아자동차)·한명선(50·농협중앙회)씨가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김 대표가 고등학교 때 통기타를 친 경험이 밴드 결성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한 집안의 가장이자 회사의 중책으로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다. 2016년 결성될 당시 5명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이들 셋만 남게 됐고,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위해 함께할 이들을 모집하기에 이른다. 새로 들어온 멤버가 지인을 데려오고, 그 지인이 또다른 지인을 데려오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현재 구성원은 건반과 드럼, 기타, 색소폰, 플루트 등 악기 연주자들과 노래를 담당하는 보컬, 조명 및 음향을 조작하는 음향관리자 등 24명이다. 공연기획과 레퍼토리 구성, 무대연출 등 자체적으로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사람 수가 많아지다 보니 퍼플팀과 그린팀, 블루팀으로 나눠 각각 월요일 오후 7시30분·9시, 토요일 오후 7시30분에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고 있다.

특히 다른 팀에서 밴드 활동하다 무들뮤직밴드에 들어온 오혜란씨는 스트레스를 풀 겸, 음악치료사를 준비할 겸 해서 피아노를 시작한 게 드럼으로까지 이어지면서 10년째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음향을 담당하는 정승규씨는 밴드의 음향과 조명을 조정, 관리하면서 이에 더욱 흥미를 느껴 무대음향전문가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운드엔지니어 과정을 이수, 올해는 사운드공간 심화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밴드가 커지고 활성화되면서 지난해 7월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건물 지하를 연습실로 사용 중이다. 페인트 칠을 새로하고 무대를 만들고, 음악장비와 조명 설치도 모두 함께 했다.

이들이 연습실까지 손수 마련하면서 퇴근 후 갈고 닦은 실력은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공연을 시작으로 억새축제와 영산강문화축제, 남광주야시장음악회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뽐내왔다. 2017년 무들뮤직 한여름밤 음악회에 이어 올해 북구 주민과 함께하는 무들뮤직 희망콘서트를 펼치기도 했다.

김태현 대표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잊었던 추억도 되살아 나듯 삶의 중요한 순간에 음악이 함께했으면 해 시작한 밴드가 이처럼 커질 줄은 몰랐다”며 “회사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을 밴드 활동을 통해 느끼면서 제2의 삶을 사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들뮤직밴드는 회비로 운영해 공연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태로 공연을 펼쳐왔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문화소외계층 등 무대가 그리운 사람들이 우리의 무대에서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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